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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하고 병 고치는 게 성령의 은사인가아직도 ‘고재봉’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임종석  |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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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06월 04일 (일) 15:47:00
최종편집 : 2018년 01월 27일 (토) 23:19:48 [조회수 : 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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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의 장난

고재봉, 그는 일가족 여섯 명을 무참히 도끼로 살해한 살인마였다. 육군 1109 야포단 소속으로 부대장 박모 중령의 당번병이었던 그는 부대장의 몸종이자 가정의 머슴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금으로서는 큰일 날 일이지만 중사나 하사까지 당번병의 시중을 받던 일도 드물지 않았던 당시로선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가 그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 발단은 이랬다. 박 중령 집에 가 마당에서 일을 하던 고재봉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 부엌에 들어갔다가 한 근이 될까 말까 하는 작은 고기 뭉치가 있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들고 나왔다. 겁이 없었던 건지, 오랫동안 입에 대보지 못한 고기를 보자 제 정신이 아니었던 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어쩌면 장난기가 발동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이 생각지도 못하게 커졌다. 식모가 봐 버린 것이다. 평소부터 사이가 좋지 않던 그녀는 전에 없어졌던 트랜지스터라디오도 중령님의 군화도 당신 짓이 분명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일은 결국 박 중령에게 알려졌고, 화가 잔뜩 난 박 중령은 그를 헌병대에 넘겼다. 7개월간의 감옥살이, 그게 그가 치른 고기 한 근의 대가였다. 그는 반년이 넘는 결코 짧지 않은 나날을 감방에서 견디며 이를 갈았다. ‘여기에 나가기만 해 봐라. 천 배 만 배 갚아 줄 것이다.’

감방에서 나온 그는 바깥세상 공기의 신선함마저 느껴 볼 겨를도 없이 박 중령의 집이 있는 강원도 인제군 남면 어론리로 달려갔다. 산으로 숨어든 그는 밤이 깊기를 기다렸다. 한밤중이 되었으나 일의 성공을 위해서 좀 더 인내하다 산에서 내려와 그의 집으로 숨어들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눈을 감고도 훤히 알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집이니 숨어드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의 손에는 손도끼가 들려 있었다.

새벽 2시나 되었을까. 외마디 비명소리가 어둠을 찢었다. 비명소리는 몇 번인가 더 이어졌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인가. ‘운명의 장난’이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박 중령은 얼마 전에 전출되어 집도 당연히 이사를 했고, 새로 부임해 온 이덕주 중령네가 이사 들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참사의 현장은 아침이 되어 이 중령을 모시러 온 그의 운전병에 의해 발견되었다. 집 앞에 온 운전병은 도착했다는 신호로 짧게 클랙슨을 눌렀다. 아무런 기척이 없자 두세 번을 더 눌렀다. 그래도 아무런 기척도 없자 좀 더 길게 눌러 보았다. 그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라, 이상하다.’ 클랙슨 소리가 나면 애들이 먼저 뛰어나오는 일도 있었으나 오늘은 아무런 기척도 없다.

운전병은 지프차에서 내려 집안으로 들어갔다. 기분 탓인지 뭔가 이상한 것 같다. 안방 문을 노크를 해 본다. 기척이 없다. 다시 노크, 역시 기척이 없다. 문을 열려는데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열었다. ‘앗!’ 기절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끔찍한 참상이 눈앞에 벌어져 있었다. 이 중령과 부인이 머리가 찍혀 엎어져 있고 방바닥은 피로 흥건했다. 한 번은 아니고 두세 번씩은 찍힌 것 같았다. 운전병은 남의 정신으로 뛰쳐나왔다.

그의 신고로 헌병들이 달려 왔다. 희생된 건 이 중령 부부만이 아니었다. 애들과 식모도 옆방에서 참변을 당해 있었다. 식모를 포함한 일가족 여섯 명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미친개에게 들려진 한 권의 성경

이날 오전 11시, 현장에 군경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되었다. 1차 현장검증에서, ① 범인은 옆문으로 들어와 전화선을 끊고, ② 안방의 이 중령과 그의 부인을 도끼로 찍어 살해한 다음, ③ 아랫방으로 건너가 애들과 가정부를 죽였는데, ④ 흉기는 도끼를 썼으며, ⑤ 목걸이와 다이아 반지 등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루의 길이 30cm 가량의 도끼는 윗방 캐비닛에서 발견되었다. 범인이 누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수사당국은 그를 잡으려 현상금까지 걸었으나 성과는 좀처럼 거둘 수가 없었다. 그러다 11월 12일 오후 6시쯤 서울 청계동 5가 큰길에서 검거했다. 외사촌동생을 만나는 그를 수상히 본 땅콩행상 김득수의 신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범행 후 24일만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검거된 그에게서 흉기가 나왔는데, 두 번째 범행에 쓰기 위한 거라는 것이었다.

