한정애 교수의 논문 루터와 한국감리교회 개혁을 위한 재고에 대한 논찬

이상윤 목사(KMC전략연구소 소장)

1.

먼저 기독교 대한 감리회가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학술연구모임을 갖게 된 것을 기뻐하면서 이런 귀한 일을 주최한 감리교회에 깊이 감사드린다. 영국 성공회는 39개 종교강령을 가지고 교리와 신학에 대한 이정표를 세웠고 미국감리교회는 성탄절 연회에서 25개조로 요약된 강령을 가지고 시작한교회인 까닭에 칭의 교리를 소중히 여기고 사회적 성화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교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터교회와는 친숙하고 보헤미아의 모라비안 교회와 깊은 교류를 바탕삼아 시작한 교회이기 때문에 대륙경건주의의 영향으로 새 시대 새 선교를 실행하였다. 특히 진첸도르프의 헤른후트 공동체를 통하여 루터파 대륙 경건주의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데서 루터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2.

20세기 루터교 연구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튜빙겐 대학교 교수 칼 홀(1846-1926)에 의하여 루터는 독일 통일의 영웅으로 평가되고 종교개혁의 사회사를 여는데 성공한다. 특히 루터를 독일 민족통일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묘사하면서 독일어 성경번역과 도시국가를 지지기반으로 삼은 개혁운동의 지도자로서 이해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1930년대 독일에 국가사회주의 권력이 등장하면서 루터를 원형 독일인으로 높이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한편 미국에서는 하바드대 베른트 뮬러가 유명한 ‘제후들의 도시와 종교개혁’이라는 제목으로 종교개혁연구의 사회사적 측면을 개척하였다. 뮬러의 선행적인 연구는 이후 루터연구에 신기원을 이룩하여서 종교개혁과 관련된 연구주제에서 ‘종교개혁의 수용과 대중신앙의 형성’이라는 문제에 조명하기 시작하였고 ‘종교개혁과 경제문제’ ‘결혼과 성’ ‘가족연구’ 교육 분야로 확대되어 갔다.

칼뱅연구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먼저 막스 베버이후의 칼뱅주의는 기독교와 자본주의 정신과의 상관관계를 주목했는데 이것이 기독교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칼뱅을 재해석하는 경향으로 발전하였고 제네바 대학교의 앙드레 빌레응 기독교사회주의적 입장에서 칼뱅의 개혁신학을 해석하려 들었고 그것이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만남의 주제에 어울리면서 칼뱅주의 신학의 해석학적 지평을 확대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제네바 개혁교회운동의 내면을 간직하고 있던 당회(Consistory)를 중심으로 기록된 회의록을 가지고연구하여 종교개혁운동의 내재적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구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칼뱅신학의 성령론의 위치를 연구하여 오순절성령은사주의운동과의 대화를 시도하려는 새로운 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렇지만 로마 가톨릭 교회는 본격적인 에큐메니칼 운동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기본적인 루터이해는 유치하고 일방적이었다. 종교개혁의 지도자 루터를 가톨릭교회에서는 교회분열의 원흉으로 보았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인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지난 1997년에도 바티칸 신앙교리성성성에서 발행한 Dominus Jesus 선언문에서 합법적인 사도계승권과 성례전적 신비의 참되고 완전한 본질을 보존하지 않는 교회적 공동체(ecclesial communities)는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가 아니라고 선언하였다. 이 말은 사도계승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개신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가톨릭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문서는 오직 하나의 그리스도의 교회가 존재하며 그것은 베드로와 그의 계승자들이 다스리는 가톨릭 교회안에 존재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가톨릭의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으로서 루터교세계연맹(LWF)와 세계개혁교회공의회(WCRC)와 성공회 람버스 컨퍼런스를 당혹케하였다. 이러한 언행은 아직도 가톨릭 교회 내부는 여전히 종교개혁세력을 불신하고 인정하지 않는 왕고한 보수 세력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개신교에 대하여 불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와 루터교회는 지난 1999년 유명한 종교개혁의 중재가 이루어진 아우구스브르크에서 칭의에 대한 양교회간의 공동이해를 문서화하여 합의를 이루었고 지난 2006년 6월 서울에서 모인 제19차 감리교세계협의회(WMC)는 이러한 공동문서에 서명을 하였으며 이른바 칭의합의문서(Joint Declaration on the Doctrine of the Justification)는 2017년 6월 29일-7월 7일 까지 열린 세계개혁교회공의회(WCRC)에서 합의서명을 하였다. 특히 비텐베르크에서 모여 서명식을 갖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총회로 모인 WCRC도 그렇지만 세계교회전체는 종교전쟁을 겪으면서 팽팽했던 신구교간의 대립을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교회일치운동으로 발전해 갔다.

