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를 사랑’을 깨부수는 것은 ‘너를 사랑’입니다, ‘나를 사랑’이 죽을 정도의. ‘나를 사랑’을 십자가에 매달아버림으로 ‘너를 사랑’으로 하여금 부활케 하십시다. 인간의 ‘나를 사랑’은 타락한 마음의 지배 아래 악용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그를 위해 자기를 주고 싶다는 열의가 솟으면 ‘나를 사랑’과 ‘너를 사랑’은 치열한 혈전을 치릅니다. 아, 누가 이길꼬? 하늘의 관객들이 목을 빼꼼 내놓고 내리어봅니다.

사랑의 감정 또는 끌림이 주는, ‘너’를 위해 ‘나’를 깨뜨리고 싶은 마음은 지금처럼 계속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로 사랑의 감정이 일 때에 더욱 힘서 ‘너를 사랑’이라는 행복한 비정상 세계를 침노해야 할 것입니다. 바람 부는 어둠 속에서 촛불을 지키듯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고픈 감정을 잘 살리어 그러한 사랑을 해볼 수 있기를 원합니다.

만약 ‘나를 사랑’과 ‘너를 사랑’이 싸워 안타깝게도 ‘나’가 이기면, 긍휼의 하나님은 다시 싸움의 기회를 주시니 ‘자녀 사랑’이 그것입니다. ‘나를 사랑’이 아무리 강해도 ‘자녀 사랑’ 앞에서는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혹은 체면이나 명분에 의해서라도 싸워 이기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나를 사랑’은 매우 교묘하고 속임에 능하여서 ‘자녀 사랑’을 ‘나를 사랑’으로 위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나’ 사랑은 ‘너’ 사랑이나 ‘애’ 사랑으로도 사실 깨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최후적 방법을 쓰셨으니 죽음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신’의 사랑을 나타내신 것입니다. ‘그 사랑’만이 이 절대적인 ‘나 사랑’을 깨뜨려줍니다. 다시 말하면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너 사랑’과 ‘님 사랑’, ‘애 사랑’, ‘저 사랑’, ‘이 사랑’, ‘새 사랑’, ‘참 사랑’이 온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그 사랑’의 줄기에 매달려 있으니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먹고 마시어 하나님의 사랑을 낳고 기를 것입니다.

연인이든 부부든 자녀든, 나를 쏟아 상대의 유익을 구하는 사랑의 담금질은 계속 됩니다. 나는 어디까지 왔는가?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 겸손히 그날그날의 사랑에 충성을 다하는 것 - 여기까지가 우리의 몫이외다. 하나님은 우리의 지독히 견고한 ‘나를 사랑’을 물갈이하시기 위해 여러 사랑의 경쟁대상들을 보내시어 그들로 우리의 사랑을 몸틀음 하시기 원하시나이다.

2.
청소를 한다거나 아니면 컴퓨터 작업을 할 때, 그대가 마음에 둔 사람이 그대를 보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럼 그대는 그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지요? 더 성실히 하고 더 밝게 하고 평소와는 달리 궂은일도 마다 않고 희생을 자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보십시다. 그럼 그 삶이 얼마나 더 의젓하고 성실해지겠습니까? 나아가 하나님께서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다. 물론 하나님은 실제로 보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하나님과 마음에 있는 그이가 나를 본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면 어떨는지? 그럼 한시라도 시간을 낭비할 수 있겠습니까? 더 열심히 살아서 하나님께 쓸모가 있고 또한 그이에게 떳떳하게 보이고 싶지 않겠습니까?

3.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으로 자기의 기쁨을 삼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으로 자기의 기쁨을 삼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날마다 주님께 나아가 그분의 은혜를 구함으로써 사랑하는 이에게 나를 내어줄 수 있으리니, 의심의 화형대에 상대를 매달려 하는 내 안의 미친 아담을 죽이고 대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상대를 위해 나를 십자가에 매닮으로써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려는 충천한 의욕 가운데에다가 자기를 보존해두는 것입니다.

나를 깨뜨림! 외적인 깨뜨림만 아니라 내적인 그 타락한 본성까지 깨뜨림! 이를 위해 필요한 강력하고 위대한 것 - 죽음만큼이나 강한 사랑입니다. 오늘 우리 안에 무슨 불신과 불만이 들던지 주님의 사랑으로 그것들을 뭉개어버리고 대신 신뢰와 고마움과 헤아려줌을 곱게 반죽하여 상대를 먹이고 섬기는 일에 진력하십시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이제 자기의 피와 살을 재료로 삼아 생명의 끼니를 지어 상대를 먹이고 자기는 상대 안의 영양분이 되어 사라지는 자리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