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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교수는 자살하지 마시오
이계선  |  628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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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05월 26일 (금) 01:49:21
최종편집 : 2017년 11월 11일 (토) 20:49:45 [조회수 : 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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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후에 절대로 자살하지 마시오’라는 끔찍한 글을 썼답니다. 문재인 후보가 ‘내가 당선되면 노무현대통령처럼 나도 퇴임후에 자살하겠다‘는 공약이라도 했나요?”

“그럴 리가 없지요. 조영남이 대작(代作)그림사건으로 퇴출당하는 바람에 ‘김동길 조영남의 낭만논객‘ 프로도 없어져버렸어요. 엉뚱한 목소리로 왕년의 인기를 회복해 보려는 늙은 논객의 몸부림이 아닐까요?”

장준하, 김대중, 함석헌, 김동길은 “사상계”를 통해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벌리던 당대의 명사였다. 서대문구치소 뒤에서 목회를 하던 나는 새벽기도가 끝나면 뒷동산 금화산을 자주 올랐다. 산 넘어에서 올라온 김동길 박사, 박대선 박사, 유지담 대법관과 마주치기도 했다. 연세대총장을 지낸 박대선 박사는 나의 감신시절 구약교수였다. 유지담은 현덕초등학교 동창이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사이였다. 인연이 없는 김동길 교수와는 스쳐지나가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먼발치에서 나마 김동길 교수를 우러러 존경했다. 김교수는 따르는 제자들이 많았다. 금화산 바위에 걸터앉은 김교수가 서대문 구치소를 굽어보면서 젊은이들에게 이런말을 했다.

“저 서대문구치소에서 민주화동지들과 감옥생활 하느라 내가 고생 좀 했지. 꽁보리밥을 먹어도 자유민주를 누리면서 사는게 우리들의 꿈이었으니까”

신문에 자주 나오던 장면이다. 꽁보리밥을 먹더라도 자유를 누리며 사는 게 참민주요 참인간이라는 말이다. 고깃국에 이밥을 먹더라도 자유가 없으면 김일성처럼 그저 살찐 돼지일 뿐이다.

그런 김동길이 정작 민주화가 되자 저주의 화신(化神)으로 변해버렸다.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악담을 퍼 부었다.

“노무현은 자살하라”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결백을 주장하면서 자살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자기가 한 말에 발이 저려 찔끔할 줄 알았는데 되레 한수를 더 떴다.

“김대중도 노무현이 투신한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 올라가 뛰어내려 자살하라”

한국이 발칵 뒤집혔다. 뉴욕라디오코리아에서 토요토론회를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엉바위에서 자살하자 김동길교수는 ‘김대중 대통령도 부엉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토요일 마다 열리는 2시간짜리 라디오토론. 진행자가 주제를 던져주면 여섯 명의 패널들이 3:3 찬반으로 갈려 토론한다. 이어서 청취자들이 전화로 토론에 참여하는데 여간 흥미진진한게 아니다. 이번토론주제는 “김대중도 자살하라”는 슈퍼메가톤급이다. 며칠전부터 광고 선전으로 뉴욕의 한인사회는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그런데 이날 토론에는 3:3관례를 깨고 찬반1:1. 찬성쪽에는 김동길 교수가 관운장처럼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등장했다. 반대쪽에서는 기라성같은 뉴욕논객들을 제치고 무명의 백면서생이 나왔다. 그 이름 이계선 목사. 범과 하룻강아지의 대결이다. 나는 불행하게도 범을 만나본 적이 없는 하룻강아지가 아니였다. 하룻강아지의 용맹이 있을리 없다. 김동길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염라대왕앞에 끌려온 얼간이처럼 난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뉴욕방송국에서 이어폰을 끼고 김교수는 한국에서 전화로 하는 토론이다. 맞대면처럼 목소리가 생생하다. 작전을 짰다

‘정면대결하면 백전백패다. 김동길 교수가 대선배이니 먼저 발언할 것이다. 그럼 난 그의 말꼬리를 붙들고 호랑이 잔등에 올라탄 얼간이처럼 죽기살기로 매달리자’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사회자는 나에게 먼저 발언을 주문했다.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이 부엉바위에서 자살하자 김동길교수는 김대중대통령도 부엉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라고한 김교수님의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핏발이 선 규탄일색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자살할게 아니라 김동길이 자살하라. ‘김동길은 63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라’, ‘한강교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라’, ‘양잿물을 마시고...’, ‘청산가리를 들이키고...’, ‘쥐약을 먹고...’,  ‘목을매고 자살하라’고 아우성입니다.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마 오늘 이 토론 끝나고 나면 ‘김동길은 자살하라 이계선도 자살하라’고 빗발쳐 올게 틀림없습니다. 이 방송 끝나고 나면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데 이를 어쩌지요?”

사회자가 웃고 있었다. 이어폰에서는 방심하다 하룻강아지에게 일격을 당하여 입맛을 다시고 있는 김교수의 느낌이 들려왔다.

“사실 내 말과 글은...자살하지 말라는 뜻인데...”

김교수가 변명하자 사방에서 전화토론이 걸려왔다. 역적황소를 토벌하는 의왕병들처럼 사방에서 몰려왔다. 인해전술로 걸려오는 청취자들의 성토에 혼줄이 난 김동길 교수는 퇴각을 선언했다.

“토론 끝나려면 20분이 남았지만 난 졸려서 그만 자야겠습니다. 안녕”

토론시간 뉴욕 아침10시-12시는 서울에서는 밤10시-12시다.

엊그제 같은데 8년전 일이다. 김교수는 90이 됐고 난 75노인이다. 토론도 남 욕하는 일도 힘이 부칠 노인들이다. 그런데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김동길 교수의 입이 근질근질했던 모양이다.

“문재인대통령은 퇴임후에 절대로 자살하지 마시오”

자살소리는 입 밖에도 내지 말아야한다. 피해가 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살을 강요하는 험구(險口)는 김동길교수와 우리 아버지뿐이다. 고향의 어린시절, 삶이 지겹고 고통스러우면 아버지는 못난 자식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이눔의 새끼, 당장 나가서 뒈져버려!”

6년 반장인 내가 사약을 받을만큼 대역죄를 범한 일이 없는데? 동네 이장으로 존경받는 아버지도 자식죽일 악인이 아닌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알겠다. 어린시절 가난한 아버지들이 그랬다. 극단적인 욕설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어린 나에게 던진 그 말은 지금도 내 가슴속에 흔적으로 박혀있다.

“김동길교수님, 자살하라는 말 그만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다칩니다. 자살토론 그만합시다. 우리모두 자살하지 말고 백수무강(百壽無疆)합시다”

 

   
▲ 김동길노인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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