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봄

백승학(시인, 참사랑교회 목사)

엄니, 오래된 겨울에 봄은 잊혀진 것 같고
고운 꽃들 또한 꿈길에만 핀다 해도   
엄니, 눈, 바람, 햇살조차 녹지 않는
꽃그늘처럼 투명한 들녘과
햇살에 채색되는 고운 빛깔의 얼음 그늘 
그 아래서 살다 보면
토닥거리며 타오른 눈 매운 화로
정겹고,
엄니, 우리는 젖은 장작 곁에서 
거친 빵을 구우며
깊이 파둔 땅 속에서 익힌 눈물 같은 포도주로
거룩한 성찬을 나눌래.

엄니, 익숙해진 겨울에 봄은 너무 멀리 있고
반짝이던 강물이야 가슴에서만 흘렀어도,
엄니, 선명한 빛깔로 스며드는 
아침나절의 생기와
바람에 채색되는 대지의 숨결 
그 아래서 살다 보면
물 여울 얼음들의 틈새마다 
은어들의 노래 청랑하고,
엄니, 우리는 어스름한 어둠 곁에서
느린 춤을 추며
오래 익혀온 아코디언의 울음 같은 가락으로
장엄한 경배를 드릴래.

엄니, 우리의 겨울이 비록 길고 길었으나 
곤히 잠든 밤이면 눈꽃 속에서 꿈들이 
하얗게 피어났고, 
엄니, 그 많은 생이 지나가는 동안 
우리 곁에 한 번도 봄이 온 적 없었다 한들
마음은 언제나 봄이었다고
웃으며 말할래.
 (백승학 시집 '사월의 꽃잎'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