3.

신학연구의 흐름에서 보자면 어떤 때는 고전 해석학으로 돌아서 본문비평으로 신학적 해석학을 이끌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비평의 새로운 물꼬를 열어서 새로운 고전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현대신학의 오늘은 단순한 교리신학의 진술에 집중하는 듯 하다. 우선 쟁점이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해석학의 노력을 기울이는가하면 예상치 못한 파국적인 상황을 맞아 교회신학의 해석학적 기준을 상향조정해야 하는 피치 못할 사정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폭발력있는 정보혁명의 시대를 맞아 교회선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할 시기에 있는 한국교회는 제 4차 산업혁명기에 적응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학적 통찰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직면한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감리교 선교와 전도는 물론 신학적 과제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교회의 눈높이에서 재단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성서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대신학의 해석학적과제는 인류학적인 과제를 포괄하는 통찰력을 발휘하여 현황을 분석하고 인간 삶의 한계를 넘어가는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일찍이 게르하르트 에벨링은 말하기를 오늘날 기독교 신학의 해석학적 사명은 시대마다 성경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현대신학의 좌표가 정해진다고 하였다.

내가 논찬하려는 한 교수의 논문을 읽다보니까 우선 눈에 띠는 것이 루터개혁운동에 긴요하게 사용하던 3대 문서를 자유롭게 이해하고 본문비평을 한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해석학적 틀을 벗어난 이러한 문서의 본문비평은 상당히 도발적인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려하였던 한국개신교회의 파행을 서슴없이 지적하고 완곡하게 표현하면서 루터시대와 우리시대를 넘나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말테 박사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오늘을 16세기 종교개혁의 시대에 가톨릭교회나 하던 짓이라고 평가하던 것과는 달리 독일 종교개혁의 핵심이고 루터의 신학적 교리적 관심사에서 지적하는 개혁의 문제점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논문이 관심하는 것은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 복음에 기초한 참된 교회성이 무엇인지를 묻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오늘날 종교개혁이후 시대의 개혁된 교회가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이로니를 현재적 시점에서 지적하고 고발하고 있다. 다 아는 대로 오늘 한국의 개신교회는 과연 개신교라는 말이 적합한지 묻게 되는 영적 도덕적 타락이 심하다. 따라서 한교수의 논문은 종교개혁 신학의 기준에서 현실교회의 살길을 공교회성 회복에 두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내느냐 하는 데로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교회가 직면한 문제는 양극화다. 부유한 성직자과 가난한 성직자간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거룩한 빛 광성교회 정 목사는 교회크기의 한계를 설정하고 교역자 생활비를 책정하자는 것과 교회차량운행까지 지역교회들이 합의하자는 제안을 한 것 같다. 우리교단의 경우도 미자립교회 비율은 전체 교회에서 48%에 달하고 있으며 작은 교회들의 고통은 심각하기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개혁과제를 신학적으로 규명하기에 앞서 실제적으로 적용가능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회자 사례비 상한선 긋기 교회규모의 상한선을 정하기 대형교회의 지역 분할안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개혁을 교회의 경건성 회복과 재정의 투명성 지키기로 하면서 거룩한 교회의 공교회성을 주장하고 있다.

4.

이번 논문의 기조는 역시 종교개혁자 루터의 공공성 문제로 집중된다. 문제는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에 대한 교리 신학적 관점이 가톨릭 교회의 면벌부 발행과 성직매매로 자극받은 것도 있지만 교회의 부정부패와 타락을 외면하고 공덕신앙에 안주하고 출세주의에 혈안이 된 대중들의 부화뇌동도 한몫을 거들었다는 것이 종교개혁운동의 문제점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교리 신학에서 출발하여 성경번역과 각종문서를 출한하고 대중들의 신앙이해를 향상시키려 하였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종교개혁운동은 개개인의 종교적 신앙적 차원을 향상시키면서 온 세상과 인간 삶 전체를 결정하는 문제로 발전해 나갔다. 루터는 강조하기를 칭의론에 대응하여 선행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여 균형잡힌 개혁론의 뼈대를 제시하고자 했다. 요즘말로는 칭의와 성화인데 당시에는 칭의와 선행의 상관관계였다. 이것이 종교개혁의 신학적 해석학의 열쇠이다. 인간 영혼의 자기 구원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선행은 이웃사랑의 실천에 기초하는 선행(Caritas)이라는 것이다. 루터의 칭의론은 선행론을 통하여 기독교인의 봉사정신과 기부문화를 약속하였다. 루터는 이 과제를 독일 그리스도교 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사회 전체를 새롭게 구성할 교회의 공공성에서 찾고자 하였다.

