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

요일4:7-12

“사랑”이란 주제는 요한일서에서 자주 애용되는 주제입니다.

“사랑”이란 주제는 요한일서 안에서 모두 세번 나오는데,

첫째는 2:7-11절까지이고,

둘째는 3:10b-24절까지이고,

세번째는 오늘 본문(4:7-12)입니다.

첫번째(2:7-11) 언급할 때는 “참 빛”(2:8)과 결부시켜 말하고,

두번째(3:10b-24) 언급할 때는 “영생”(3:15)과 결부시켜 말하고,

세번째(4:7-12) 언급할 때는 하나님의 성품과 결부시켜 말합니다.

“사랑”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면서도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어려운 단어입니다.

일반 국어사전에서도 ‘사랑’에 대해 매우 피상적으로만 설명할 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할만큼 설명하기가 어려운 단어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귀여워함”이라고 하거나, “하나님이 사람을 불쌍히 여겨 행복을 베푸는 일”이라고 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사랑에 대한 올바른 정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요한일서 저자는 사랑을 하나님의 성품과 결부시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일4:8)고 한 것입니다.

“사랑은 하나님이시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한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표현은 사랑의 실체가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을 떠나서는 사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성경이 말하는 사랑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표현되었는지에 대해 함께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사랑의 의미

신약성서를 기록한 헬라어에 “사랑”이란 단어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아가페”, “에로스”, “필리아”, “스톨게”가 그것입니다.

“아가페”란 단어는 본래 “마음에 든다, 만족하다”란 뜻을 지닌 단순한 내용이였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가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신앙의 언어로 이해하게 된 것은 신약성서 기록자들에 의해서입니다.

그 이전에는 별로 사용되지 않았으나 신약성서 기록자들에 의해 “무조건적이며 헌신적인 타자 본위의 사랑”으로써 , 그리고 “대상의 가치가 아니라 대상 자체를 사랑하는 자기 희생과 자기 부정을 전제로 한 종교적인 사랑”으로서 아해하게 된 것입니다.

“아가페”는 신약 성서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로서 320여회나 사용되고 있습니다.

“에로스”는 “성적 욕구에 기초한 사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랑은 “윤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고양된 사랑”으로서, 본래는 희랍 사람들에 의해 “거룩한 것에 대한 동경을 나타낼 때 표현”되었습니다(성서백과 대사전).

그러나 신약성서에서는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필리아”는 “형제애, 친구애, 인류애”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때로는 “감정이나 느낌과 같은 개인의 애착심을 표시할 때도 사용”되었는데 성경안에서는 모두 45회 정도 사용되었습니다.

“스톨게”는 “가족의 사랑”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스톨게”는 “가족이나 그 혈족에 대한 자연적 사랑”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에로스와 함께 성경에서는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할 것은 “아가페”에 대한 신약성서 기자들의 새로운 해석입니다.

“아가페”란 단어는 고전 헬라어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던 단어였습니다.

기독교 문화와 접촉하기 이전에는 “마음에 든다”라든가, “만족하다”라든가, “환대하는 정신”, “동정”등의 의미만을 지녔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가 신약 성서의 기록자들 특별히 사도 바울과 요한에 의해 활용이 되면서 새롭게 해석이 되어 종교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단어가 오늘날과 같이 “자기 희생과 자기 부정을 전제로 한 타자 본위의 헌신적인 사랑”이란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성서 기록자들의 해석이지 아가페란 단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의미는 아니였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가페”란 단어가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면서 거룩한 신앙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이지, 아가페란 단어에 본래부터 그런 의미가 있었든 것은 아니였습니다.

여러분, “십자가”를 예로들어 봅시다.

십자가의 본래적 의미는 수치와 저주였습니다.

땅을 더럽힐 수 없는 극악무도한 사람에게 내렸던 사형틀이였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그 의미는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치욕이나 수치가 아니라, “은혜”와 “사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그 의미가 바뀌어진 것입니다.