붙잡힌 그는 조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고 사형언도를 받아 수감되었다. 교도소에서의 그는 포악하기로 유명했다. 감방에도 그들만의 신․고참 간의 질서가 있는데, 아니 그것은 군대보다도, 세상의 어떤 조직보다도 엄격한데, 고재봉 그에게는 그게 적용되지 못했다. 사형수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 눈의 살기에는 아무리 독한 사람이라도 전의가 상실되고 말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그가 처음 감방에 들어오던 날, 그들의 질서가 시동을 걸자 그는 광기를 발산했다. 죽도록 얻어맞아 축 쳐지는데도 눈의 살기는 더해 갔다. 그 뒤, 6명을 어떻게 살해했는지가 알려지자 아무도 그에게 맞설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아무리 악한 인간일지라도 그 또한 인간임이 분명한데, 이 같은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옳은 일이 못되지만, 그래도 굳이 말해야 한다면 그는 미친개,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그 같은 고재봉 그에게 한 권의 성경이 들려졌다.

그때는 권서(勸書)라는 성경을 보급하며 전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급이라 해도 그냥 무료로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실비로 팔며 전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한성서공회 소속의 권서로 안국선이라는 서리집사가 있었다.

안 집사 역시 신문에서 고재봉에 관한 기사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는 그 끔찍한 일이 뇌리에 그림처럼 그려지며 지워지지 않았다. 몇날며칠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고재봉의 영혼을 구원하라’라고 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지금까지 전도를 하며 돌아다녔지만 그런 흉악범한테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겁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정말 하나님의 명령이라면 피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그는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에 빠진 그는 기도했다. 그리고 부딪쳐 보리라 마음먹었다. 이번엔 용기와 기회를 주시라 기도 했다. 그러며 백방으로 그 방법을 찾았다. 그 결과 고재봉을 면회할 수가 있었고 거기에서 그의 손에 성경을 쥐여 주는 데에 성공했다.
사실 고재봉이 교도소에서 성경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군목이 가끔 감방을 돌아보기도 했는데, 소령이었다. 한 번은 그가 고재봉에게 성경을 한 권 주고 갔다. 아무리 고재봉이라 해도 자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군목에게까지 못되게 굴어 문제를 이르킬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주는 성경을 고분고분 받았다. 그러나 그뿐, 군목이 돌아가기가 무섭게 그것을 바닥에 팽개쳤다. 그리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몇 장씩 찢어 휴지로 쓰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이유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리 되지를 않았다. 무료함에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는데, 유독 한 곳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말이다. ‘어디서였더라.’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아, 그래!’하고 생각이 났다. ‘바로 어제 일인데 이렇게까지 생각이 나지 않다니…’

어제, 면회라는 말에 간수를 따라갔더니 장소가 여느 때와는 달랐다. 작은 책상을 앞에 두고 행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남자가 불안해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간수의 지시에 따라 그 앞에 앉으니 그가 무어라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귀담아 들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성경책을 펴 자기 앞으로 믿어 놓고는 손가락으로 한 군데를 짚어 가며 읽었다. 읽는다는 건 그렇게 보였을 뿐 사실은 외우고 있었다.

‘그래, 그것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였어…’ 그는 그에 이어 좀 더 읽어 보았다.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좀 더 읽어 보았으나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머뭇거리다 옆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중령님, 이게 무슨 말이오?”

다들 놀았다. 다른 때 같으면 ‘어이, 중령, 이게 무슨 말이야?’라 내뱉듯이 물었을 것이다. 놀란 건 다른 사람들뿐이 아니었다. 고재봉 자신도 자기의 말투에 놀랐다.


성령이 미친개를 덮으니…

그 감방에는 이인수라는 대령이 수감되어 있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대학원의 교수를 역임했고, 5.16후에는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 비서실장과 특별보좌관을 지낸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혁명공약대로 정권을 민간에게 이양하고 군인은 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위 반혁명사건에 가담하다 붙잡히어 사형언도를 받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감방에서도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며 성경을 100번 넘게 읽었다. 고재봉 외의 다른 수인들은 모두 그를 존경했다.

