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류기석칼럼
개신교 수도원 '성빈수녀원'을 찾아서류기석의 생태공동체 이야기 중에서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7년 09월 12일 (화) 12:14:37
최종편집 : 2017년 09월 14일 (목) 01:59:45 [조회수 : 98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류기석의 생태공동체 이야기

오늘날처럼 생태공동체 안에 속해있는 생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은 문명위기의 시대는 없었다. 이전의 위기는 모두 부분적이었지만 현재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무수한 생명체들의 상호의존 전체에 대한 위기다.

   
 

핵과 관련된 긴박한 상황들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협함은 물론 극지방의 해빙과 오존층의 파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 등 욕망 충족을 위한 무한 경쟁과 전쟁은 이제껏 누려왔던 경제적 풍요와 편리, 도적적인 법과 제도, 시적 정서적 예술과 철학, 종교 등 인간문명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길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혼란과 영성이 고갈되어 이제껏 현대문명에 짓밟혀 살아온 마음을 다시금 다잡고 희망의 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제적인 것만을 위해 마음을 꾸며내고, 짓밟아 음해하고, 사기치고, 이웃을 죽이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물질적인 욕심과 명예, 권력 등에 가려진 내면의 공허함을 올바른 경건과 지식으로 채워야 한다.

이러한 경건과 지식을 위한 장소로는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약시대에 벧엘이나 요단 강변의 엘리사 생도학교 훈련원을 상기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우선 오염되지 않은 물과 울창한 삼림이 우거진 입지적 여건을 갖춘 땅의 환경을 보전하면서 도덕적으로도 바른 신앙을 회복하고, 노동과 기도로 자급자족하는 생태공동체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더불어 기독교인과 교회도 세속화를 하루빨리 끝내고 참 생명은 하늘 즉, 영성에 담겨 있음을 알고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생태공동체 터를 찾아서

지난 주말 이른 아침부터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부산하게 남양주 금곡리 집 옆 하천가 작은 비닐하우스에 무와 배추를 심기위한 밭 작업을 끝내고는 한동안 뜸했던 오지 생태공동체 마을의 새로운 ‘터’ 찾기를 위한 길을 떠났다. 다른 어느 때 보다 기대감이 컸던 터라 지인과 함께 한낮의 쨍쨍한 햇볕을 친구삼아 아홉 골짜기의 서로 다른 경치를 자랑하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를 찾았다. 조선중기의 성리학자 김수증이 은거하던 화음동정사의 절경들인 물과 바위가 일행을 반겼다.

   
 

화악산은 삼일리, 용담리, 사창리와 맞닿아 있고 매월당 김시습이 여기서 지낸 적이 있다고 한다. 매월당 김시습, 곡운 김수증, 삼연 김청흡 등 삼현이 이곳에서 은거하며 살다가 편안하게 가신 곳이라 하여 삼일리다. 이곳에는 17세기 후반 개인사고(지금의 도서관)가 있어 학자들이 제자들을 가르쳤다고도 한다.

특별히 노론계 성리학자인 김수증은 1670년부터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땅의 아름다움에 끌려 원래의 지명인 사탄을 개칭하여 곡운이라 부르고, 곡운정사와 농수정을 짓고 살았다. 그리고 용담천 아홉굽이에 각각 이름을 지어 곡운구곡이라하고, 평양출신 화가 조세걸을 시켜 이 구곡의 실제 경치를 그리게 하였다는데 지금도 실경산수화 열폭 그림이 시화첩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빈수녀원을 찾아서

오전일정은 이곳 삼일리와 용담리 구운구곡이 절경인 터를 둘러보고는 오후 들어서 두류산과 복주산 고산준령들이 병품처럼 감싸고 있는 사창리와 명월리 맑고 청정한 풍수를 즐기며 사람살기 좋은 곳을 찾다가 뜻하지 않게 들렀던 곳이 바로 성빈수녀원이었다.

   
 

산속에 자리잡고 있는 성빈수녀원을 찾았던 늦은 오후시간은 유난히 떠나는 여름과 찾아오는 가을이 자리바꿈을 해서인지 하늘은 맑고 높아 청아했다. 우리에게 성빈수녀원에 대해 처음 이야기 해 준 이곳 토박이 지인은 정식 카톨릭 성당은 아닌 것 같은데 수녀복장을 한다며 수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독교 생태공동체 마을을 꿈꾸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곳 성빈수녀원의 수도생활이 몹시 궁금했다. 그것도 터를 잡기 위해 찾았던 인근에 수녀원이 자리하고 있어 예고도 없이 방문하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수녀원은 평일 일반 방문자는 받지 않으며, 그것도 일주일 전 예약된 손님만 맞는다고 했다. 초기에는 여성에 한하여 피정을 받다가 4년 전부터는 부부 또는 단체피정도 받는다고 한다.

