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애가를 읽으면서 우리는 이 시가 왜 예언서에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 애가서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슬픔을 노래하는 시다. 시인은 이 애가에서 외세에 함락된 예루살렘 성읍의 참상과 백성들의 비참한 삶을 슬퍼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에서 예레미야는 예언서들에서처럼 이스라엘 민족에게 여호와께 돌아오라고 호소하지 않고 자기 개인의 슬픔을 노래한다.

아가서의 시인이 여인에 대한 감각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반면 이 애가의 작가는 마음속으로부터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토해낸다. 그래서 예레미야애가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깊은 비장감을 느낀다. 희극보다는 비극이 우리의 마음을 더 움직이는 것처럼 아가서보다는 애가가 더 큰 감동을 준다. 그런데 아가서를 문학서로 분류한 정경 편집자들이 왜 애가를 예언서에 포함시켰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아마도 이 시가 선지자 예레미야의 글이기 때문에 예레미야서와 나란히 놓은 모양이다.

그러면 예언서로 분류된 요나서는 어떤가?

요나서와 예언서들

정경을 분류한 사람들이 요나서를 예언서로 분류했지만, 이 책의 중심인물인 요나는 우리가 구약성경에서 만나는 예언자들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다. 여호와의 뜻을 따르는 예언자들은 여호와의 말씀을 외면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흔들어 깨운다. 그러나 요나는 니느웨로 가라는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다시스로 도망간다. 큰 물고기 배속에서 회개하고 일시 선지자의 역할을 하지만 다시 여호와를 원망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는 여호와의 뜻에 순종하는 예언자가 아니고 여호와에게 분순종하는 사람이다.

요나서가 끝나는 부분에서도 그는 여전히 여호와의 뜻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여호와께서는 요나서의 마지막 절에서 그가 당신의 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질책하신다. 그에게는 하나님의 뜻을 선포해서 죄인들을 회개시킬 마음이 없는, 오히려 자기가 하나님에게 불순종하는 것을 회개해야 할 사람이다. 이러한 요나를 선지자들의 반열에 세울 수 있을까? 이러한 사람을 그린 요나서를 예언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요나서를 예언서로 분류한 사람들은 요나가 선지자라는 사실만을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선지자 요나의 이야기를 다룬 요나서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나훔서에서 니느웨의 타락상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고 니느웨 도시의 크기가 요나서에 언급된 것과 일치하기 때문에, 요나서는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열왕기하에 요나가 가드헤벨 아밋대의 아들이라고 기록되어 있고(14;25) 예수님이 요나의 표적을 언급하셨기 때문에(마 12:39-41), 요나서는 요나라는 역사적 인물이 실제로 경험한 것을 기록한 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요나서를 요나 자신의 체험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2장에서 요나가 기도할 때 1인칭으로 기도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2장에서는 요나의 간절한 기도를 인용했기 때문에 그 기도가 1인칭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요나서 전체가 1인칭으로 서술되어 있지는 않다. 요나서는 1장에서 3인칭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3장과 4장에 가면 다시 3인칭으로 요나의 행적이 기술된다.  이 책이 요나 자신의 기록이라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1인칭으로 기술되었어야 한다.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요나서는 한 이야기꾼이 요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짧은 책이다.

니느웨의 타락상이 나훔서에 기록되어 있다거나 니느웨 도시의 크기가 요나서에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해도 요나서가 역사적인 사실의 기록이 아닐 수 있다. 역사소설의 경우 작가는 배경이 되는 장소나 인물 그리고 사회상을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지만, 작가의 주관에 따라서 어떤 역사적 사건은 제외하고 어떤 사건은 자기가 나타내려는 주제에 맞게 바꾸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요나는 열왕기하에 나오는 역사적 인물일 수 있고 니느웨는 나훔서에 언급된 실제 도시일 수도 있다. 요나서를 역사적 기록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예언서들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고 예언서로 분류된 요나서의 내용 역시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언서가 역사적 기록이라 하더라도 예언서와 아주 다른 요나서가 역사적 기록일 것 같지 않다.

