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임종석 칼럼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이 만든다
임종석  |  seok9448@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7년 04월 21일 (금) 00:07:08
최종편집 : 2017년 05월 28일 (일) 15:21:26 [조회수 : 528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나는 요즘 기도시간을 조금은 더 늘렸다. 이 세상을 떠나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갈 날이 좀 더 가까워진 게 사실인데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이다.

나는 남에 대한 비난을 조금은 많이 하는 편이다. 대상은 교회가 됐건 나라가 됐건 지도급 인사가 대부분이다. 목사를 비난하기 위해 목사가 됐다고 말할 정도의 나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은 눈길이 남 아닌 나 자신에 머무는 일이 많다. 그러는 가운데 기도가 자연스럽게 길어지며 깊어지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새벽 아닌 아침에 기도하다 가슴으로 아프도록 파고드는 게 있어 그대로 적어 본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서의 본질적인 문제는 나와 하나님 사이에 있는 것이지 타인과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지 않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누구라 할지라도 하나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문제라는 것이 타인의 것이라면 당사자의 신앙을 좀먹거나 왜곡시켜 갈뿐 나 자신의 신앙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

물론 신앙상의 문제와 생활상의 문제는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걸 분리해서 생각하는 데에서 크리스천들의 이중적 삶의 태도가 자리를 잡아 왔다. 교회에서는 틀림없는 신자인데 교회를 벗어나면 믿지 않는 사람들과 구별이 잘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게 어디 한두 사람의 일인가.

기독교의 도덕이나 윤리가 세상의 그것보다 더 엄격하여 신앙상으로 볼 때에는 죄가 분명한데도 세상의 현행법상으로는 아무런 저촉도 되지 않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니 크리스천은 세상으로부터 추앙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개독교, 먹사… 이처럼 듣기에도 민망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일이다. 쥐구멍은 너무 작아 들어갈 수 없다면 이불이라도 둘러쓰고 통곡을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그러기는커녕 듣는 데에 익숙해 가고 있으니 이러고도 크리스천이라 할 수 있을까 싶다.

사실을 말하면 교회 밖에서 뿐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조차 사단으로부터 부여받은 발톱을 숨기고 탐욕의 손을 놀리느라 바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직도 꼼수를 써 가며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무엇보다도 좋은 예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그 같은 문제들이 나의 신앙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면 피해를 줄 수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나무는 바람이 불면 불수록, 세게 불면 세게 불수록 뿌리가 깊어진다. 그러나 뿌리가 정착되지 못한 나무는 약한 바람에도 넘어지고 만다. 돛단배 또한 센바람이 있어야 빨리 가나, 서툰 사공의 배는 같은 바람에도 뒤집히고 만다.

그렇다고 교회나 교계 지도자들의 비행에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큰소리로 외쳐 바른 길로 돌아오라 일깨워 줘야 한다. 그러나 그러는 데에는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자신의 신앙상태를 되돌아보며 미움을 뺀 부드러운 마음을 저변으로 하여 하라는 것이 그것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 없이 누군가를 비난한다면 그것이 독이 되어 자신의 신앙을 해치게 된다. 그러나 같은 사안이라 할지라도 자기반성과 동시에 애정을 담아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나무뿌리를 깊게 하는 바람이 되고 돛단배를 빨리 가게 하는 바람도 된다.

 

 

임종석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0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