이처럼 “아가페”란 의미도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데 사용됨으로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단어가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건을 설명하는데 그 단어가 사용됨으로서 그 단어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설교자들이 원어의 본래적인 의미가 무엇이냐를 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원어를 알아야 성경을 알 수 있다”는 주장 역시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 단어가 성서에서 어떤 의미로 쓰여졌는가를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논거에 대해서는 언어철학의 권위자인 루드비치 비트겐수타인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겐수타인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 ‘논리 철학의 논거’에서 철학에는 ‘말해질 수 있는 것과 말해질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학적 명제들은 ‘말해질 수 있는 것’이고, 형이상학, 윤리학, 신학의 명제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사랑’이란 단어 역시 ‘말해질 수 없는 것’에 해당된다고 저는 봅니다.

그 이유는 ‘사랑’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행위가 없이는 결코 사랑이란 드러나거나 이해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그러면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일까요?

비트겐슈타인의 논리대로 말하자면 사랑이란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사도 요한은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7절)이고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8절)고 선언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는 말씀의 뜻은 하나님만이 사랑이시고, 하나님만이 사랑하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하나님이 나타내 보여주기 전까지는 사랑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요한일서 4:9절을 보십시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다”고 했고,

10절에서는 “사랑은 여기 있으니”라고 했습니다.

11절에서는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이와같은 말씀들을 종합해 보면 하나님의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씀이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나기 전까지는 사람은 사랑을 이해할 수 없고, 사랑은 드러나지 않은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사랑을 할 수도 없었고, 사랑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흔히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 또는 다른 사람 본위로 살아가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합니다만 과연 그런 일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성경은 전적으로 부정합니다.

고전13:3을 보면 아무리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사랑이란 말입니까?

우선 요일3:16절의 말씀과 4:9의 말씀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16절에서 요한은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4:9절에서는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저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막연한 희생이나 헌신이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생명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이 없는 사랑, 생명과 관계되어 있지 않은 사랑은 박애와 희생이나 자비일 뿐 사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옛날 고대의 왕들은 그들이 숨을 거두게 되면 그의 총애를 받았던 후궁을 생매장했습니다.

왕의 저승길을 홀로 의롭게 가게 할 수 없다는 뜻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죽음이 왕을 살릴 수 있습니까?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한 죽음은 그래서 사랑이 아닌 것입니다.

그를 살릴 수 없는 희생이기 때문입니다.

남을 살릴 수 없는 희생,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전 13:3에서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체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 안에는 생명이 있고 구원이 있습니다.

그가 우리를 위해 자신을 던져 주심으로 우리가 생명을 얻고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사랑인 것입니다.

요한은 3:16과 4:9,11에서 “이로써”, “이렇게”, “이같이”라는 세 부사와 “여기”라는 처소 대명사를 통해 그리스도안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소개했습니다.

3. 온전히 이루어진 사랑

그러면 어떻게 우리가 이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12절을 보면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고 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어떻게 사랑해야 합니까?

그것은 11절에 나오는 바와 같이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입니다.

요15:12절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시기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그 아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습니까?

그것은 앞장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사랑하신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남을 사랑한다는 것도 단순히 무엇을 돕거나 구제하고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살리기 위한 희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내 목숨을 버릴 수 있다면 이것은 사랑의 극치인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다”(요15:13)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란 그의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사랑인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께서 여러분의 친구의 구원과 영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됩니다.

만일 여러분의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여러분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구원얻게 한다면 최고의 사랑을 실천하는 자가 됩니다.

물질을 주어서 사랑하는 것이 사랑은 아닙니다.

친구에게 생명을 얻게 하고 구원받게 하는 것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이 일을 위해 독생자를 보내주셨고, 예수께서도 이 일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려주셨습니다.

여러분,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하신 말씀을 주목해 주십시요.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다”(요일4:11)하신 말씀을 주목해 주십시요.

진정한 사랑이란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요15:13), 다시 말씀드리면 “다른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내 목숨을 버리는 것”으로서, “죽어가는 친구를 구원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 최고의 사랑이란 뜻인 것입니다.

친구와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 죽어가는 친구와 가족을 살릴 수 있습니까?

그것이 바로 오늘 저와 여러분에게 주어진 과제이며, 소명인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친구와 가족의 목숨을 구하고 영생을 얻게 할 것인지, 바로 이 과제와 소명에 성경이 주시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