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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바니에'에게서 배운 것
지성수  |  sydneytax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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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08월 07일 (월) 19:34:44
최종편집 : 2017년 08월 10일 (목) 23:39:11 [조회수 : 5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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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 가면 주로 10여 명이 모이는 조그만 교회를 간다. 이런 교회의 특징은 사람이 많은 교회에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진지한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교회에 가서 회중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큰 교회에 나가서 일방적으로 설교를 하는 것 보다 훨씬 은혜로움을 느낀다. 한 번은 울산 등대 교회 이종호 목사가 "사람들이 이야기를 잘 안 하는데 목사님은 술술 이야기를 잘 하게 만드시네요. 지 목사님은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기술이 있는 것 같네요." 라고 했다.

그건 맞다. 만나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법, 그것은 그냥 쉽게 배운 것이 아니고 힘들게 배운 것이다. 나에게 사람을 만나서 무장해제를 가르쳐준 사부는 바로 '장 바니에'라는 사람이다. 장 바니에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공동체인 ‘라르슈(노아의 방주)’ 공동체를 시작한 사람이다.

20년 전 호주에 온지 몇 달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 늦은 밤 시간인데 집 근처에 있는 가톨릭 여학교 주차장은 물론이고 학교 주변 골목까지 차가 빈틈없이 주차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가 조용하고 학교안도 너무 조용해서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원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먹은 것이 소화가 안 되는 체질이어서 살금살금 학교 안으로 잠입을 해서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강당으로 침투했다. 살그머니 열린 문틈으로 정탐을 해보니 강당 안의 대부분의 전등은 꺼져 있고 원형 테이블 마다 초가 밝혀져 있었다. 그렇게 어두운 상태에서 사람들이 수십 개의 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는데도 마치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고 무대의 연사가 있는 테이블에만 작은 등이 켜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앞에 어떤 늙은 남자가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분위기에 그만 기가 질려서 살금 살금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청중이 전부 백인들이기도 했고 영어로 하는 강연을 알아듣는 것도 효율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오면서 안내판을 보니 유명 인사의 유료 강연회였다. 그런데 나중에 놀란 것은 그 때 강연을 하던 그 사람이 오랜 동안 내가 책을 읽고서 큰 영향을 받았던 장 바니에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장 바니에가 우리 동네에 와서 강연을 할 줄이야! 당시는 내가 아직 호주에 와서 살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현지 상황을 잘 몰라서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던 기회를 놓치고만 것이다.

다행히도 그 후에 장 바니에 인터뷰가 TV 방송에 나와서 그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용은 잘 못 알아 들었지만 나는 그의 인터뷰에서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더 큰 수확이었다. 그것은 보통의 인터뷰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바니에는 자기가 인터뷰를 당하는 것이 아니고 마치 진행자를 대상으로 상담가가 상담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TV 카메라 앞이 아니고 그들 앞에 다른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오직 대담자에게 100% 집중을 하고 있었다.

 

   
▲ 장 바니에 Jean Vanier

 

나는 ‘아! 바로 저런 바니에의 모습이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만나든 상대방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는 그 모습이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 시키게 했고 그 힘으로 그 많은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아무리 중요한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라도 전적으로 집중이 되지 못하고 슬쩍 슬쩍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가 엄마에게 느끼듯 누가 나를 100% 믿고 신뢰를 보내준다는 인상을 주었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장 바니에가 상대방이 누구이든지 그에 대하여 100% 신뢰를 보내는 모습! 아마 예수가 그랬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누구든지 예수를 만나면 그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끝까지 자기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해당이 없었지만…….

장 바니에는 1928년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났고, 1942년 영국 해군에 입대하여 1950년 해군 장교로 제대했다. 그 후 프랑스 파리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토론토 대학에서 가르치다 프랑스의 정신요양원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때 정신지체 장애인을 만나 자극을 받고 1964년에 프랑스의 트로즐리 브로이에서 정신지체 장애인 두 사람과 함께 노아의 방주라는 뜻의 ‘라르슈’ 공동체를 세웠다. 가장 작고 가난하며 연약한 이들 안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발견한 그는 1968년 복음 말씀을 나누는 '신앙과 나눔' 공동체, 1971년에는 장애인과 그의 부모와 친구들이 함께 만나는 ‘믿음과 빛’ 공동체를 만들었다. 오늘날 라르슈는 전 세계 28개국에 103개 공동체로 확산되었다. 1981년 라르슈 공동체 책임 자리를 물러선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상담·강의·피정 지도·공동체 봉사자 동반 등을 통해 더욱 나은 공동체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25년 간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그의 고백이 더 많은 소유와 더 높은 상승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는다. 헨리 나우웬의 삶을 변화시켜 하버드에서 라르쉬로 가게 한 장 바니에. 그는 고통과 경쟁, 증오와 폭력, 불공평과 억압이 있는 이 세상에서 생명과 구원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은 약하고 소외 당하고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하며, 그들과의 우정이 가져다 주는 엄청난 선물을 경험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해 마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라르쉬를 돕기 위해 찾아 오고 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가치가 없어 보이는 정신 지체 장애자들과 함께 나누는 경험을 한다. 이런 선택은 `상승'을 요구하는 현대의 사회적 가치관을 거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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