   
 

숲 길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놓은 성빈수녀원의 경내는 고요 그 자체였다.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 낮은 주변건물들이 인상적이고, 소박한 돌담, 앙증맞은 출입문, 샘물이 흐르는 바위, 흙집, 잘 정돈된 창고와 사무실 공간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깔끔하고 정갈했다. 두 자매 수녀의 손길이 구석구석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때마침 그곳 자매들의 안내를 받아 빈향(55세) 수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정갈하면서도 주변의 자연풍광이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수녀원 사무실은 밝고 환한 느낌을 주었다. 빈향 수녀가 투박한 도자기에 솔잎효소차를 정성스럽게 내어 대접하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톨릭과는 달리 개신교에서 수도생활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 주위의 엄청난 시선과 눈총을 받아가면서 22년 동안 살아왔을 처녀 두 사람은 초기 아무것도 없이 몸만으로 시작했던 수도생활의 그 어려움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천안의 디아코니아자매회(안병무 박사 설립)에서 각각 10년과 2년 공동체생활을 했던 묘향(58세)과 빈향은 개신교에서 처음으로 수도원 운동을 시작한 은성수도원의 엄두섭 목사와 수도생활을 하다가 1996년 자신들이 추구하는 수도생활을 위해 맨손으로 사창리의 빈농가를 임대해 수도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렇듯 초창기에는 먹는 것조차도 보장받지 못했던 두 수녀의 어려움과 시험은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는 정신으로 이겨낸 것 같다. 돈이 없어 몸으로 버터야 했던 지난한 긴긴 세월을 이제사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밝고 명랑했던 묘향이 1년 전 급성 암으로 하나님나라로 떠났다고 했다. 이후 빈향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담지는 못하지만 지나 온 시간들이 은총이었고, 기적이었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돈이 없었기에 돌을 나르고, 나무와 꽃들을 산에서 옮겨와 심기를 반복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도생활의 지침대로 하루 두 끼의 식사를 했단다. 그리고 날마다 기도와 묵상 등 수도자의 생활을 지키면서 저녁 7시면 잠자리에 든 후 새벽 2시30분이 되면 어김없이 기상한다고 했다. 하루 세 차례 지키는 기도시간은 개신교 성무일도서로 지키고 있다는데 소박하지만 깊은 맛이 풍겨온다.

성빈수녀원 안에는 예배당과 피정의 집, 수녀원 식구들이 함께 기거하는 생활공간, 흙집으로 지은 구들방 이렇게 4개의 건물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는데 현 부지를 마련하게 된 계기는 초창기 임대한 농가주변을 작은 들꽃과 나무들로 가꾸고 있는 모습을 보신 어떤 분이 자기 땅에서 심고 가꾸어야됨을 이야기하면서 은밀하게 부지마련 헌금을 건네주어 이 금액에 꼭 맞는 현 부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역시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지금도 어렵지만 쌀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자급자족하는 편이라고 했다.

   
 

 초창기에는 두 자매 수녀만 생활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 결손가정의 아이들, 버려진 아이, 약간의 정신지체가 있는 자매까지 총 8명의 식구가 살았다고 하는데 당일 방문했을 때는 3명의 자매들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은혜를 이웃들과 나누고 있었다.

이 가을 마땅한 피정집이 없다면 자연 속에서 고요하게 묵상하면서 삶 속의 종교를 찾을 수 있는 이곳을 한번 추천하고 싶다. 좀 색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피정의 집도 참으로 깨끗하고 정갈하다. 더불어 식사도 간소하지만 손수 재배한 것으로 직접 요리하는 것이니 담백하겠다.

   
 

물론 1인 1실이 기준이며, 부부가 원할 경우 2인 1실도 가능하다고 한다. 단, 방문자는 일주일 전에 사전예약이 필수다. 평일은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싱글인 경우 정해진 피정비용 없이 자유롭게 헌금을 하면 되지만 단체일 경우 1인 4만원(1일 3식)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서울에서 찾아가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화천행 버스를 타고 사창리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성빈수녀원의 주소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6리 13-2번지, 전화번호는 성빈수녀원 033-441-5251

   
 

 

류기석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6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