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경기도 가평의 한 교회에서 특송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곡이었습니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라는 가사의 노래로 이미 우리 한국교회에 많은 은혜를 선사한 곡입니다.

 수 없이 불러왔던 곡이었지만 그날따라 왠지 마음이 울컥하고 가사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저의 생생한 신앙 고백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시골교회의 성도들도 같은 은혜를 느끼셨는지 강사 목사님의 설교를 앞둔 상태에서 기립박수와 앙코르를 받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었습니다.

 이틀 뒤, 그 날의 은혜와 그 찬양의 멜로디가 아직 마음속에서 사라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우 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작곡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신상우 씨 가 10월 12일 간암으로 소천하신 것이었습니다. 음악가로서 꽃다운 나이라고 할 수 있는 50세에 말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별이라 마음이 더 아려왔습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한 장면인양, 잠시 20년 전 과거로 돌아가 봅니다. 상우 형을 처음 만난 것은 1998년 방배동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였습니다. 당시 성악과 2학년이었던 우리들은 81학번 박종호 선배님의 9집 녹음을 위해 그곳에 모였습니다. 저는 평소에 아끼던 박종호 악보집을 가지고 가서 싸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피아노 앞에 조용히 앉아있는 한 꽃미남을 발견했습니다. 상우 형은 헐거운 하얀 남방에 검정 조끼를 걸치고 수줍게 웃고 있었습니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 그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형은 그 음반에서 건반과 편곡을 담당했었는데 녹음 내내 깐깐했던 프로듀서와 박종호 선배님의 요청을 다 받아내며 한편으로는 우리와 같은 ‘을’의 입장에서 녹음이 이토록 힘든 것임을 몰랐던 순진한 후배들을 토닥여 주었었지요. 그 음반에는 상우형의 노래도 몇 곡 들어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송명희 시인의 가사인 ‘그래도’라는 곡이 기억에 남습니다.

네가 나를 떠나가도/ 그래도/ 나는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네가 나를 버려도/ 그래도/ 나는 너를 버리지 아니하리라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하며
네가 지은 죄 많으나/ 그래도/ 나는 너를 용서하리라
네가 천하고 미련하나/ 그래도/ 나는 너를 받으리라

-송명희 작사, 신상우 작곡, ‘그래도’

 상우 형과 함께 음악 작업을 했던 후배에게 물어보았더니 형으로부터 직접 들은 ‘하나님 은혜’의 작곡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음대 졸업 후 캐나다에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CCM 사역에 뛰어들었지만 많은 실패와 어려움을 당했었고 음악을 포기하려고 할 때 쯤 그 노래를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사역해왔지만 생활이 어렵고 영적으로도 지쳐갈 때 이 찬양은 제목처럼 상우 형에게도 ‘하나님의 은혜’가 되어 주었습니다. 조은아씨의 가사를 받아들자마자 다른 조건이 아니라 ‘나의 나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펑펑 울 수밖에 없었고 약 30분 만에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이 찬양은 우리 한국 교회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너무나도 이른 나이에 하나님 곁으로 갔지만 상우 형의 노래들은 여전히 우리들 가운데 남아 있고 앞으로도 계속 불리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작곡가 신상우는 하나님의 은혜의 또 다른 가사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떠났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 은혜라!”

*음악듣기 : 피아니스트 & 작곡가 신상우가 연주하는 ‘하나님의 은혜’
https://youtu.be/1ySzzMKxWg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