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주변의 성도들에게서 ‘하나님께 맡기고 산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런 말이 진실인지는 본인만 안다. 맡겼기에 그런 말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맡기지 않고도 맡겼다고 착각하거나 맡기지 않고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한다.

맡긴 것과 맡기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공항에서 여행 가방을 의자 곁에 두고 앉아 있다가 안내 데스크로 무엇인가를 묻기 위해 갔다. 돌아와 보니 감쪽같이 여행 가방이 없어졌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여행 가방은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애써도 찾을 수 없자 아까 이야기를 나누던 안내 데스크의 공항 직원에게 가방이 없어졌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지만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때 가방을 찾아내라고 말하면 어떨까. 심성이 고운 직원이라면 같이 가방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계속 가방을 찾으려는 욕심에 그 직원을 괴롭히면 언쟁이 붙을 수 있고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게 될지 모른다. 더 나아가 가방을 보상하라고 하면 어떨까.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다. 그 직원에게 보상 책임은 없다. 왜냐하면 그 직원에게 가방을 맡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방을 이미 비행기에 붙였는데 공항에 도착해 보니 가방이 없다면 어떨까. 이때는 항공사 직원에게 짐이 없어졌다고 알리고 어디 있는지 물을 수 있다. 항공사 직원은 즉시 가방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할 것이다. 혹 가방을 찾지 못한다면 당연히 항공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맡긴 것과 맡기지 않은 것의 차이다. 그런데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맡겼다고 말하면서 맡기지 않을 때가 참 많다. 그리고는 하나님께 보상 책임을 떠맡긴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마음씨 착한 하나님은 그런 것까지 사랑으로 마무리하실 수 있는 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바울은 디모데후서 1장 12절에서 이렇게 증언한다.

“이로 말미암아 내가 또 이 고난을 받되 부끄러워하지 아니함은 내가 믿는 자를 내가 알고 또한 내가 의탁한 것을 그 날까지 그가 능히 지키실 줄을 확신함이라”

하나님께서 주신 복음 전파의 사명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를 말하면서 자신이 하나님께 맡긴 것은 하나님이 세상 끝까지 지켜주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는 맡긴(의탁한) 자의 자신감이다. 하나님께 맡기기만 하면 모두 하나님이 지켜 주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맡겼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맡겼을 거라고 착각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일상과 고민, 아픔과 부족함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의심하지 말고 보호자이신 그분께 맡겨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지 십자가 밑으로 가지고 나와서 서슴없이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갈 때 다시 집어 들고 가면 안 된다.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이 맡아 지켜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