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편애하지 말라’고 친구들이 종종 얘기합니다. 개체수가 적어서 보기 드물게 귀하고 얼굴이 어여쁜 꽃들만 찾아다니는 꽃쟁이들을 비꼬며하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자랑삼아 보여주는 사진속의 꽃들이 낯선데 대한 반감이기도 하겠지요.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다 하면서도 주변에 흔히 보이는 꽃보다는 남들이 보지 못한 꽃, 사진을 잘 받는 모델노릇에 어울리는 꽃들에게 눈길이 더 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지금까지 개망초나 민들레, 분꽃이나 봉숭아를 제대로 담을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예뻐하지 않다기보다는 늘 우리 옆에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지요.

동자꽃도 7-8월, 조금 높이가 있는 산에 오르면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뭉쳐서 피어있다거나 색변이를 일으켜 빛깔이 남다르다거나 이름 앞에 특별한 별칭이 붙어야 그나마 카메라를 들이대게 됩니다. 잎이 가느다란 가는동자꽃, 줄기에 털이 있는 털동자꽃, 꽃잎이 깊게 갈라져 제비꼬리 닮은 제비동자꽃이 그것이지요.

꽃들은 저마다 꽃말을 가지고 있고 간혹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다지 관심은 없으나 동자꽃을 둘러싼 전설과 꽃말은 너무나 유명하지요. 한겨울 깊은 산속, 산사에서 마을에 내려간 큰스님을 기다리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어린 동자승을 기려 붙인 이름입니다. 거기에 걸맞게 꽃말도 ‘기다림’이구요. 동화로 나온 이야기 때문인지 야생화에 대해 눈길이 야박한 이들도 동자꽃 정도는 알고 있더군요.

우리들이 꽃에 대한 애정이나 갖고 있는 꽃상식은 넓디넓은 야생화 세계 안에서는 너무나 얄팍합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꽃 세계 안에서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너무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요. 자연이 늘 그리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