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지촌 할머니들의 뮤지컬(그대있는 곳까지 /이양구 대표_연출,구성 /유성숙 음악감독 / 9월12일 화 저녁 7시 30분 /서울여성플라자 1층 아트홀 봄_대방역 3번 출구) 의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들이 직접 출연하여 고통스러웠던 삶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내려고 노력하였던 시간들이 감동적으로 펼쳐집니다.

사랑과 이별의 기억, 클럽에서의 힘들었던 시간,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가 만났던 현실,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서로에 대한 위로가 하나하나 소소하지만 따뜻한 에피소드 속에서 펼쳐집니다.

낮은 목소리지만 다른 공연의 울림보다 더 크고 깊은 감동으로 여러분들의 가슴을 울릴 것입니다.

우리 할머니들이 한 해 한 해 몸이 약해지셔서 아마도 이번 뮤지컬 공연이 마지막 일듯 싶습니다.

때마침 KBS1 8.15 광복 스페셜의 ‘전쟁과 여성_그녀의 꿈’(2017. 08. 24) 이라는 프로에서 우리 할머니들의 사연과 뮤지컬 연습을 준비하는 소식이 방송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방송을 통해 미군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1970년대 정권은 한미관계를 우호적으로 회복하고 한국의 안보를 유지하고자 <기지촌 정화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미군들에게 '깨끗이 받쳐지도록' 성병검진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기지촌 여성들의 몸은 국가의 이해를 둘러싸고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기지촌여성들은 < 안보>의 도구이자 <경제 (달러)>의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기지촌 여성들의 개인의 안보는 국가로 부터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한 때 '산업역군'으로서 또 '민간외교관'으로서 칭송받던 평택 기지촌 할머니들은 지금 늙고 병들어 기지촌 쪽방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공사가 본격화 됨에 따라 안정리 일대의 땅값은 급등하였고 그와 함께 전/월세시세도 상승하였기 때문에 주거문제도 심각합니다.

다행히도 지난달에 유승희 국회의원께서 할머니들을 위한 법안, '미군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진실규명 및 생활안정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2017.7.14) 하셨는데 이법이 통과되어 속히 시행규칙이 제정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타단체 및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한국내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소송(2014.6.25)'을 하여 1심판결(2017.1.20)에서 일부승소를 한 바가 있습니다. 그 이후 항소하여 고등법원에서 3차재판(2017.8.31)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 정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고대합니다.

후대의 역사가가 기지촌 할머니들과 동시대를 함께했던 우리를 어떻게 표현 할까요?

여러분들께서 많이 참석하시어 우리 할머니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햇살사회복지회 대표 우순덕 드림

이제는 꼭 들어야 하는 ‘미군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우순덕 대표(햇살사회복지회)

지난 1월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낙검 수용소에 가두고 치료를 한 행위가 위법한 것이므로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이 특히 의미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는 이들 미군 ‘위안부’와 일본군 ‘위안부’를 구별하고 이들이 마치 서로 무관한 존재인 것처럼 바라보려는 시선이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선은 편견에 불과하다. 본회가 있는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K-6 캠프 험프리는 일제 말 일본군 비행장이 있던 자리였다가, 해방 후 6.25 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이 주둔하게 된 것이다. 우리 역사의 비굴함이 그대로 드러난 기지촌은 우리의 무능력과 책임전가로 힘없고 가난한 소녀들이 생존의 경계선에서 인간이 되기를 포기당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강제적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낸 국가와 사회에 보다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박태균, “국가와 사회도 책임을 져야,” 햇살소식지 6호, 2007.10.30., 3-4쪽)