예수님이 요나의 표적을 언급하셨기 때문에 요나서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했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이 요나의 이야기를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표적이라고 말씀하셨으니 예수님의 말씀은 진리라고, 요나의 이야기는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된 표적은 요나가 큰 물고기의 배속에 들어갔다가 살아난 것을 가리키는데, 신화학자들은 사람이 물고기의 배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는 신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신화에 흔히 나오는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리고 설사 예수님이 말씀하신 표적이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표적 이야기가 포함된 요나서의 내용 모두가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요나의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하나님이 기록하신 역사적 사실이라는 전근대적인 성경이해에 집착한다. 그러나 오늘날 신학자들은 고등비평 이후의 연구를 통해서 성경은 기록자들이 전해 내려오는 자료들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모으거나 개인의 신앙체험을 기록한 책이라고 주장한다. 요나서가 예언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다른 예언서들의 내용과는 아주 다른, 기록자의 주관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문학작품이다.

요나서는 문학서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엉뚱한 선지자가 중심인물로 나오고 다른 예언서들의 주제와 맞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는 요나서는 아주 독창적인 작품이다. 선지자 요나는 여호와의 말씀을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여호와의 명령에 강하게 반발한다. 그리고 예언서들에서는 이방인을 미워하라고 가르치지만, 요나서에서는 이방인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요나는 이방인의 땅으로 가서 그들을 회개시키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외면하는가? 바벨론 유배 이후에 유대를 재건하고 유대교를 개혁하려고 한 에스라, 느헤미야 같은 선지자들은 선민의식을 강조하면서 이방민족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당시 유대인들은 이방인과 결혼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아내가 된 이방여인들조차 내쫓았다. 이사야 49장 6절에 이방인의 구원이 언급되어 있지만, 그런 단편적인 기록은 전반적인 이방인 혐오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당시 유대인들은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이 예언한 이방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빠른 시일 안에 실현될 것으로 믿고 그 심판을 기다렸다. 이렇게 선민의식에 사로잡혀서 여호와는 유대민족만을 사랑하시는 분으로, 이방인을 미워하시고 심판하실 분으로 믿은 요나는 이방인의 땅으로 가라는 여호와의 말씀을 따를 수 없었다.

여기서 요나를 이방인의 땅으로 보내시는 여호와는 이방인 혐오를 선포하라고 선지자들에게 말씀하신 여호와와는 동일한 분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요나는 이방인에게 심판을 내리시겠다고 말씀하신 여호와가 실상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욘 4:2)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여호와의 은혜는 유대인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이방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마지막까지 요나는 이방인들을 아끼는 여호와에게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기가 옳다고 항변한다. “내가 성내어 죽기까지 할지라도 옳으니이다”(욘 4:9) 이러한 요나의 태도를 통해서 저자는 유대인의 선민의식이 그리고 이방인 혐오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드러낸다.

나아가서 이 저자는 여호와는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아끼시는 분임을 선포한다. 요나서의 마지막 절에서 여호와는 아직도 자신의 편견에 얽매어 있는 요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저자는 유대인들의 뿌리 깊은 이방인 혐오증은 실상 여호와의 진정한 뜻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요나서를 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요나서의 저자는 유대인들의 선민의식을 강화하는 당대의 선지자들의 가르침을 전복시키고 있다.

요나서가 예언서들과 다른 점은 이야기의 내용 외에 이야기의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예언서들에서 예언자들은 여호와의 말씀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단조롭지만, 요나서의 이야기는 복잡하다. 맨 먼저 요나가 니느웨로 가라는 여호와의 말씀을 듣는다. 이것은 예언서들에 나오는 패턴이다. 그러나 그는 니느웨로 가지 않고 다시스로 가려고 배를 탄다. 다음에는 광풍이 일어나고 요나와 뱃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오간다. 그리고 그가 제비에 뽑혀서 바다에 던져지고 물고기 배속에서 여호와께 기도한다. 요나가 기적적으로 살아 나와서는 니느웨로 가고 니느웨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고 회개하는데, 요나는 여전히 여호와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여호와는 요나를 책망하신다. 8쪽밖에 되지 않는 짧은 요나서의 이야기는 이렇게 복잡하다.

