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를 기어 다니는 듯한 잎은 이름 그대로 지네발을 닮았습니다. 줄기 사이로 드문드문 뿌리가 뻗어 나와 바위나 나무에 단단히 붙어있지요. 제주와 남쪽지방 일부에 사는 곳이 알려져 있는 멸종위기 2급 식물입니다. 분홍빛을 한가운데 품고 노란 꽃부리를 거느리고 있는 1센티도 채 되지 않는 꽃은 사는 곳에 어울리지 않게 기품이 있습니다.  

세상에...!! 먼 길을 달리고 산길을 올라 당도해서 커다란 바위를 올려다보며 제가 내뱉은 한마디입니다. 숨을 곳을 찾는 대신 납작하게 엎드려 온몸으로 바위를 껴안은 그 미련한 선택에 존경을 넘어 경외심이 스멀거립니다. 여름내 달구어진 바위는 대체 얼마나 뜨거울까요. 빗물 대신 햇살에 발 담구고 어김없이 때맞추어 꽃을 피우는 그 아뜩하리만치 소름 돋는 고집을 어찌 표현해야 할런지요.

사진을 고르느라 뒤적이는 지금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던 그 시간이 선명합니다. 두해 연속 맞닥뜨린 한여름 기운을 온몸이 기억하는군요. 땀이 흘러들어 눈은 쓰라렸고 안경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자주 뿌예졌지요. 발을 제대로 디디고 담기도 어려웠습니다. 참 뜨겁고 힘겨웠지만 그 척박한 바위에는 반짝이는 별처럼 해맑은 얼굴로 피어있는 꽃들이 있지요. 꽃들의 가장 화려한 한때와 눈 맞추는 기쁨 속에는 모든 상황을 잊고 달려가게 만드는 마력이 듬뿍 담겨져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