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에 1년에 한 번 한국을 극빈 방문한다. 한국에 나갈 때나 한국 교회를 가는 나에게 한국 교회의 예배 분위기에 어색함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옛날에는 교회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주의 사랑 안에서 사랑 합니다. 형제 안에서. 자매 안에서...” 이런 노래를 불렀는데 요즘은 많은 교회에서 예배 시간에 처음 나온 사람을 향하여 두 손을 내밀고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하는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유행인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정말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사실은 아니다. 세상은 당신을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당신만 빼놓고는 다 안다. 왜 이런 가식적인 노래가 불리는 것일까? 이런 노래가 유치원 같은 곳에서 불린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는 마땅히 사랑 받을 존재임으로. 그러나 다 큰 어른을 놓고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나에게는 어쩐지 유치한 놀음 같이 느껴진다.

어린애라면 누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기대하지만 어른이라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를 마땅히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교회에 새로 온 사람을 성숙한 성인으로 대하지 않고 처음부터 응석받이로 만드는 것 같은 이런 노래가 마땅치가 않다.

유치원에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끼리 싸우지 않고 잘 놀면 된다. 물론 유치원생에게도 나름대로 고민은 있다. 누가 더 예쁜 옷을 입고 오나? 누가 선생님의 사랑을 더 받나? 등등 치열하게 유치원 수준에서. 그러나 이 세계는 유치원이 아닌 어른들이 사는 세계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본회퍼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숙한 세계”(die mundige Welt)이다.

혹자는 처음 신앙의 길에 들어서려는 사람에게 너무 어려운 것이나 딱딱한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감동은 깊이가 없다.

우리 집 큰 애가 어려서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이었다. 여름성경학교 때는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찬양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그 찬송을 한 주간 동안 수 십 번씩 반복해서 불렀다. 3 살 먹은 아이가 신기하게 들락날락 하면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해서 그 많은 곡을 모두 외웠었다. 참으로 어렸을 때의 기억력은 놀라운 것이다.  그 중에 "예수 사탄을 이겨라!"라고 하는 가사가 있었는데 아이는 그 대목에서는 꼭 "예수 사탕을 이겨라."라고 했었다. 사탄이 사탕으로 들린 모양이었다. 하기야 아이들에게는 사탕은 이빨을 썩게 만드는 사탄이기도 하니까 틀린 것도 아니기는 했다. 신앙은 내 안과 밖에 있는 세상과 싸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지 달콤한 사탕을 먹이는 것이 아니다.

어느 교회에 청년부에 설교를 하러 갔다가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팔을 들었다가 하는 벌을 섰다. 그나마 성당에서처럼 무릎을 꿇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예배 전에 30분 동안 은혜, 평안, 축복, 영광, 능력, 거룩, 전능, 의지함, 주님만 바라봄 등의 구체성이 전혀 없는 허공을 떠도는 관념적 추상적 단어들로 나열된 가사를 반복 또 반복하는 복음송가를 불렀다. 젊은이들이 마땅히 관심 가져야 할 만한 세상의 산적해 있는 문제들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마치 뽕에 취하듯 부르고 또 부르는 찬양들에서 나는 지루함을 느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마치 이슬을 먹고 사는 듯한 사람이나 뽕 맞은 것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축복, 은혜, 사랑 등등의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언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 것 같은 소리를 많이 한다. 나는 예배 시간에 '예수님 찬양!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이 정말로 닭살 돋는다. 어느 교회에 가니까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박수까지 치더라. 그 분들은 인간들이 안 그래도 잘 계실 분들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다. 오히려 그 분들 대접하려면 그 분들이 진지하게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생에게 아첨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한 질문을 해야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사에 이유나 명분만 붙여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만 노린다. 예를 들면 새 옷을 입으면 착복식, 차를 타면 시승식 등등의 핑계로……. 마찬 가지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이유만 있으면 예배를 드리기 좋아한다. 예배는 기독교인들의 건전한 취미활동을 넘어서 특기활동에 속하고 증세가 심한 경우는 예배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 호주에 와서 호주교인들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것 외에 예배를 드리는 것을 별로 본적이 없다. 형식상으로 생활과 예배가 일치 하는 것 같으면서도 내용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의 한국인의 신앙생활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