5.

이번에 한 교수의 논문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녀는 먼저 치고 나오는 문제보다는 본문비평과 내용분석을 가하는 가운데 목소리를 낮추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하였다. 한국감리교회의 문제를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아주 차분하고 냉정하게 지적하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개신교회의 상황과 16세기 루터시기의 교회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하여 태어난 개신교회가 이제 와서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16세기 종교개혁운동으로 탄생한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다시는 그러한 문제점을 발생시키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면 지금 개신교라고 부르는 복음적 교회는 그러한 이름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엄숙한 질문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한국교회에 드러나고 있는 공로나 공적 사상이 성서가 바탕이 되어 생겨난 개신교회의 원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사고를 하며 개방적이었던 스콜라 신학자 아벨라르(1079-1142)는 믿음이 사랑의 실천을 불러일으키며 이것이 하나님의 칭의를 얻게 한다고 함으로써 성육신을 통해 주어진 은혜가 대속의 차원의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이라는 모범을 통하여 개개인들 속에 하나님을 향한 이웃사랑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모범을 보고 자신 속에 이웃사랑을 스스로 일깨운 자의 이웃 사랑 실천을 통하여 구원이 완성된다(3쪽 칭의론).

 여기에서 한국교회 내에도 전재해 있는 세미 펠라기우스적인 공적 사상이 중세 스콜라 신학자에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상과 다름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류의 구원론이나 은혜론은 요하네스 둔스 스코투스나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구원론 이해에 마주쳐서 루터가 특별히 강조한 바울의 칭의론이 나오는 것이다. 복을 받고 구원을 얻기 위하여 인간이 하나님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공정사상과 연결된다. 여기 여러 가지 행위를 통하여 구언을 얻고 영생을 얻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려고 한다. 선행, 헌금, 고행, 기도 등이 자신의 공적으로 이해된다. 그것들이 자신의 소원 성취를 위해 효력이 있다는 생각이 오늘의 한국교회 내에 팽배해 있다. 이러한 생각이 16세기 유럽교회에서 보다도 한국교회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듯 하다. 16세기 유럽교회에서는 사후의 고통을 줄이고 또 구원을 얻기 위하여 면벌부를 사기도 했었다.

6.

한 교수의 논문의 강점은 이러한 지적사항을 개혁의 문제점으로 강하게 질타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핵심은, ‘현재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살기 위하여 여러 가지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비는 이기적인 기도를 하며 헌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다 이웃사랑의 바탕에서 열매 맺어지는 참된 선행이 아니라 자신의 구원을 위해 공로를 쌓아야 한다는 율법주의적 생각 속에서 목적 성취를 위한 순수하지 않는 외적 선행을 일삼는 그리스도인들도 다수이다’, ‘인간의 거룩한 행위와 공로가 필요하다고 했던 비성서적인 사상이 오늘의 한국교회 내에 곳곳에 펴져 있다, 인간의 거룩한 행위와 공적이 구원의 조건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것이 16세기 유럽교회의 문제였다. 은혜가 인간의 선행을 통해 주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게 한 것이다’, ‘루터는 여기에서 ’믿음으로 의롭다 하는 것과 선행을 대비시켜서 설명한다. 양의 옷 속에 숨어 있는 이리들을 가려내듯이 선행에 관한 오해들을 지적해내고자 한다, 그는 선행을 알기 위하여 하나님의 계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생명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계명을 지키는 것이라 하였다. 하나님이 보내신 이를 믿는 믿음과 이것에서 부터 가능해지는 선행이 가장 선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는 것이다. 시편 1편에 있듯이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기 때문에 행위는 그 자체가 아니라 신앙으로 인하여 선하다고 말한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이 행위의 근원으로써 행위를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고 확신하였다’, ‘칭의 교리로 인하여 영혼구원을 위해 선행으로서 이행되었던 구제와 기부문화가 위축되기도 하였지만 무엇이 선행인지 새롭게 규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선행이 더 이상 자신의 영혼구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기적인 신앙을 이타적인 동기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바로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행위임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7.

