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 아이들의 즐거운 공부와 행복한 학교생활에 초점을 맞춰라

김두현 (진도교회 담임목사)

 “백약이 무효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보고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수십 년 간 숱한 교육정책들을 실행했다. 하지만, 현재 교육 관련 문제들은 더욱 다양한 측면에서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관련 자료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 초·중·고 학생들은 OECD 국가 중 학습량 최고, 학업성취도 최저, 삶의 만족도 최하위, 체력 약화, 정신 건강 최악 수준을 기록 중이며, 청소년 게임 중독과 폭력 증가, 영포자·수포자 양산, 학업 포기 학생 증다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의 문제는 사회·경제 등 다방면으로 파급되어 국가 경쟁력 위기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대선에도 큰 영향을 주어 이번 선거에서도 각 후보들은 여러 가지 파격적인 교육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공약들은 주로 교육 행정과 제도 분야에 치중되어 있을 뿐, 정작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의 절실한 요구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면, 교육개혁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교육 제도와 정책 변경은 전혀 소용이 없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합리적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데, 현실은 탁상행정으로 불합리하고 단편적인 것투성이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부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시험 문항을 없애고 대신 서술형과 논술형으로 바꾼다고 한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 미래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라고 하는데, 이는 학원과 문제집 내용만 바뀔 뿐이며, 오히려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고통만 가중될 것이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그 주체인 학생이, 개인적 차원이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환경에서 발현하고 증진되는 것이다(다양성, 사회성).

그러므로 단편적인 평가 방법을 변화시키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이 함께하는 교실 수업과 학교생활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어떻게 해야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실 수업과 학교생활에서 행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부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와 학원에서 온종일 공부만 강요당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공부하고 즐겁게 학교 다니는 것 아니겠는가! 이 부분이 해결되면 나머지는 상당 부분 저절로 풀린다.

현재 우리 사회는 ‘교육=공부’, ‘성적=성공’이라는 의식이 큰 문제다. 교육이 곧 공부는 아니다. 공부는 교육의 일부일 뿐이다. 더구나 공부는 입시와 취업의 도구가 아니다. 교과 공부가 공부의 전부도 분명 아니다. 교과와 비교과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움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그 안에서 만족감·성취감을 얻고, 지식을 활성화하는 응용력·적용력·창의력·탐구력·문제 해결력을 기르며, 성실성·자립심·인내심·협동심 등 다양한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 궁극적 목적인 것이다. 따라서 성적보다 과정이 좋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습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해 주어야 한다. 현재 공급자 위주의 과중한 학습은 학생의 흥미 감퇴, 스트레스 유발, 창의력 저하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 이제는 두뇌 개발에 필요한 정도로 교과 분량부터 확 줄여야 한다. 그리고 탐구, 실험, 관찰, 사고, 협동, 발표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해 주어야 한다. 또한, 미술·음악·체육 시간을 늘리되, 이는 ‘방과 후 학교’와 연계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개개인의 흥미와 소질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좋겠다.

여기에서 나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교수·학습 방법인 ‘협동학습’(cooperative learning)이다. 이는, 재미있는 공부를 위한 대안이다. 협동학습이란, 학습자들이 공동의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모둠 속에서 서로 도와가며 학습하는 수업 방법이다.

이것은 긍정적인 상호 의존, 개인적인 책임, 동등한 참여, 동시다발적인 상호 작용을 원리로 한다. 그리하여, 흥미 유발, 긍정적 자아상·소속감 확립, 문제 해결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 향상, 자기 주도 역량 향상, 타인에 대한 배려심 향상, 교사와 학생·학생과 학생 간 인격적 관계 형성, 학습 인지력 향상 등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에서는 협동학습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놀라운 결실을 거두고 있다. 협동학습을 모든 학교에 보급하고, 교과서와 실제 수업에 적용하도록 하자.