이때부터 고재봉은 이인수 중령의 도움을 받아가며 성경을 읽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라는 말의 뜻도 알게 되었다.

고재봉은 억울했다. ‘내가 좀 더 일찍 성경을 읽었더라면 사람을 죽이고 이렇게 사형수가 되어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는 되지 않았을 터인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여 미칠 것 같았다.

“야, 이놈들아! 성경을 읽어라. 나 같은 꼴이 되지 않으려면 성경 읽고 예수를 믿어라.”

괜히 한 감방의 수인들에게 화풀이를 했다. 전도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화풀이로 그냥 해 본 소리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그러고 나니 정말 전도라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같은 사람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놀라운 변화였으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전도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인수 중령에게 물어 보고 싶었으나 지금까지 자기가 같은 감방의 수인들에게 해 온 짓이 있으니 열없어 그러질 못했다. 이도 변화였다. 이튿날이 되어서야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간신히 물어 보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뜻밖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자네, 어제 성경 읽고 예수 믿으라 하지 않았나. 전도는 그렇게 하면 되는 거네.”

이 중령은 생각하는 것이 있어 이렇게만 말했다. 
그러나 그뿐으로 고재봉은 전도도 무엇도 하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 무릎을 안은 채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며칠 동안이나 그랬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므로 수인들은 수군거리며 흘끗흘끗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같은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나흘인가 닷새 채 되는 날이었다.

“너희, 죽어 지옥 가지 않으려면 예수를 믿어라.”

아닌 밤중에 웬 홍두깨 같은 말에 모두는 의아하여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 입을 다물고 있다.

“지옥 안 가려면 예수를 믿으란 말이다!”

본성이 도지는 것 같은 말투에 모두는 찔끔했다. 그러나 얻어맞으면서도 가끔 대들기도 하던 박성욱이 한 마디 한다.

“지옥이 어디 있어.”
“지옥이 어디 있어?”

말을 받자마자 벌떡 일어선 고재봉은 박의 멱살을 잡고 쓰러뜨려 발로 목을 지그시 눌러 밟는다.

“아, 아야, 잘못했어.”
“잘 못해? 잘못하긴 뭘 잘못해. 뭐? 지옥이 어디 있어? 이게 지옥이다, 이놈아. 예술 믿을래? 안 믿을래?”
“믿을게. 믿어. 그러니 놔 줘.”

이후로 그의 강압적인 전도는 계속되었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다고 믿는다면 전도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감방에 정말로 믿는 사람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얻어터지는 것이 무서워 믿는다 했으나, 날이 가고 달이 가자 정말로 믿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고재봉의 전도 방법도 진화되어 가고 있었다. 자기의 처지와 지금의 심경을 이야기해 가며 예수를 믿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감방의 31명 수인이 몇을 빼고는 다 믿게 되었다. 이안수 중령은 이에서 성령의 역사를 보았다. 고재봉에게 전도의 은사가 있음도 보았다.

“이봐, 재봉이.”
“예.”
“자네  교도소 사람들 모두에게 전도를 해 보지 않겠나?”
“예? 그게 무슨 말예요?”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전도를 하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내가 어떻게요. 설령 할 수 있다 해도 무슨 수로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요.”
“자넨 할 수 있어. 그리고 모으는 건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이 중령이 군목에게 부탁하여 일은 성사되었다. 그는 죄수이지만 계급도 그렇고 전력도 전력인지라, 무엇보다도 인격이  교도소에 널리 알려져 있어 그의 말이라면 소장을 비롯한 모두가 가능한 한 들어 주었다.

소장으로부터 죄수들까지  교도소의 2000여명 거의 모두가 강당에 모였다. 고재봉의 변화 소문이 온  교도소에 쫙 퍼졌던 것이다.

그가 단 위로 올라갔다. 사시나무 떨듯 떨렸으나, ‘성령님께서 붙잡아 주시고 인도해 주실 거야. 하나님을 믿게나’라 했던 이 중령의 말을 생각하니 조금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여러분.”
일단 입을 떼니 언제 떨렸냐는 듯이 안정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 많은 사람이 예수를 믿지 않아 지옥에 갈 것을 생각하니 어떻게든 전도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여러분, 여러분도 죄를 지어 이곳에 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보다 큰 죄를 짓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들어서 아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만, 저는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을 여섯 명이나 죽였습니다. 그것도 도끼도 머리를 찍어 죽였습니다.”