17세기 독일에서 출현한 경건주의 신앙운동은 율법적 신앙으로 떨어져서 무기력해진 국가교회를 되살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복음을 다시읽고 경건을실천하는 운동체였다. 특히 체코 보헤미아 지역의 얀 후스파 복음교회형제단과 작센주의 진첸도르프 감독과 크리스챤 데이비드가 지도한 헤른후트 공동체같은 경우는 17세기 독일 루터교에 뿌리는 네린 전형적인 대륙경건주의 운동체였다. 경건주의자 스페너와 프랑케로 이어져 갔으며 진첸도르프가 지도하는 모라비안 공동체가 있었다. 이들 공동체는 영성운동의 모체면서 동시에 복지공동체였다. 지금도 독일 복음교회는 디아코니아 사역에 전적으로 헌신하여 장애우 공동체와 노인복지시설들을 가자고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특히 독일경건주의 전통에 따라 시작한 요한 비헤른 목사의 국내선교운동(Innere Mission)운동은 오늘날 독일복음교회 디아코니아 운동의 모체로서 루터교의 칭의론에서 시작하여 선행론으로 귀착되는 이웃사랑 실천을위한 공동의 장이 되었다. 헌금이나 기증이 더 이상의 자신의 영혼구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타적인 행위가 바로 신앙을 갖고 있는 헌신자가 이웃사랑을 실천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독일복음교회(EKD) 디아코니아 사역자들은 47만 명에 달하고 있고 한국의 루터대학교 이말테 교수도 이들 가운데 하나인 아이네벨트 공동체에서 파송한 선교사이다. 지난 1970년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발주한 수도권특수지역선교회는 이들의 재정지원으로 한국 빈민선교를 착수하였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민주화와 인권 통일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물론 후원단체는 독일복음교회의 Bread for the World 였다. 이처럼 독일 루터교회의 디아코니아 사역은 공공복지의 첨병이다. 기독교적 선행의 결과는 자기구원과 이웃 사랑으로 승화되고 구제와 기부문화를 촉진시킨다. 칭의와 선행의 일치는 독일 복음교회로 하여금 다이코니아 사역에 헌신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헌금이나 기증은 신앙에 의한 이웃사랑의 표현이며 참된 봉사이자 사회참여이다. 이것이 루터 신학의 공공성에 기초한 공동체적 삶의 표현이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을 주셨다는 복음으로서 오늘날 성공이나 물질적인 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나라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실천하고 감수하는 헌신 속에서 구원과 영생을 주시는 분이심을 알게 하는 것이다.

이 진리를 감추려 했던 교황과 황제가 그에게 경고했을 때에도 자기의 신앙을 고백하였다. 1521년 보름스 제국회의에서 출석하여 곧 화형당할 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떨리는 심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나님이 나를 보내소서 그는 보름스 제국회의와 칼 5세의 강압적인 위용 앞에 주눅들지 않고 담대하게 버텼다. 1960년대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회의를 거치면서 이러한 루터의 복음이해를 재발견하고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이 바로 루터가 가지고 있는 믿음이해이다. 성서를 통해 발견한 신앙정신은 예수의 회개 선포(마4:17)며 천국이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 는 하나님께로 돌아서라는 초청장이었다. 그래서 복음은 위협도 강요도 아닌 것이다.

8.

종교개혁의 직접적인 동기는 면죄(벌)부와 관련이 있었다. 약관 23세였던 마인츠 선제후 알브레히트 폰 브란덴부르크는 1513년에 막데부르크의 대주교가 되었는데 그때 할버슈타트 주교구의 행장관도 되었다. 교회에서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는 관행을 그는 깨버린 것이었다. 1514년 그는 마인츠 주교 및 선제후(Elector)가 된 알브레히트 폰 브란덴부르크는 1518년에는 추기경에 올랐다. 레오 10세는 그에게 면죄(벌)부 판매를 허용하였다. 1517년 도미니크 수도회 소속의 요하네스 테첼이 막데부르크 교구에서 면죄(벌)부를 팔았는데 루터의 비텐베르크사람들도 면죄(벌)부를 사로 마인츠에를 갔을 정도였다. 문제는 고속 출세를 한 그가 추기경의 자리까지 가느라고 교황 레오10세에게 거액의 뇌물을 바쳤다는데 있다. 당시 독일 최대 부호인 푸거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였다. 당시 뇌물금액만 2만 굴덴이나 되었다. 오늘날로는 약 3억 원 정도. 이 손해를 메우기 위하여 막데부르크 교구장은 교황의 면죄(벌)부를 팔았다.

이러한 상황이 루터로 하여금 분노하게 하고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 논제를 발표하게 만든 이유이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 성직매매 문제를 안고 있다. 대형교회의 사유화도 이런 문제들이다. 여기에 교단장 선출도 금권선거에 휘둘리는 만큼 개혁되어야 할 대상이다. 당시 가톨릭 교회에 도는 말로는 교황이 되려는 사람은 엄청난 야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야심을 가지고는 교황노릇을 하기 어렵다. 이 말은 이기주의자가 교회의 머리가 되면 개인적 야심만을 노리기 때문에 성숙한 인물이 추기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개신교는 이러한 엄청난 야심으로 가득찬 이기주의자가 교권을 차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9.

