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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히 잠들 수 있는 곳... 안면도랍니다[안면도 뒤안길] 안면해변을 들며, 생과 사의 살벌함을 생각합니다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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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0월 11일 (수) 14:26:58
최종편집 : 2017년 10월 11일 (수) 14:34:59 [조회수 :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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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면해변, 창정교에서 내륙 쪽으로 한 컷 잡았습니다. 아침 해돋이의 모습입니다.
   
▲ 창정교의 마스코트, 안면도에서 꽃게가 많이 나기에 다리 난간에도 꽃게 케릭터가 있는 것이지요.

 

(이전 기사 : 그대는 누구에게 빈 의자입니까)

삼봉과 기지포해변에 취하다 이제 좀 편안한 해변으로 들어섰습니다. 안면해변을 걷습니다. 안면도와 이름이 같은 안면해수욕장이죠. 안면해변을 걸으며 ‘안면도(安眠島)’라는 이름에 대하여 생각했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그 이름의 유래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왜 안면도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안면(安眠)’은 ‘편하게 잘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언제는 편안하게 잘 수 없었다는 말이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원래 안면도는 섬이 아니었습니다. 태안반도 남쪽의 곶(串, 갑)이었던 거죠. 그런데 배가 이 곶에 이르면 침몰하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났다고 합니다.

고려·조선시대에 국가에 수납하는 조세미(곡물로 내는 세금)를 지방 창고에서 경성의 창고로 운반할 때 조운선(漕運船)이라는 배를 이용했는데(두산백과 참고), 이 배가 이곳에 이르면 침몰하는 사고가 잦았다고 합니다. 이를 방지하게 위해 곶의 육지에 접한 부분을 잘라 운하를 건설한 것이죠.

운하는 1683년 충청관찰사였던 김육이 천수만과 서해 사이에 물길을 뚫는 판목운하로 건설했습니다. 이때부터 인공섬인 안면도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으로 탄생한 거지요. 천수만 쪽이 풍랑이 덜 하기 때문에 이 운하로 말미암아 안면곶도 파도가 잔잔하게 되어 조운선 침몰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거고요.

‘안면도(安眠島)’의 이름의 유래

   

▲ 기지포해변과 안면해변 사이에는 창정교가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야 기지포해변에서 안면해변으로 갈 수 있습니다.

   
▲ 창정교에서 내률 쪽으로 뻗은 만의 모습입니다.

 

안면도라는 이름은 배의 침몰사고가 없으니 ‘편안하게 잘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위키나무 참고)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숲으로 우거져 있는 자연 환경을 나타낸 지명으로 여겨진다”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안면도의 명칭을 생각하며 놓치지 말하여 할 게 있습니다. 태안군의 명칭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태안(泰安)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준말로써 ‘국가가 태평하고 국민이 평안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태안만 놓고 보면 ‘태평하고 안락하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태안군청 홈페이지 참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조금 더 첨부하겠습니다. 안면도 면적은 87.96㎢에 이르고요, 인구는 1만 3000 명 정도입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고랍국, 고려시대에는 안면소·광지향, 조선시대에는 안상면·안하면이라고 불렸고, 임진왜란 이후 안면소·안면곶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두산백과 참고)

너무 자랑질(?)이 길었나요. 아무튼 안면도와 같은 이름의 해변이 바로 안면해변입니다. 여름 한 철은 이곳도 해수욕장으로 개장되어 많은 이들에게 휴식을 제공하지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해변입니다.

기지포해변에서 들자면 만(灣) 하나를 건너야 합니다. 이 만은 폭이 좁아 해안관광로를 다리 하나로 연결하고 있답니다. 창정교가 이 다리인데 이 다리에서는 꽃게 캐릭터가 반갑게 맞아 준답니다. 이곳 안면도가 꽃게 생산지라는 걸 고놈이 밝혀 주는 셈이죠. 백사장항, 방포항 영목항 등 안면도의 항구에서는 꽃게와 대하를 비롯하여 각종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답니다.

