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노니 너희 형제는 힘쓰고 힘쓰라. 악한 일을 작다고 해서 하는 법이 없게 하고, 착한 일은 작다고 해서 하지 않는 법이 없게 하라. 오직 어질고 오직 덕이 있어야만 남이 너희를 따르게 할 수 있으리라---” -나관중/이문열, 삼국지 9권, 민음사, 1995. p.54.-

▲ 바탕가스 바다 건너 조문을 가며

위 인용문은 유비가 지병으로 큰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만 세상을 하직하며 공명과 자녀들 앞에 남긴 조서 중 일부입니다. 유비에게서 보여 지는 통치원리는 도가형(道家型)에 가깝습니다. 무위(無爲)의 치(治)였고, 그의 사표(師表)는 한고조(漢高祖)였습니다. 따라서 백성들에게 그가 자신의 다재다능에 힘입어 유위(有爲)의 치(治)로 시종한 조조에 비해 훨씬 마음 편한 통치자였을 것입니다. 그밖에 유비의 민중적 인기를 더한 것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사람에 대한 투자였습니다. 유비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을 희생시키는 법이 없었고, 그게 그가 이끄는 집단의 결속을 남달리 굳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적(人的) 결속은 은연중에 민중들에게도 전해져 그와 그의 집단에 남다른 호감을 가지게 했을 것입니다.

괴나리봇짐에 쌀 한 되박 달랑 짊어지고 민도로 산속을 거닐 다 60세가 될 무렵 24세 된 망얀족 여자와 결혼하여 황혼의 꿈을 펼치던 K선교사가 당년 69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페이스 북 메시지로 나라왔습니다.

“굿 이브닝 목사님, 나의 남편에게 뜸을 떠 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당신에게 알리는 데 어제 저녁 그가 죽었어요. 로이다 김.”

지난 2월에 만났을 때만해도 나보다 더 건강하여 그 먼 민도로 섬 로하스에서 마닐라 공항까지 손님을 픽업하고, 쉴 틈도 없이 민도로 선교지를 안내하는 모습을 보며 참 건강하다고 느꼈었는데 뜬금없는 문자를 받고 믿어지지 않아 확인 해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사인은 과로와 심장마비였습니다. 7년 전 부인이 둘째 아기를 임신하였을 때 풍을 맞아 아무 일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다가 당시 앙헬레스에서 치유선교중인 나와 가까스로 연결이 닿아 바로 침뜸을 받고 지금까지 7년을 더 살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부인의 문자 메시지가 더욱 애잔합니다.

중풍에서 일어선 후 여기저기에서 간신히 후원을 얻어내어 망얀동산에 유치원과 중고등학교도 세웠는데 이제 그 후원도 어렵게 되었군요. 앞으로 대학도 세우고 망얀전통문화도 발전시키려 큰 꿈과 희망에 부풀어하시다 갑자기 가셨으니 이분이야말로 천하를 통일시키지 못하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유비와 같은 안타까운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남의나라 깊은 오지에서 선교하다 이렇게 떠나면 주위에 한국사람은 아무도 없고 누가 그 가정을 도와주며, 지난봄에 낳은 아이를 포함하여 4명의 어린자녀들은 누가 키워줄 수 있으리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망은 그분이 사람에 투자하여 사람을 길러냈다는 점입니다. 그를 도왔던 14살 어린 장인장모와 8명의 처남처제 그리고 부인과 4명의 자녀를 둔 것만 해도 큰 성과입니다. 그 분은 가셨지만 그분이 길러낸 사람들이 남겨둔 사역을 잘 이루어 갈 것을 생각하니 한편 안심이 됩니다. 오지 선교사는 이처럼 매일 하늘만(하나님) 바라보고 정처 없이 선교하다 이 세상 떠날 때는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기고 속수무책 떠납니다.

<전도서1:2-4>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 평안히 가십시오. 그동안 함께 하였던 시간들 감사하고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