루터의 개혁적 사고는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깊이 알아보아야 한다. 루터는 성서적 교회론을 바탕으로 만인사제직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현실교회에서는 성직주의가 만연하고 교권주의가 판을 치고 있었다. 성서적 교회 공동체 이해와 교회론이 상충되는 이유인 것이다. 목사도 성도이다. 목사가 성도와 다른 점은 그가 안수받은 성도라는 점일 것이다. 이것은 모든 성도 섬기는 종의 직분을 받아 섬기는 종의 직분을 받아 임명된 성도라는 것이다. 중세 내내 위 디오니시오스 문서(5C 말 6C 초)를 통하여 여러 차원에서 교회의 위계질서가 확고해 졌으며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가지려면 교회의 위계질서를 통한 중재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성서 해석에 있어서 성직자의 중재가 강조되었다. 이렇게 성직자의 거룩함과 신비적인 행위가 중시된 것이 중세의 교권주의를 결속시켰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에서는 이러한 위계질서가 그 바탕이 되어 있다면 이것이 실제로 루터 당시의 로마 가톨릭 교회와 유사한 것이다. 위계질서 속에 권력의 오용과 진리를 벗어난 문제점을 제기하기란 불가능하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강자에게 굴복하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세일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혁적인 사상을 가지고 한국교회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냉혹한 위계질서 속에 선배와 윗사람이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아랫사람은 맥을 못쓴다.

10.

교회내의 최고권위인 성서읽기와 교육문제도 당시 주민들은 문맹자들이어서 90% 주민들은 성경을 읽을 수 없었다. 성서의 올바른 이해에 앞서 글읽기도 수월찮았던 것이다. 그래서 시급한 과제가 교육문제였다. 그래서 루터는 시의회 의원들에게 그리스도교 학교를 건립 운영하도록 호소하는 글을 썼다. 무엇보다도 오늘 우리는 독일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학교들이 파멸되고 실패하고 있는지를 경험하고 있다. 대학교들은 쇠퇴하고 있으며 수도원들은 몰락하고 있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처럼(40:7-8)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고 있다. 여호와의 숨결은 그의 말씀을 통하여 그 위에 불고 복음을 통하여 그 위에 뜨겁게 비취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이 기관들이 얼마나 비기독교적이며 오직 인간들의 배를 채우기 위하여 전념하고 있는지 밝히 드러나고 있다. 루터가 강조한 것은 교육기관들은 사회적 지위나 재산형성을 위한 길잡이로 또는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교육기관은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결국은 개인의 욕망을 채워주는 역할이 교육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과제를 눈앞에 둔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새로 이해하면서 개혁물결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성직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고 또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지위가 아니기에 육신적인 이기심에서 자녀들의 교육을 중시했던 부모들은 더 이상 수도원 학교나 성당학교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1527년 헤센의 수도원들이 세속화되고 헤센의 필립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혁하였다. 1527년 마부르크에 개신교 최초의 대학교 설치되었다. 헤센의 필립이 바랐던 것은 백성들의 문맹퇴치였다. 1539년 슈트라스부르크에 종교개혁자 마틴 부처는 사회 계층에 관계없는 치겐 하이너 교육규정을 적용하자고 하면서 시민의무 교육을 실시하였다. 1530년 루터는 뉘른베르크의 라자루스 슈팽글러에게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야 할 부모의 의무에 대한 설교문을 보냈다. 정부는 유망한 소년을 발견할 경우에 학교에 보내는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그 아버지가 가난하다면 교회의 재정이 도움을 주는데 나서야 한다. 부자들은 장학재단을 세운 저 몇몇 사람들처럼 이 사업에 관심과 뜻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 했다.

루터는 그리스도인이 믿음의 최고 권위인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1521년 프리드리히 3세의 도움으로 발트부르크에 은신한 루터는 11주 만에 독일어 성서를 번역하였다.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의 히랍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였다. 아이스레벤의 시장 아낙네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대중언어로 번역하였다. 이것을 ‘9월 성경’이라고 한다.  그후 12년이 걸려서 1534년에 구약이 번역되었다. 여기에 덧붙여 소교리문답서 대교리문답서를 출판하였고 십계명 해석 신앙고백문 해석 주기도문 해석과 두 가지 성례전인 세례와 성만찬의 해석을 출판하였다.

11.