그는 그 끔찍했던 경위를 낱낱이 설명하였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괴로웠으나 참고 거짓 없이 고백이라도 하듯 설명하였다. 그의 괴로움은 사람들의 가슴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그의 말을 들었다.

“저는 억울합니다. 억울해서 잠도 못 잘 때가 많습니다. 젠즉 예수를 믿었다면,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수가 되어 이렇게 죽을 날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을 턴데, 누구도 나에게 전도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동네에 교회가 있었는데도, 그 사람들도 나에게 예수를 믿으라 하지 않았습니다.”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목소리에도 울음이 섞이고 있었다. 듣는 사람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고, 코를 훌쩍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제 억울하지 않습니다. 지금 막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하면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늦었지만 예수를 믿지 않았다면 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정말 억울해서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늦었지만 예수를 믿게 되었으니 저는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게 될 것입니다.”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뜻하지 않게 입에서 찬송이 흘러나왔다.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몇인가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강당에서 어떤 후끈한 열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날 교도소의 2000명 중 1800명이 믿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교도소 내에 교회도 세워졌다.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고재봉의 최후의 날이 다가왔다. 그날 아침 그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달리 숙연해 보였다.
“이 중령님.”

그에게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던 이인수 중령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저 오늘 갈 것 같습니다.”

이 중령은 그 뜻을 짐작하면서도 모른 척 물었다.
“어딜?”
“하나님한테요. 오늘 집행될 것 같아요.”

모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도, 위로의 말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 중령님,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려 주세요.”

말에는 거역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눈물의 예배를 드렸다.

그의 예감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점심을 먹고 얼마 안 되어 간수가 왔다.
“5000번, 소장님 면회!”

감방의 누구도 이럴 경우의 ‘소장면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엠불런스에 실려 인천 부평 근교의 산골짜기 형장에 도착하니 이미 몇 사람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감찰관 김영준 소령, 서기 김호영 중사, 군의관 노대석 중위, 그리고 군종장교 1명, 기자 2명, 형 집행을 위한 헌병 몇 명이었다.

집행에 따른 제반 절차가 끝나고 집행관이 고재봉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한참을 말이 없던 고재봉이 입을 연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뜻밖의 말에 집행관은 다시 물었다.
“더 할 말은 없는가?”

“찬송가를 부를 테니 그때 쏘세요.”
찬송을 부를 때 쏘라, 모두는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인애하신 구세주여 내 말 들으사
죄인 오라 하실 때에 날 부르소서
주여 주여 내 말 들으사
죄인 오라 하실 때에 날 부르소서

사람들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아니, 죽음 앞에서 어떻게 저렇게 편안한 얼굴로 은혜 넘치는 찬송을 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집행관이 차마 발사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어물거리자 그는 다시 찬송을 부른다.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만나러 가는 사람 같은 얼굴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죽을 사람은 기쁨에 찬 얼굴인데,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울고 있다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하여 살인마 고재봉은 새사람이 되어 하늘나라로 갔다.

이인수 중령은 고재봉과 3개월을 한 감방에서 같이 지내며 그에게 성경도 가르쳐 주고 찬송가도 가르쳐 주었다. 힘껏 신앙을 도왔다. 그러며 그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에서 성령의 역사를 보았다. 그랬던 만큼 그의 소천에 남모를 슬픔이 있었고 동시에 감사도 있었다.

그도 사형수였지만 몇 번에 걸쳐 감형되었고 결국 석방되었다. 출소 후 장로로 장립 받은 그는 고재봉을 통해 역사하신 성령님에 관한 간증을 하는 데에 온힘을 기울였다.

고재봉이 간지 50년이 넘었지만 교회들에서는 아직도 간혹 그의 이야기를 예화로 설교를 하는 예도 없지 않다. 그러니 당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교인들도, 그보다 더 젊은 교인들도 그의 이름을 알기도 한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노인들에게 들어서 알기도 할 것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를 잔혹한 살인마정도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믿는 사람들은 그에 더해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은 사람, 그것도 거듭나서 성령의 도움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전도하고 하늘나라로 간 사람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의 제목을 ‘방언하고 병 고치는 게 성령의 은사인가’라 했다. 성령의 은사, 맞다. 고재봉의 전도 또한 전도의 은사에 의한 것으로 성령의 은사임이 틀림없다. 그가 대단히 큰 하나님의 일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대단하고 소중한 것은 그가 믿는 사람으로서 변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믿는 사람으로서의 인격변화, 그것이 가장 큰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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