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의 이단 대처 활동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그 원인을 한국교회의 ‘윤리적 패배’에 찾는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모은다.

탁지일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당에서 열린 한국교회사학회, 복음주의역사신학회, 한국장로교신학회 공동주최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공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교회, 개혁의 주체인가, 개혁의 대상인가: 교회를 향한 이단들의 도발적 질문들을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탁 교수는 “이단 대처와 관련 오늘날의 형세는, 이단 규정의 ‘주체’인 한국 교회가 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반면, 그 ‘대상’인 이단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감춘 채) 친사회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며 사회적 공신력을 얻기 위해 애쓰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탁 교수는 “한국 교회의 납득할 만한 이단 규정에 대해 이단들은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이단 규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사회적 위상과 공신력이 약화된 한국 교회의 이단 대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탁 교수는 “‘이단대처’와 ‘교회개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윤리적으로 패배한 교회가, 양의 옷을 입고 활동하는 이단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도덕적으로 패배한 교회지도자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컫는 이단교주를 정죄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탁 교수는 또 “교회가 교리적인 잣대로 이단을 정죄하는 동안, 사회는 공공성을 기준으로 이단 문제를 바라본다”면서 “정결한 교회의 이단 대처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가 이단들보다 거룩할 때 사회는 교회의 이단 대처에 공감하게 되며, 교회지도자가 이단 교주들보다 도덕적으로 구별될 때 교회의 이단 대처는 사회적 공신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탁 교수는 “도덕적 가치를 상실한 교회의 이단 대처에 대해, 사회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냉소적인 한 마디를 던질 것”이라면서 “교회가 거룩함과 구별됨을 소유하고, 상식적이고 공신력 있는 이단 대처를 해 나아갈 때 주변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탁 교수는 “상식적인 교회가 이단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서 “주변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상식적 수준의 이단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단 대처는 교회 내의 ‘정적 제거 수단’이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탁 교수는 자신의 아버지인 고 탁명환 소장이 남긴 최태민과 한국교회의 관계에 관한 일화를 구체적 사례로 꼽았다.

탁 교수는 “가짜 목사 최태민과 그의 자녀 최순실이 한국사회에 끼친 해악에서 한국교회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고 물은 후 “소위 정치적 영향력과 교권에 집착한 일부 정통 교회 목회자들이 최태민의 등장과 성장을 위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탁 교수는 “최태민이 이들 목회자들을 이용한 것인가, 아니면 목회자들이 기꺼이 능동적으로 이용당한 것인가”라고 물은 후 “‘가짜 목사’ 최태민 마저도 자신을 이용해 권력 핵심에 접근하려는 ‘진짜 목사들’을 경멸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탁 교수에 의하면 최태민은 이들에 대해 “더러운 xx들... 시장 바닥의 술주정꾼만도 못한 인간들. 싹 쓸어버려야 하는데”라고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고 탁명환 소장은 기록하고 있다.

이에 탁 교수는 “교회가 거룩함과 구별됨을 소유하고, 상식적이고 공신력 있는 이단 대처를 해 나아갈 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 교회가 불확실하고 어그러진 세상에서 개혁의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라고 쓴 소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