끝으로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이 발전한 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가톨릭교회 내부에서 교회의 타락을 경고하면서 윤리적 개혁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종교의 개인적인 측면을 강조하였고 성경의 권위를 회복하고 모든 사람들이 성경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은 인문주의자들이었다. 에라스무스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는 훗날이지만 이그나티우스 로욜라가 조직한 예수회가 있다. 가톨릭의 동방선교를 주도한 이들은 프란시스 하비에르 마테오 리치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두번째는 교리신학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여 비판하는 종교개혁자들이 있었다. 영국의 위클리프가 영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신학적 차이점을 드러냈어도 결코 죽이지 않았던 가톨릭 교회는 보헤미아 프라하대학교의 총장을 지낸 개혁자 얀 후스를 유인하여 1415년 콘스탄스에서 화형에 처하였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 츄리히의 울리히 츠빙글리히는 루터와 성만찬에 대한 견해가 달랐지만 개혁에는 목숨을 건 순교자로서 농민전쟁에 나가서 전사하였다. 이들은 초국가 교회인 바티칸에 저항하여 민족국가를 건설한 인물로서 개혁교회를 일으킨 것이다.

초국가교회인 바티칸과 종교개혁으로 형성된 민족 국가단위의 개혁교회에 이어 세 번째 종교개혁운동은 성만찬에서 분급하지 않던 포도주를 나누고 교회내의 각종우상과 조작품들과 회화들을 철거하였다. 지금도 스위스 제네바 생피에르교회당을 방문하면 당시 우상들을 철거하고 겨우 남은 축조물이 예배당 배경을 이루는 스테인드그라스밖에 없다. 스위스의 개혁교회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칼뱅의 교회는 우상철거에 철저하였고 음주 가무 도박과 간음행위에 대하여 가차없는처벌을 내리고 이단자들을 색출하고 정죄하기를 서슴치않았다. 루터교회는 대신에 가톨릭 교회의 미사도 일부 수정하여 집전하였고 오래된 교회당들의 회화와 조각상들을 존치하였다.

독일종교개혁은 스페인 가톨릭 교회나 프랑스 가톨릭 교회같은 권력국가가 아니고 신성로마제국의 국경선 안에서 느슨한 형태의 권력을 유지하며 결속된 황제체제였기 때문에 독일지역에서는 민족국가형태의 새로운 개혁교회 체제가 가능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루터가 활동하던 시기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스페인 출신으로 칼 5세가 지배하였는데 이시기 국가권력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콘스탄티노플이 무슬림에게 함락당하는 등 국제정세가 신성로마제국의 위태로운 정정에서 독일 여러 지역의 제후도시들은 신성로마제국의 통제에 반발하고 있었다. 특히 한자동맹이라는 상역권이 작용하고 북부지역 루터의 개혁을 지지하는 제후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강력한 통제를 하지 못하는 칼 5세는 지역 패권을 허용하고 느슨한 대응을 하였다. 이것이 루터의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틈새기를 이용하여 가톨릭교회에 반발하는 세력들이 한데 뭉쳐서 종교개혁을 일으킨 것이다. 연약한 황제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티칸에 저항하는 루터교는 마인츠 강 북쪽에서 강성하게 자랐던 것이다. 그것이 루터로 하여금 독일이라는 새로운 민족국가의식을 고취하고 통일기반을 터닦는 계기가 되었다.

루터교는 이후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주류교회가 된다. 이탈리아 바티칸에 대항하는 북부지역의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제국들이 루터교회의 기반이 된 것이다. 그러나 루터의 종교개혁은 민중과 거리를 둔 관료 의존형 개혁으로서 루터가 농민전쟁을 반대하였다. 결국은 민족국가 단위의 개혁교회를 이루는데 만족한 것이다. 한편 독일 남부지역과 스위스 북부지역 독일어 지역에서 일어난 개혁교회는 칼뱅의 제네바에서 개혁교회의 모델이 형성되었다. 시의회의 지원으로 구축된 개혁교회는 서민대중들의 신앙각성운동을 펼치면서 개혁교회의 중심을 장로가 주역이 되는 당회로 구성한다. 이들이 교회와 국가 간의 통제된 신앙을 거부하고 개혁적인 신앙정신으로 대중신앙의 기초를 놓는다. 이것이 네덜란드에서는 개혁교회로, 스코틀란드에서는 장로교회로, 미국 신대륙에서는 회중교회로 자리 잡는다.

