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멀리 계시고 가장 가까이 계시는 신비와 일상의 하나님께서 벗의 가시는 길 위에 사랑의 등불 비추어주시기를 원하나이다. 아멘.

신비와 일상!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바가 있습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 두었는데 그게 왠지 더 그럴싸해 보인다 할까.

신비성이란 ‘다 알지 못하는 무엇’입니다. 신비는 멀리 있고 예측할 수 없으며 놀라게 합니다. 일상성이란 ‘익숙하게 아는 무엇’입니다. 일상성은 평범함인데, 편안함과 친밀함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남녀의 친해짐에도 신비성과 일상성이 있음을 생각합니다. 우선 그녀의 존재는 신비입니다. 알 것 같아도 다 알 수 없어 괴로울 때가 있으나 다 알지 못하도록 남녀를 지으신 것은 창조주의 선하신 뜻입니다. 다 알려 하면 다칩니다. 망칩니다. 모름은 축복입니다. ‘앞으로 알 수 있음’입니다. 모름을 천천히 걷어내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비는 경외케 하고 감탄케 하지만 그것이 친밀함과 편안함은 아닙니다. 친밀함은 알아감으로, 이는 일상 속에 있습니다. 알아감은 일상을 공유함으로 이루어집니다. 공유하기에 더욱 친밀해집니다. 오래 입어온 옷처럼 편안하고 익숙해집니다. ‘모름의 차원’인 신비와 달리 ‘앎의 차원’입니다.

남녀 관계에 신비(특별함, 새로움)만 있다면 그 관계에 영감은 넘치겠지만 예측불허요 불안정하며 편안하지는 않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것입니다, 손에 안 잡히는 안개와 같이. 반대로 일상(편안함, 익숙함)만 있고 신비가 없다면 지루하고 뻔하며 생기와 영감이 돌지 않겠지요, 사계절을 옷 한 벌로 나는 것 같이. 신비와 일상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관계에 풀어주신 두 선물입니다.

이제 신비성과 일상성을 하나님과의 관계로 가져가 생각해보십시다. 하나님은 가장 신비하신 분이시면서도 우리의 평범한 모든 일상 속에 깊숙이 계신 분이십니다. 하나님을 다 알 수 없음은 크나큰 신비이면서도, 하나님은 가장 가까이 계시어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신다 하니 이는 가장 깊은 일상적 친밀함입니다. 남녀 관계는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신비와 일상은 그 고유의 영역이 있지만 때로는 둘이 한 울 안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경우입니다. 일상 속에서 신비를 마주하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 우리의 평범함은 비범함이 되고 우리의 일상은 신비가 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은 ‘알지 못함의 앎’이 되시고, ‘가장 멂의 가장 가까이 오심’이 됩니다. 남녀 관계도 ‘멂의 경외감’과 ‘가까움의 친밀함’, ‘모름의 경외감’과 ‘앎의 즐거움’을 드나들며 더욱 깊고 풍성해집니다. 안다는 것에는 기쁨과 친밀함이 있고, 알 수 없다는 혹은 모른다는 것에는 신비와 경이가 있으니, 둘 다 우리의 친구입니다.

남녀 관계는 신비에서 출발하여 일상으로 옮겨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비감은 둘을 뽑아서 둘만의 장소에서 특별한 기분을 느끼며 만나게 해주지만 두 사람이 끈끈해지는 것은 일상 위에 펼쳐지는 친밀감에 달려 있습니다.

한 남자와 오랫동안 사귀다가 헤어진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후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요. 그녀의 눈에 그는 전 남자친구보다 조건도 좋고 성격도 그만하면 훌륭했습니다. 30이 넘은 그녀는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마음은 이전 남자친구에게 더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긴 시간을 함께했었으니까. ‘일상과 친밀함’부분에서 현 남편이 아직 전 남자친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결혼하기 전에 사귀었던 사람이 편하게 느껴져 이따금 전화를 걸어 ‘친구로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때가 있다고 합니다. 좋은 현상은 아닌 듯합니다. 친함의 물결을 따라 마음자리가 맞추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결혼한 사람은 배우자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 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날마다 정성껏 대화하고, 산책, 둘만의 여행 등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가장 편안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신비로운, 그런 관계를 이룩해 감은 부부의 본분 아닐는지.

남녀 관계 안에 있는 신비감과 친밀감을 통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과 기쁨이 되어주고, 또한 그 관계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지식과 이해에 있어 더욱 깊어짐과 견고해짐이 있기를 바라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