이나영 교수(중앙대 사회학)는 이제는 ‘강제성’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있다. 신체나 정신에 폭력을 직접 행사한다는 좁은 의미보다는,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를 입었을 때 이를 자기 의지로 탈출할 수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강제성’을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만약 자기 의지로 탈출할 수 없었다면 ‘강제성’이, 그것도 ‘엄청난 강제성’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 미군 ‘위안부’들이 클럽에서 미군을 상대하도록 ‘강제’한 것은 1차적으로는 포주들이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맹속의 섹스>를 쓴 캐서린 H.S. 문은 공무원들이 ‘민간 외교관’, ‘달러벌이 역군’으로 지칭하며 그들에게 클럽 영업을 독려했음을 밝혀주었다. ‘국화회’, ‘자매회’ 등 자치회를 만들도록 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기지촌 정화위원회’까지 만들어 그들의 ‘섹스’를 관리했다는 것도 밝혀냈다. 어떤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 때마다 그들에게 9평짜리 아파트를 한 채 씩 지어주겠다는 ‘공약’도 하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캐서린 H.S.문의 글은 국가와 지역 사회도 그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때 기지촌에서 그들이 벌어들인 달러 수입이 국민총생산의 25%, 평택 지역 경제의 60%를 지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로서는 믿겨지지도, 믿고 싶지도 않은 진실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가난한 나라를 먹여 살린 ‘애국자’들은, 비공식적으로 미군을 상대했던 ‘민간 외교관’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관심이나 있는 것일까. 한때 그들이 기지촌에서 벌어서 보내주는 돈으로 먹고 살았던 가족마저 부끄러워서 함께 살기가 어려운데, 국가와 사회가 그들에게 과거에 혜택을 입었으니 이제라도 이들의 여생을 우리가 챙겨야 한다는 말이 공감을 얻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번 한국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문정주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겸임)는 법정에서 무척 뭉클한 증언을 했다. 그녀는 1990년대 중반 의정부의 한 기지촌 근방 보건소에서 의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보건소에서는 기지촌 여성들을 상대로 정기적인 성병검진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의사로서 그들을 사람으로 대하면서 ‘진료’를 하는 대신 그저 ‘사물[피검체]’로서 대했다며 의사로서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했다. 의사가 환자의 몸을 전체로서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는 것이 진료라면, 미군에게 해로운 성병을 보균하고 있는지만 검진했던 자신의 행위는 ‘진료’가 아니었다는 그녀의 고백이 담당 판사들에게 던져준 직업윤리에 대한 각성은 매우 큰 것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담당 재판부가 5년간 권리 행사를 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되는 소멸시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권위주의 통치시대와 함께 미군 위안부에 대해서 폐쇄적이었던 ‘국민정서’, ‘가부장적 사회문화’를 이유로 들며 그들이 권리를 방치했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는 여전히 미군 ‘위안부’에 대해서 폐쇄적인 국민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가부장적 사회문화의 눈으로 그들의 피해 경험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대한민국 법원은 그들이 권리행사를 주장할 수 있도록 권리 행사가 소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하나의 소멸시효가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지촌 할머니들이 너무 빨리 늙고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본회 할머니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소멸’되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인간’으로서 대면하면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소멸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회는 2002년 반지하방에서 시작해서 할머니들과 함께 걸어온 지 올해로 15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원예치료, 미술치료 등 할머니들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찾아서 하려고 노력했다. 연극 <일곱집매>를 만들어서 서울 대학로에서 두 달 가량 공연하기도 했고, 할머니들이 직접 출연하는 연극 <숙자이야기>도 했고, 합창반을 만들어서 합창도 했다. 작년에는 뮤지컬 <그대 있는 곳까지>로 발전시켜서 할머니들이 직접 출연하여 노래도 불렀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은 우리 사회의 역사와 관련되고 우리 삶과 연결된다. 그것은 매우 복잡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자신의 편견 때문에 들려지지 않는 이야기일 뿐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해방 후 우리 사회에 들려지기 시작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이제 겨우 조금씩 들려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잘 들리게 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 시간 동안 늙고 병든 우리 할머니들이 겪어야 할 생활의 어려움이며, 그런 세상을 못 만나고 떠날 할머니들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책해도 너무 늦은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