한편 제3의 개혁운동이 일어났다. 재침례파라고 불리는 이들은 신앙세례를 강조하고 교회와 국가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자발적인 신앙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신약성서가 증언하는 복음정신에 맞게 초대교회 신앙을 추구하고 신앙고백을 다시하여 정체성을 삼고 나왔다. 재침례파라 불린 이유이다. 이들이 제세례파(Anabaptism)운동이었다. 이들은 유아세례를 거부하였고 국가가 통제하는 교회로부터 탈출하였다. 그러나 민족국가 교회를 형성하던 개혁파들보다 급진적이었던 관계로 모진 박해를 받아야 하였다. 견디다 못해 이들은 신대륙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네덜란드 가톨릭 신부 시몬 메노가 지도하던 메노나이트와 보다 고전적인 신앙공동체 아미쉬들도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이들은 전도를 강조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신앙세례를 강조하면서 집단적으로 모이고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가공해서 팔고 신앙공동체를 구축하였다. 이들은 비폭력 무저항 평화주의를 모토로 하여 신앙 공동체을 형성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면 이들의 비폭력 무저항 평화주의는 현대적인 종교개혁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들은 500년이 지나는 동안 민족국가단위의 종교개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신앙의 과제를안고 있는 이들에게 정의 평화와 인권 민주화 운동의 선구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맨 처음 루터는 1524-1525년에 발생한 농민전쟁에서 귀족들의 편을 들고 신비적인 민중신앙운동을 비판하였다. 루터와 토마스 뮨처가 갈라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였다. 토마스 뮨처는 그 이름도 유명한 교회없는 개혁자였다. 그는 루터의 성만찬 이론에 반대하였고 신학적으로 보다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면서 마침내 농민세력들의 신비신앙에 경도되고 무리한 개혁요구여 동조하여 전쟁에 합류하였는데 결국은 참패당하고 가톨릭 세력에 잡혀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것이 민족국가교회를 일으킨 루터사상의 문제점이었다.

루터의 후기 사상에도 이러한 배경 이해가 필수인 이유이다. 종교개혁의 후유증으로 일어난 유럽의 30년전쟁(1616-1646)도 이러한 갈등의 표출이었다. 유럽 종교개혁의 과제가 얼마나 지난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제후가 믿는 신앙이 지역의 신앙으로 결정되는 종교개혁의 판도에서 민중신앙과 독자성있는 개혁신앙은 설자리를 잃었던 것이다. 베스트팔렌 협약으로 수습은 되었지만 전쟁을 거치고 난 유럽에는 가톨릭 교회 루터교회 개혁교회가 등장하여 천하삼분지계를 이루게 되었다.

12.

만인사제직 선행 실천 및 교육 이해에 드러난 대로 루터의 공공성은 그의 신학사상의 기반을 이루는 것이다. 개개인의 종교적 신앙적 차원뿐만 아니라 온 사회와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친 것에서 볼 수 있겠다. 정치계에 호소하여 그의 전반적인 개혁사상을 알 수 있는 독일 그리스도교 귀족에게 보내는 글에서 루터의 개혁사상은 근세 민주주의의 기초를 보여주고 있으며 사회 전체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공공성을 보여주고 있다. 선행에 대한 문제에서도 그렇지만 칭의와 선행의 상관관계에 대한 그의 새로운 해석이 자신의 영혼구원 만이 아니라 이웃사랑을 바탕으로 깔고 이루어지는 선행(Caritas)와 디아코니아(Diakonia)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는 이것은 그의 ‘선행에 관하여’에서 보듯이 칭의론의 잘못된 이해를 막았고 새로운 차원의 봉사와 기부문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러한 루터의 개혁사상은 오늘날 한국감리교회가 그대로 모방할 대상이 아닐지라도 그것에 대하여 재고하며 16세기 유럽 교회의 상황과 오늘의 우리의 상황에 대해 깊이 있게 비교분석하고 숙고하며 재조명하는 것이 이번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포럼을 맞는 의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발제자는 말하고 있다..

13.

