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 반가운 분이 예배에 참석하셨습니다. 8월 마을선교를 할 때 집 도배를 했던 두 가정 중 한 가정은 저희 교회 교인분이셨고 다른 한 가정은 믿음이 없는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 없던 가정의 7살 난 아이가 한 주 먼저 교회에 나오더니 지난주에는 아이의 어머니가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오셨습니다. 교인들은 모두들 반가워하며 새로운 성도를 맞이했습니다. 한국어가 조금 부족하고 교회의 분위기에 익숙하시지 않아 어색해 하시기는 했지만 오전 오후 예배를 함께 드리고 장로님의 운행차량을 타고 가셨습니다. 마을선교팀의 사랑과 헌신으로 귀한 열매가 맺혔습니다.

   오늘은 최근에 제가 만난 지역 주민 중 한 분(이하 A)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A씨는 서울에서 건축설계관련 큰 회사를 운영하셨던 분입니다. 자회사를 4개나 가지고 있었고 특허기술을 여덟 가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A씨의 말로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이 돈을 버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공사를 수주 받고 특허기술을 가지고 공사 진행을 하면 연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돈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일이 착착 잘 진행되던 어느 날 A씨는 강원도 고성에서 다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사자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수십억의 사업을 진행했지만 일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6년간 수입 없이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가족들과 헤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가족관계가 악화일로에 있고 사업상황도 도저히 돌이킬 수 없게 되자 A씨는 추진하던 사업을 접었고 고성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이혼을 하고 자녀들과의 연락도 끊어졌습니다.

   농사를 짓자고 하니 농기계가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농사도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의 농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구덩이가 생겨 차를 가지고 농장에 올라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혼자서 퇴비를 지고 산을 오르자니 농사가 잘 될 리 만무합니다. 그 때 서울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와서 일용직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한동안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고성으로 내려오려고 짐을 싸 놓고 잠자리에 든 날 저녁에 A씨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얼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와 달라고 말하고는 정신을 놓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A씨는 병원 침상에 누워있었습니다.

   A씨는 자신에게 내려진 뇌졸중(중풍)이라는 진단에 분개했습니다. 억울해서 세상을 그만 다 때려 부수고 싶었다고 합니다. 치료를 받은 후 A씨는 다시 고성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산에 목을 매달고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재산도 잃고 가족도 잃고 자신 있던 건강마저 잃고 나니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A씨는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몇몇 사람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신의 농장으로 올라가던 길에 파여진 구덩이를 메워주었고 새로운 일자리도 알아봐 주었습니다.

   A씨는 이렇게 말 했습니다. “죽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살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쉽게 돈을 벌어들이던 시절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그 돈을 다 썼어요. 지금은 적은 돈이지만 제가 일 해서 다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습니다. 한 달에 80 만 원 정도면 엄청 큰돈이거든요.” A씨는 많은 것을 가졌다가 그 모든 것을 다 잃은 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절망 속에서 신음하던 A씨에게 빛이 되어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동안 성공한 삶 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바로 진정한 자신이 아니었을까요? A씨는 최근 인근의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A씨를 보면서 사자성어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기에 좋고 나쁨을 가지고 일희일비 하지만 세상은 그보다 더 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도 다 가진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을 다 잃은 것 같아도 다 잃은 것이 아닙니다. 세상은 본디 하나님의 것이고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세상을 다 가지거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고 자만하거나 낙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가 최고라든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여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진정한 자신)을 부정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A씨와 이제 막 믿음의 발걸음을 뗀 저희 교회 새로운 교우의 삶에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저에게도 그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