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화문 감리교회관 분위기는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각 지방과 연회 차원에서는 목회자의 급여 호봉제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불붙고 있다. 내 기억으로 20년이 된 것 같은데, 감리교회 총회에서 비전교회(당시 호칭으로 미자립교회) 최저생활비를 지급하기로 결의한 적이 있다. 기본생활비는커녕 용돈에 미치지도 못하는 사례금을 생활비로 받으면서 ‘아골골짝 빈들에도 어디든지 가오리라.’했던 비전교회 목회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던 이 결의는, 그러나 연회로 내려가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그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전체 교회의 40%에 해당하는 비전교회의 생활문제는 기본적으로 교회의 건강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걸려 많은 젊은 목회자들이 이중직 문제를 고민하고, 다양한 선교의 길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것이 목회자의 가정문제로 나타나고, 결국 교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목회자의 급여에 대한 과세문제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까지 거론이 되는 형편이고 보면, 수년 내 세금문제는 현실이 될 것이므로, 이것을 어떻게 대처하고 풀어갈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비전교회가 다 목회자의 급여에 대해 투명하고도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카더라’ 차원의 풍문으로는, 서울에만 생활을 돕기 위해 택시운전이나 대리기사로 일하는 전현직 목회자가 2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아마 실태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고 미루어 짐작하는 숫자가 아닌가 싶지만, 그 얘기를 들을 때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후배는 목회하면서 경기도 파주 쪽에서 공사장 잡부로 여러 해 일했는데, 이중직 문제에 걸린다고 그것도 떳떳하지 못하게 쉬쉬하면서 일해야 했다. 목회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목회연한(호봉)에 따라 명예롭게 급여가 지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 이들 목회자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이미 가톨릭에서는 성직자의 급여를 교단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개신교회 가운데 성공회나 구세군은 급여를 교단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들은 자기 교단 차원에서의 급여보장이나 관리는 없고 개체 교회차원에서 예산에 정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우리 감리교회의 경우 도시교회나 조금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 대부분 개인적인 친분이나 관계를 바탕으로 월 10만원 내외씩 여러 교회나 단체의 지원을 받아 최저생활비가 되도록 쓰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감리교회 본부나 연회 차원에서 실태를 파악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개체교회 차원에서 비전교회 담임목회자의 역량으로 느슨하게 이 일이 실시되는 형편이다.

지금 이 문제와 관련하여 시급한 것은 모든 교회의 선교비와 목회자 생활비 예산에 관한 실태를 파악하는 일이다. 전수조사를 통한 실제적이고도 정확한 실태 파악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이다. 왜냐하면 실제 대부분의 교회들이 상당한 선교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개 교회 차원의 생활비나 준생활비(목회비나 도서비 등)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실태를 파악하는 지도자와 기관은 어느 정도 교회재정을 감사할 수 있을 정도의 치리권한까지 주어야 할 것이고, 정확한 급여실태 파악뿐 아니라 목회에 대한 실태파악도 병행되어야 한다. 아마 현재 모든 교회의 목회자 급여지급에 대한 실질적인 현황파악과 선교비 지급에 대한 전체 실태파악이 된다면, 급여호봉제로 가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을 거라고 본다.

뜻있는 평신도들도 이 일에 뜻을 같이 하면서도 염려하는 바가 있다. 왜냐하면 급여호봉제를 통한 급여의 공영제, 더 나아가 호봉제는 목회자의 생활을 안정되게 하면서 사역을 건강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개체 교회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목회자의 눈에 안 띠는 목회태업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부분 비전교회들이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의 한계가 분명하여 일의 성취를 쉽게 평가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교인도 없는 교회에서 아무 일도 안 하는 ‘목회적 무위도식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염려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들은 바로는 유럽의 개신교회 국가들에서 목회자들의 생활이 안정되니까 목회를 게을리하여 결국 교회쇠퇴의 원인이 되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제 큰 교회 목회자는 ‘배 터져 죽고’, 작은 교회 목회자는 ‘배 곯아 죽는’ 이런 불균형과 불합리를 끝낼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자유경쟁 사회라면서 교회까지 적자생존의 원리,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이 통하는 ‘무서운 교회경쟁의 밀림’이 되도록 방치할 것인가? 이제 힘 있는 큰 교회 목회자들의 자기를 비우는 양보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성실한 참여와 응답을 통해 소명의 길에서 바르게 교회를 세우는 일을 위해 지혜와 용기를 모아야 할 것이다. *

[삼척제일교회 박신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