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나는 여러 가지를 나열한 목록 중에서 첫 번째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모든 것의 중심이 되고 싶은 거예요. 내가 당신 안에서 살 때 우리는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함께 겪으면서 살 수 있어요. 나는 피라미드의 꼭대기보다 모빌의 한가운데가 되고 싶어요.”

윌리엄 폴 영의 소설 <오두막>은 세상의 악과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 사이의 모순을 숙고하는 신정론(神正論, theodicy)과, 신 존재 양식으로서의 삼위일체(三位一體, the Trinity)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환상과 상징으로 직관적이고 아름답게 풀어낸 기독교소설이다. 소설의 한 대목에서 주인공 맥은 오두막에서 만난 하나님과의 대화 가운데 위와 같은 대답을 듣게 된다. 이것은 신앙인들은 하나님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하지 않느냐는 맥의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이었다.

모든 것에서 하나님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신앙의 법칙에 익숙한 우리에게 맥의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우리가 우선순위를 말할 때 놓치고 있는 것,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준다. 우선순위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든 위계나 경중을 따지는 일이며, 그 말에 따라 시간이든 일이든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하나님을 둔다는 의미는 의도치 않게도 결국은 하나님을 ‘부분’에 할당해버리고 마는 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십일조에 대한 논란을 통해 가장 잘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서양 여러 나라의 교회들은 십일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음식을 포함한 정결에 관한 구약의 여러 규정들을 현재의 교회가 문자적으로 지키지 않는 것처럼 십일조 역시 문자적이 아닌 영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십일조를 문자적 의미로 실천한다. 그것에 대한 성서적 근거와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십일조를 해야 하나 하지 않아도 되나? 어쩌면 우선순위에 대한 위의 대답은 이 질문에 대한 다른 차원의 대답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십일조를 해야 한다는 주장 중 가장 일반적인 것 중 하나는 성경에 따라 십의 일은 하나님의 것이니 마땅히 하나님께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구약의 태도를 반영한 이 설명은 일견 충분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설명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몫 십의 일을 제외한 십의 구는 내 것이라는 말인가? 신약에 나타난 예수님의 급진적 태도를 반영해 보자면 십일조에 대해선 이런 설명이 더 어울릴 것이다. “십의 일이 아니라 십의 십 모두가 하나님의 것이다!” 만일 십일조가 십의 십 모두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고백의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면, 십일조의 실천은 결코 율법의 의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소설 <오두막>에 등장한 하나님의 대답은 우리에게 마땅한 깨달음을 선사해준다. 하나님은 우리의 부분을 원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전부를 원하시는 분이라는 깨달음을. 이러한 의미에서 신앙의 우선순위라는 말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마치 십일조에서처럼 우선순위라는 말은 여러 부분 중 하나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설령 그것이 가장 높고 가장 중요하다 할지라도 말이다. 피라미드 꼭대기가 아닌 모빌의 중심, 하나님에게 마땅한 자리는 바로 여기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헌금함에 돈을 넣은 사람들 가운데 이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넣었다. 모두 다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떼어 넣었지만 이 과부는 가난한 가운데서 가진 것 모두 곧 자기 생활비 전부를 털어 넣었다.” (막 12:4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