최근의 세계교회 동향이 칭의론에 대한 공감이 형성되어 신 구교 간의 교리 신학적 장벽이 허물어지는 듯 하지만 개신교 중에서도 오순절성령은사주의운동과 독립교회들의 약진으로 기존의 국가교회들과 기성교단들의 부진을 드러내고 있다. 논찬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가톨릭이 고난당하는 민중과의 일체감을 보여준데 비하여 개신교 특히 한국의 개신교는 방공 이데올로기에 귀속하고 자본주의 물신풍조에 밀리는 가운데 독재정권에 순응하고 개교회주의와 사유화를 저지르는 등 하나같이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자 한다. 단지 교역자의 영적, 도덕적 문제만이 아니고 교회의 구조악이 교회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어디에선가 개혁과제로 제시한 교역자 사례비 상한선 긋기 문제와 교회규모 상한선 정하기 문제는 심각한 교회문제를 희석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교회를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선교하는 교회운동을 전개하여 큰 교회보다는 자립하는 작은 교회를 살리면서 인간영혼의 상층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과 전도의 노력으로 교회살리기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그런가하면 19세기 초 한국에 들어온 미국 영국의 장로교는 3자 원칙에 의한 네비어스 선교전략으로 자립선교의 기틀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 보면 개체교회의 부흥을 위한 성경공부 제자화 과제를 소개하고 정착시켰다. 특히 자립체제하의 장로교육과 성도들의 성경공부를 통하여 굳건한 제자도를 구축하였다. 반면에 감리교 선교는 초기부터 미국의 북감리교회가 제시한 기독교 문명론에 입각하여 교육목회에 치중하였는데 이것은 기관목회는 성하였어도 정작 중요한 개체교회 성장이 부진하여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런데 10년 늦게 들어온 남감리교회는 전도에 강조점을 두고 직접전도를 채택하여 개성을 근거지로 하여 황해도와 강원도 일대를 개척하였다. 광복 전의 서부연회 지역은 388개의 크고 작은교회들이 있었던 것은 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1909년 개성에서 시작한 20만 전도운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선교적 태세가 직접전도에 있었고 서울에 중앙전도관을 운영하면서 일선 목회 부흥성장에 우선권을 부여했던 것이다. 이러한 남북감리교회의 상이한 선교전략은 지금도 100만 전도운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전도전략의 역동성을 되찾아 교회개척만큼 중요한 제자도를 구축하여 일선목회의 성장전략을 위한 신학대학교별 집중훈련을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8년부터 실시할 감리교 통합신학대학원을 통하여 수급 조절을 하면서 집중적인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목회자 소명의식 배양문제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목회자의 소명의식의 결여는 전문목회 훈련을 통하여 재충전할 필요성이 있다. 깊은 성령체험은 목회소명을 심화시키고 거듭난 자의 심령을 가지고 밥벌이로서 임하는 목회를 버리게 만든다. 이렇게 소명의식에 투철한 신학생 지도자들을 훈련시켜서 일선 교회로 파송해야 한다. 이러한 복음에 확신을 갖고 있는 전도자는 기본기에 충실하게 전투력을 갖추는 것이다.

지금 감리교는 속회마져도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의 도를 전하는 본격적인 성경공부준비를 해서 자유주의 신학에 물들고 세속화에 흔들리는 오늘의 일선교회를 극복하고 복음의 능력을 체험하고 행사하는데 익숙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신학생때부터 기도하고 성경읽기를 전념하는 이들이 나와서 성경연구에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그러한 훈련프로그램을 익혀야 한다. 일선교회에서 먹히는 성경공부 교재를 개발하고 겸하여 성도들의 영성훈련을 통하여 21세기 감리교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감리교는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교역자들이 편의주의 빠져 정치화, 관료화되고 있다. 교회 정치에 물든 교역자들은 일선목회를 기피하고 정치를 하여 교단본부나 연회본부로 가기를 소원하고 있다. 더군다나 행정만능에 빠져서 기능주의적인인물들이 태반이다. 지금 감리교는 1만 7백명이 넘는 교역자에 12개 연회 230개 지방 장로들이 1만 5천명이나 된다. 이러한 거대한 교세를 갖고 있는 감리교회는 치리할 문제만 해도 엄청나다. 특히 교리장정 연구나 행정구조 개편문제나 재판위 운영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다 전체감리교를 하나되게 이끌만한 싱크탱크마져도 존재하지 않는 형편이다. 이와같은 불비한 사항을 안고 있는 감리교 선교와 목회현장에서 직면한 과제는 글로벌 선교 전략이고 결단력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교회성장의 과실을 거두면서 발생한 부패무능구조를 청산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특히 교단문제를 놓고 벌이는 각축전이 볼만하다 할 것이다. 중도적인 대부분의 목회자들과 달리 개혁적인 에큐메니칼한 세력과 여기에 대항하는 온전 보수 현실주의자들간의 주류 다툼에 오순절성령은사를 가지고 있는이들이 있다. 이러한 대립현상은 감리교 신학의 자유분방한 사상동향과 결부되어서 신학적 입장과 선교전략을 달리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 동향은 목회자들의 분열만이 아니라 장로들 사이에 선교적 태도나 신앙적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감리교 정치에 맛을 들인 장로세력들이 조직화하고 있고 교역자들이 자유주의 성향을 가지고 교권과 대립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형교회나 중견교회 중에서 오순절 성령은사주의복음주의 세력이 만만치 않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한 요소들이 작용하여 교단의 일체감을 박탈하고 있다. 오히려 감리교 신학적 선교적 정체성이 탈탈 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음주의 오순절에 에큐메니칼이 가세한 형국에서 감리교 부흥신앙의 원음을 되살리고 사회정의를 추구하려는 교단의 일체감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감리교 현실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제안하기는 성경적 원리를 터득하고 목회적 교양과 선교적 비전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감리교 목회자들은 성령역사에 민감하고 사회 변혁적 행동신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그룹이 절실하다. 그것이 영혼구원의 사명과 민족구원의 책무를 절박하게 느끼는 예언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