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 도마뱀’이라 불리는 파충류가 있다. 중앙아메리카 코스타리카의 습한 숲 물가에 서식하는 도마뱀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그랬던 것처럼 물위를 걷는대서 그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예수와 이 도마뱀 사이엔 물위를 걷는 것 말고는 닮은 거라곤 전혀 없으니 별로 어울릴 것 같지도 않는 이름이다.

그런데 나는 이 도마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50년을 믿어 왔고 목사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했으니 겉으로는 그럴듯한 크리스천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예수 아닌 잡다한 것들로 가득하다. 이름만 크리스천이요, 무늬만 목사인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 ‘아무개는 독실한 신자’라는 말을 흔히 들었고, 자신 또한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건 당치도 않은 희망사항일 뿐, 언젠가 부턴 그런 말을 쓰는 사람조차 줄어 이젠 거의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시 듣게 되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말을 매스컴을 통해 들은 것이다.

이와 관련되어 생각나는 사람이 또 한 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분은 지명도 높은 사회적 유명인사가 되었는데도 교회에서 주차안내를 했다 하는데, 이만으로도 독실한 신자라는 말을 듣기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이보다 더 겸손한 행위가 어디에 또 있겠는가.

어떤 일에나 하나님의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고 국무총리로 지명까지 받았던 문창극 장로, 가톨릭 신자이긴 하지만 헌재 재판정에서조차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하던 서석구 변호사, 모두가 독실한 신자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할 것 같은 모습이 아닐까.

그러나 이분들을 다 독실한 신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예수께서는 밭에서 일을 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데려감을 받는데 한 사람은 버려둠을 당한다 하시고, 또 맷돌질을 하는 두 여자 중 한 사람은 데려감을 받지만 한 사람은 버려둠을 당한다 하셨다.

겉만을 봐서는 택함을 받은 사람과 버려지는 사람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님과는 달리 중심을 볼 수 없음으로 누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열매로 알듯이 믿음은 신자가 맺는 행위의 열매로 알 수 있다. 감이 열리면 감나무요, 밤이 열리면 밤나무다. 좋은 열매를 맺으면 좋은 나무요, 나뿐 열매가 달리면 나쁜 나무이다. 그렇듯 택함을 받은 신자는 사랑이라든가 화목 같은 열매를 맺으나, 버려지는 사람은 미움이 동반된 시기와 질투처럼 쓴 열매를 맺는다.

따라서 우리는 악한 열매 아닌 좋은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러나 하나마나한 말이지만 악한 나무인 채로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러니 좋은 열매를 맺으려는 노력과 동시에 나무 자체를 좋은 품종으로 개량해 가야 한다. 사람 자체를, 그러니까 자신의 인격을 믿는 사람으로서의 것으로 바꿔 가야 한다는 말이다. 속사람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겉치장에 과다하게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가는 속사람이 부실해지기 쉽다. 믿음의 사람이라면 허울뿐인 무늬만의 크리스천이 되기 십상이다. 자기의 속사람이 곪아 가고 신앙은 형식화되어 생기를 잃어 가는데도 남의 허물에만 삿대질을 해대며 그들이 한국 교회를 쇠퇴케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은 그렇게 말하는 그들이 이 땅의 교회, 우리의 기독교를 쇠퇴시킨다.

크리스천은 남을 탓하기 전에 자기부터 돌아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데려감을 받을만한 사람인가, 아니면 버려둠을 당할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