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는 이웃 교회에서 교회 설립 120주년 기념예배를 보면서 장로와 집사 임직식, 권사 취임식도 겸해서 가졌다. 1부 예배 순서에서 ‘증경 노회장’ 한 분이 성경을 읽고 다른 ‘증경 노회장’이 설교를 했다. 옆에 앉은 젊은이가 자기 아버지에게 증경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도 그 뜻을 모르는 것 같았다. 교회에서 흔히 사용하는 그 단어를 그들이 모르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와서 2,855쪽의 엣센스 국어사전에서 증경(曾經)을 찾아보았더니 거기에는 그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 박사에게 문의했더니, 증경은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로서, 중국에서 동사 앞에만 사용될 뿐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증경은 교회에서만 사용하는 단어인데, 전(前), 전임 등으로 고쳐 사용하는 것이 어법에도 맞고 의미도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니 그 젊은이도 아버지도 증경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4부에서 임직서약을 할 때 담임 목사가 임직자들에게 ‘신구약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요, 또한 신앙 행위에 대하여 정확 무오한 유일의 법칙으로 믿느뇨?’라고 물었다. 여기서 ‘믿느뇨’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지 않는 옛 어투다. 그런데 공포할 때는 ‘...본교회 권사가 된 것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공포합니다’라고 말했다. 전에는 이렇게 공포하는 경우에도 ‘...공포하노라’라고 말하는 것이 상례였다. 임직패를 수여할 때는 사회자가 두 번째 사람부터 이름만 부르고 내용을 생략하면서 ‘내용은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에는 ‘이하동문’이라고 했는데, 그 한자표현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옛 권위적인 어투나 표현이 현대의 민주적인 어투나 표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권위적인 사회에서는 언어가 권위적이었지만, 민주사회에서 언어가 민주적인 형태를 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사회에서 권위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면 사회는 민주화했지만 정신은 권위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이렇게 사회와 정신이 맞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우리가 민주국가를 세운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많은 교회에서 권위적인 어투로 번역된 개역개정 성경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개역개정 성경을 사용하는 보수교단 교회의 행사순서지에서 권위적인 어투와 민주적인 어투가 혼용된다는 것은 그 교단에도 민주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람의 언어와 생각은 변하는 사회를 따라가게 마련이다. 그것은 교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마루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보다가 의자생활이 일반화하면서 의자에 앉아서 예배를 보게 되었다. 기타나 드럼을 거부하던 교회가 사람들이 실용음악을 좋아하면서 그런 악기들을 도입했다. 사람들이 유모어를 좋아하게 되자 근엄하던 예배 시간에도 유모어가 도입되었고, 지금 인기 있는 부흥강사는 유모어에 능한 사람이다. 고통의 시대에는 고통의 적극적인 의미를 설교했지만 풍요의 시대에는 감사를 강조한다. 천문학과 지질학이 발달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말하는 사람이 줄었고, 지구의 역사가 6천 년이라고 고집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소통의 시대에는 초월적인 하나님보다는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성령이 더 강조된다.

이렇게 사회와 문화가 달라짐에 따라서 예배의 형식에서부터 설교의 내용까지 한국교회가 많이 변해 왔다. 교회 설립 120주년을 맞는 보수교단 교회의 기념예배 순서지의 언어가 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그 교단이 앞으로 많은 면에서 변하리라고 예상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교회가 사회를 따라서 변하는 것은 세속화하는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일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