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쉬라트 만지

오늘 우리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른 것은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상대보다 빠르게 목표에 도착하는 것은 생존과 발전의 원인이 되기도한다. 빠름(fastness)과 속도(speed)는 반드시 바름(rightness)을 전제로 해야 된다. 아무리 빨리 달릴다 해도 목표점에서 벗어난다면 의미가 없게 된다. 빠른 제품의 개발도 고객의 욕구(needs)에 맞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 한국사람의 성품중에 빠름의 유전인자가 있다는 많은 지적이 있다. ‘빨리 빨리’는 한국인을 묘사하는 중요한 수식어가 된지 오래다.

바름과 동시에 ‘빠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속(continuity)’이라 할 수 있다.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목표를 향해 중단없이 전진해 나아가는 것이다.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쌓아가는 것이다. 우리속담의 '티끌 모아 태산‘이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그리고 ’십시일반(十匙一飯)‘ 등은 큰 결과도 작은 행동과 그 지속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말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목표를 향한 지속적이며 차라리 우직해 보이기까지 한 행동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사례를 설명하는 고사성어로 우리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을 기억한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우공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태행(太行)과 왕옥(王屋) 두 산맥은 오래전엔 북산(北山)을 사이에 두고 지금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북산에 살고있던 우공(愚公) 이라는 노인이 높은 산에 가로막혀 왕래하는 데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두 산을 옮기기로 하였다. 둘레가 700리에 달하는 큰 산맥의 흙을 퍼담아서 왕복하는 데 1년이 걸리는 발해만(渤海灣) 까지 운반하는 작업을 하는 우공(愚公)의 모습을 보고, 친구 지수(智搜)가 그만둘 것을 권유하자 우공(愚公)이 말했다.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있고, 그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갈 것이다. 하 지만 산은 불어나지 않을 것이니, 대를 이어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깎여 평 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 그 때 산신령에게 이 말을 전해들은 옥황상제가 두 산을 멀리 옮겨주어 노인의 뜻은 성취되었다는 고사(故事)다.

우공이산과 같은 사례가 도처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인도의 가난한 시골 청년 다슈라트 만지(Dashrath Manjhi)는 북동부 비하르주에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 아내 팔구니(Falguni)와는 가난하나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느 날 일하고 있던 그에게 점심을 가져오던 아내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고, 의사의 진찰이 필요했다. 부부는 걸어서 약 70km가량 떨어진 가까운 도시로 향해야했으나 길이 나있지 않은 험준한 산을 넘어 가야했다. 힘든 긴 여정으로 아내가 죽게되어 그는 슬픔과 고통으로 앞길이 막막했다. 만지는 또 다른 사람이 같은 슬픔을 겪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산을 횡단하는 길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자신의 염소를 팔아 끌과 로프, 망치 등을 모았다. 사람들은 아내를 잃은 만지가 실성했다고 생각했다고 비웃었으나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을 지속하여 22년 동안을 한결 같이 그는 매일 다른 사람들이 노는 시간에 작을 계속하여 2007년 눈을 감을 때까지 쉬지 않고 작업을 계속했다. 그의 굳은 결심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약 길이 110미터, 너비9.1미터, 높이 7.6미터에 달하는 도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산으로 막힌 두 마을간의 거리는 55km에서 15km까지 단축되고 차량 통행이 가능해졌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던 그는 그 마을과 인도의 영웅이 되었다.

▲ 호머 터널

비슷한 사례가 남 뉴질랜드의 호머 터널(Homer Tunnel)에도 있다. 호머 터널은 1954년 개통된 뉴질랜드 남섬 피오르드랜드 지방의 94번 도로 터널로 밀퍼드 사운드와 테아나우 그리고 퀸즈타운을 연결하는 터널이다. 뉴질랜드 남섬의 이글링턴(Eglinton) 계곡과 할리퍼드 강(Hollyford River)을 연결하고, 서쪽으로는 클레도(Cleddau)를 연결한다. 이 터널도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호머(Homer)란 사람과 그의 아들이 13년여에 걸쳐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 마침내 터널을 완성했다. 길이는 1270m 이며 1차선 자갈표면이고, 터널 벽은 안을 대지 않은 화강암으로 남아있다. 동쪽의 출구 끝은 945m 높이에 있고 약 1:10의 기울기로 서쪽 끝으로 내리막이다. 이 터널은 남섬 뉴질랜드의 산맥을 동서로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발명왕으로 불리는 에디슨은 전구발명과 관련하여 천여번의 실험과 이은 실패에도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란 유명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속도와 빠름을 강조하는 우리사회에 끊임없이 지속하고 노력하는 끈기와 열정이 요구되고 있다. 3포 시대라 지칭되는 청년들의 좌절과 실의에 우리사회는 좀 더 크고 넓고 길게 포용하고 기다리며 그들을 이해하고 북돋워주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목표를 위해 다소 우직해 보일지 모르는 오늘 하루의 노력이 큰 목표를 이룩하는 확실한 길이자 지름길이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