요나서에는 이렇게 장면들이 자주 바뀌면서 의외의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독자들은 긴박감을 느끼고 호기심의 끈을 놓지 못한다. 여호와의 명령을 외면하는 엉뚱한 선지자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간에 나오는 물고기 사건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극대화한다. 물고기 배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요나가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니느웨를 회개시킨 후에는 엉뚱하게도 그 일을 시킨 여호와를 원망한다. 이런 요나의 무지를 여호와께서 책망하시지만, 요나는 여호와의 말씀에 묵묵부답이다. 이 미진한 결말은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가는 제유적 수사법을 사용하고 있다. 요나는 유대인들의 이방인 증오를 공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작가는 요나 한 사람의 이방인 혐오를 그림으로써 유대인 전체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당대의 유대인이든 지금의 이방인이든 모든 독자는 작가가 이방인 혐오에 사로잡힌 요나를 앞세워서 유대인들의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요나에 대한 문제는 단지 요나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고 유대인 전체의 문제를 드러낸다. 이렇게 하나를 통해서 전체를 말하는 수사법을 제유법이라고 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작가가 이 이야기 안에서 유대인들의 이방인 배척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작가는 요나와 여호와의 갈등을 다룬 이 작품 전체에서 사건들을 보여주기만 할 뿐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그 시대의 작가들이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전개할 때면 유대인의 이방인 혐오에 대해서 혹은 요나가 여호와의 명령을 어기고 다시스로 간 이유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상례였다. 작가가 나서서 곳곳에서 설명을 가했더라면, 그 설명으로 인해 작품이 느슨해져서 긴박감이 감소되었을 것이다.

2,500년 전의 작가가 현대 작가들이 좋아하는, 설명을 생략하고 사건을 보여주기만 하는 제시적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놀랄 만하다.

요나서는 출중한 문학서다. 정경의 편집자들은 요나서를 예언서로 욥기를 문학서로 분류했지만, 요나서는 인물들 사이의 대화로 엮어진 욥기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구성된 문학작품이다. 고정관념의 해체, 새로운 비전의 제시, 장면의 변화, 호기심의 유지, 제유법의 사용, 제시적 수법, 미진한 결말 등에서 요나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명작 『더불린 사람들』에 나오는 첫 번째 단편 <자매들>의 옆에 놓을 만한 작품이다.

마치면서

우리는 흔히 문학작품은 지어낸 것이기 때문에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에서는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일회적인 사건을 다루는 역사보다 진실하다고 말했다. 문학작품인 요나서에는 2,500년 전이나, 예수님의 시대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실이 담겨 있다.

요나서에서는 이방인들에게 가서 여호와의 뜻을 선포하라는 여호와의 지시를 계속 거부하는 인물을 다루고 있다. 요나가 여호와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그가 그의 선배 선지자들에게서 이방인을 배척하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여호와가 유대인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인내하시는 분인 것을 잘 알지만, 선배들에게서 배운 지식에 집착하기 때문에 그는 여호와가 이방인에게도 자비를 베푸시고 인내하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은 전통적인 유대교의 신앙에 집착한 나머지 예수님의 복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예수님의 새로운 복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을 이단으로 몰아서 배척했다. 4복음서의 중심에는 예수님과 유대교 지도자들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예수님이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말씀하신 데서 당신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대교 지도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오늘날의 기독교인들 역시 옛 것에 집착하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믿음의 선배들에게서 배운 전근대적인 성서 이해에 매달리면서 성서비평학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교회사를 통해서 교부들의 신학은 플라톤의 철학에, 아퀴나스의 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힘입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옛 신학에 집착하는 우리는 실존주의 철학이나 과정철학에 의지하는 현대신학을 외면한다. 현대신학이 현대인의 의식에 맞고 좀 더 성경적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신학을 무조건 배척하면서 그것을 말하는 사람을 이단시한다.

그런데 인간의 의식이 변하면 모든 학문이 그에 따라서 변하게 되어 있다. 과학만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도 신학도 변한다. 그래서 과학에 적용되는 패러다임의 전이는 신학에도 적용된다. 어느 과학자가 패러다임이 변했는데도 옛 패러다임에 매달린다면, 그는 쓸모없는 골동품이 되고 만다. 성경에 대한 이해나 신학 이론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교회가 골동품으로 변해가는 것은 바로 교회가 옛 패러다임에 얽매어서 새로운 풍토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나서의 저자는 이방인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당시의 유대인들의 고정관념을 비판했다. 그의 비판은 500년 후에 예수님을 배척했던 유대교 지도자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리고 그는 2,500년이 지난 지금 현대신학을 외면하는 우리들의 착각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