기지포해변의 숲길을 따라 창정교를 건너면 안면해변입니다. 반대로 안면해변의 숲길의 끝에서 창정교를 건너면 기지포해변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디서 출발하느냐가 그 삶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진리를 안면도의 해변길을 걸으며 습득하게 됩니다.

기지포에서 시작하면 안면이 그 다음이지만, 안면에서 시작하면 다음이 기지포인 거죠. 다리 하나를 놓고 순서가 그리 결정되는 겁니다. 그러니 처음과 나중이란 게 별것 아닌 거예요. 우린 삶 가운데서 이걸 가지고 얼마나 싸우는데, 자연은 그저 그건 사람들이 정한 순서일 뿐이라고 훈수를 두는군요.

창정교를 지나 안면해변으로

   
▲ 기지포 쪽에서 창정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안면해변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서있습니다. 이 길로 들어서면 안면해변이 나옵니다.
   
▲ 안면해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거대한 거미입니다. 달맞이꽃을 기둥으로 거미줄을 밤새 짓고도 모자라 아침까지 열심히 집을 짓고 있습니다.

 

창정교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장관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지는 작은 만은 어렸을 때 망둥이 낚시를 하던 내 고향 강화도의 바다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기지포 쪽에서 창정교를 건너자마자 오른 쪽으로 안면해변의 입구임을 알려주는 안내표지판이 있습니다.

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군사시절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만의 끝자락이 해변과 닿아있습니다. 내가 자꾸 만, 만 그럽니다만 이 만은 이름도 없습니다. 굳이 이름을 붙일 만하지 않다는 의미겠죠. 그냥 다리 하나로 건널 수 있는 내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내륙 쪽 사정이고 해안 쪽으로 멀리 나가면 언제 내가 있었느냐는 듯 그냥 해변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실은 안면도의 대부분의 해안이 그렇습니다. 삼봉에서 기지포도 내륙 쪽으로는 작은 내가 있지만 바다 쪽으로는 기지포와 삼봉을 굳이 분리할 수 없답니다.

항상 육지가 문제입니다. 바다는 전혀 문제가 아닌데 말입니다. 육지에 사는 인간이 문제입니다. 바다에 사는 그 어느 것도 서로 구별하지 않는데 인간은 자꾸 나와 남을 구별하려 들죠. 우리들의 삶에서도 ‘갑’도 없고 ‘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안면해변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밤새 고된 작업을 하고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집 마감작업을 하는 거미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체구만큼이나 거대한 거미줄을 만들었군요. 누가 이 거대한 거미의 먹이가 될지 걱정입니다. 그의 밤샘작업이 헛수고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사진 한 컷 담습니다.

곧, 어? 이 바람 괜찮은 것인가, 하는 생각에 미칩니다. 거미줄에 누군가 달리면 거미야 먹고살 수 있지만 걸려든 그 누군가는 죽는 거잖아요. 이것이 바로 날것의 생존 현장입니다. 우리는 이런 동물의 세계를 너무 아름답게만 보는 경향이 있죠.

그 어느 곳이든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건 자연스런 이치인가 봅니다. 해변길도 예외가 아니군요. 그 아름다움 뒤에는 이런 생과 사의 살벌함이 있습니다. 갈매기와 작은 물고기도 마찬가지이지요. 오늘은 아름다움 뒤에 숨은 살벌함, 편한 잠 전에 있던 침몰을 생각하는 걷기였습니다.

[안면도 뒤안길]은 김학현 목사가 안면도에서 목회하면서 걷고, 만나고, 생각하고, 사진 찍고, 글 지으면서 들려주는 연작 인생 이야기입니다. 안면도의 진면목을 담으려고 애쓸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 광활한 안면해변의 모습입니다. 게를 비롯하여 여러 바닷가 생물들의 보금자리이지요.
   
▲ 안면해변의 모습입니다. 바닷물로 인한 모레 침식이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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