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통증이란 우리 몸에 질병이나 손상이 있을 때 발생하는 느낌 혹은 신경계에서 시작되는 불쾌한 느낌으로 정의됩니다. 우리 몸의 손상된 부위는 붓게 마련이고 흔히 통증이 수반됩니다. 그런데 통증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미 몸의 치유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통증 퇴치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통증이 생겨난 부위를 치유하고 재생시켜서 정상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통증은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통증하면 세계적인 한센병의 권위자 폴 브랜드 박사가 먼저 떠오릅니다. 어느 날 폴 브랜드는 양말을 벗으려다 발뒤꿈치에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한센인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수술했던 터라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핀으로 발을 찔러 보았지요. 피가 솟아나왔지만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센병에 감염되었다는 두려움이 덜컥 밀려왔습니다. 한센병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도 신경이 마비되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다시 한 번 핀으로 자신의 발을 찌르는 순간 소스라치게 아픈 것을 느꼈습니다. 얼마나 감사했겠습니까. 그 날 이후 그의 명언이 나왔습니다. “고통을 느끼는 것에 감사하라!”

폴 브랜드 박사는 <고통의 선물>이란 책에서 ‘고통은 마음에서 나온다’고도 합니다. 고통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관계의 문제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말입니다. 그는 책에서 존이라는 인도인 한센환자를 소개합니다. 그가 존을 만났을 때는 이미 병이 많이 진전되어서 수술로도 그를 도울 뾰족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존을 포기하지 않고 정성껏 치료하여 존의 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존은 비난을 퍼붓기 일쑤였습니다. 그가 지내고 있던 한센 요양원에 있는 교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들은 돈을 받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과 성찬식을 갖는 것이죠. 그것이 당신들의 직업이니까요.”

그러던 존이 도시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폴 브랜드는 벨로어에 있는 타밀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존에 대해 소개하고 그가 교회를 방문해도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나병에 걸려 일그러진 흉한 얼굴과 오르라든 두 손을 가지고 있지만 병의 진행이 멈추어서 병을 옮길 위험이 없습니다.” 장로들은 방문해도 좋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폴 브랜드가 다시 물었습니다. “성찬식에 참여해도 되겠습니까?” 그 교회는 성찬식 때 공동으로 하나의 잔을 사용하는 교회였습니다. 장로들은 머뭇거렸지만 그 문제를 충분히 상의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존이 성찬식에 참여할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며칠 뒤, 폴 브랜드는 존과 함께 그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찬송을 부르던 회중들이 존을 보았습니다. 순간 긴장을 했지요. 그런데 한 사람이 찬송가를 내려놓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존을 자기 옆으로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존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그 사건은 존의 생애에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존의 해묵은 상처와 아픔을 진정으로 치료한 것은 함께 떡을 떼자고 부른 형제의 초청이었습니다.

존은 그 날 예배를 통해 새 인생을 시작하는 기적을 맛보았습니다. 인도 타밀의 한 작은 교회가 보여준 모습이야말로 통증 솔루션의 모범입니다. 통증은 육체적이고 개인적인 것이지만 사람들과 깊이 연관된 사회심리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온갖 통증을 안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내어 쫓는 진정한 사랑의 능력’을 갈망합니다. 교회가 갖고 있는 통증 솔루션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할 때입니다. 여전히 머뭇거린다면 그런 교회를 향해 주님이 참아주실 시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