또 하나는,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의 발전적 운용이다. 이는 즐거운 학교활동을 위한 대안이다. 창의 인재 양성과 전인 교육을 위하여, 교육부에서는 이미 2009년 개정 교육과정 속에 ‘창의적 체험 활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 활동은, 기존의 재량 활동과 특별 활동 영역을 통합·보완·발전시킨 것으로, 자율·동아리·봉사·진로, 이렇게 네 영역을 이수해야 하고, 편성·운영은 학교와 교사가 재량껏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을 더 발전시킨 것이 중학교의 ‘자유 학기제’이다. 창의적 체험 활동이야말로 교육의 영역을 교과에서 비교과 영역까지 확대한 본격적인 제도로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학생들의 주도권·선택권에 한계가 있고, 중학교·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기본 취지가 퇴색되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무척 안타깝다. 특히, 교육부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고등학생들의 창의적 체험 활동 기록을 위하여 ‘에듀팟’이라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사용자가 거의 없어 2018년 2월부로 폐지하기로 한 것은 더없이 아쉬운 점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학교 밖 청소년 활동을 관장하는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성취 포상제’라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성취 포상제는, 전 세계 140개 국가에서 운영되는 공인된 자기 성장 프로그램으로, 취지나 형식과 내용이 창의적 체험 활동과 아주 비슷하다. 교육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2014년 ‘창의적 체험 활동 안내서’에 청소년 성취 포상제를 소개해 놓았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도 여성가족부의 ‘방과 후 아카데미’와 흡사하다. 그렇다면, 이제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머리를 맞대고 이 네 가지 제도를 같이 묶어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창의적 체험 활동과 에듀팟을 청소년 지도사들이 담당하게 한다면, 일선 교사들의 부담도 줄고, 그 운용에도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에듀팟 대입 전형을 적극 추진하면, 창의적 체험 활동이 활성화되고, 교과 외의 다양한 활동이 중시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정책 결정자들이 결단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아이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공교육 살리기’도 그렇다. 사교육의 폐해 때문에 과외 금지 같은 극단적 처방까지 써 봤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공교육 정상화는, 사교육 억제라는 국가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규제보다는, 이미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창의적 체험 활동’, ‘청소년 성취 포상제’, ‘방과 후 학교’, ‘방과 후 아카데미’, 이 네 가지 정책 프로그램을 서로 유기적으로 보완·발전 내지 통합시키는 개편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 학기제’도 콘텐츠 연구·개발 인력을 충분히 확충하여 전면 확대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 학교들을 ‘공립 대안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교가 우리의 꿈나무들을 공부와 성적으로 억압하는 곳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장이 되게 해야 한다.

사람은 마음껏 뛰고, 놀고, 쉬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때, 그리고 또래와 함께할 때, 자기 주도성이 발현되어 상상력과 창의력이 극대화되는 법이다. 그렇게 될 때에, 비로소 인간이 인간다워지고 바른 인성과 삶의 자세를 배워나가는 교육이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교육개혁은 더 이상 허황되고 부수적인 정책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살아 숨 쉬고 꿈과 재능을 펼쳐가는 학교생활이 되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수께서 남기신 ‘지상 계명’(마 22:37~39, great commandment)과 ‘지상 명령’(마 28:19~20, great commission) 속에는 ‘복음화’(evangelization)와 함께 ‘인간화’(humanization), ‘사회화’(socialization)의 의미도 분명 포함되어 있다. 지금 우리 교육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고, 아이들은 꿈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성적과 경쟁의 굴레에서 해방하여, 친구들과 마음껏 뛰놀고 공부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교육개혁은 바로 우리 기독교의 과제다. 이제 모든 교회가 힘을 모아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고 바른 정책을 촉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나아가 교육과 관련한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 변화와 사회 구조의 개혁에도 이정표를 제시해야 할 시기이다. 그리하여, ‘하나님 나라’라는 최상의 목표를 이 땅에 구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