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임종석 칼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임종석  |  seok9448@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7년 02월 28일 (화) 18:37:08
최종편집 : 2017년 05월 28일 (일) 15:18:32 [조회수 : 67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라는 작품에 들어 있는 문구이다. 누가 봐도 파이프가 분명한 그림 아래 쓰여 있는 것으로,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말이다.

파이프가 분명한 그림인데 파이프가 아니라? 그럼 뭐라는 말인가. 파이프를 그린 그림이지 실물의 파이프는 아니라는 말인가. 그런 면에서라면 수긍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왠지 이 그림이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왠지가 아니라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그렇다.

본래대로라면 이번 19대 대선도 12월에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 탄핵으로 많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탄핵 선고일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으나 3월 13일까지는 잡힐 것이고, 결과도 인용으로 끝날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출마에 뜻을 둔 사람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소위 ‘4말5초 벚꽃대선’이 유력해진 것이다.

그런데 흔히 선거는 프레임 싸움이라고들 한다. 그럴듯한 프레임을 선점해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이다. UN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정치교체’ 프레임으로 선거에 임하려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낙마하고 말았다.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예비후보 문재인과 안희정은 각각 ‘정권교체’ ‘시대교체’ 프레임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에서 또 하나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은 이미지이다. 후보자는 이미지를 통해 말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것이 언어보다 더 깊고 강렬하게 유권자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프레임도 이미지를 통해 확산시키려 한다.

따라서 저마다의 캠프에서는 좋은 이미지 창출을 위해 고심한다. 자질과 능력의 광고 효과를 높이는 데에도 이미지보다 좋은 것이 없으니 그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조심해야 한다. 속지 말아야 한다. 역대 대선을 되돌아볼 일이다. 이미지를 보고 투표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 몇 번이었는가.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실체가 아니다. <이미지의 배반> 속의 파이프가 그림일 뿐 파이프가 아니듯 말이다. 사진을 보고 맞선 자리에 나갔다가 실망한 경우가 많고, 온라인 매장에서 본 사진을 믿고 물품을 주문했다가 반품하는 번거로움을 겪는 것 또한 이미지에 속아서이다.

후보자가 TV나 라디오에 나와서 정견을 말하고 토론을 하는 것도 만들어진 이미지의 허상일 뿐이다. 심지어 후보자 본인이 곳곳을 돌며 유세를 하는 것조차 그 같은 이미지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겉은 후보자 본인이 분명하지만 속에서 나오는 말은 본심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내용뿐 아니라 말투나 억양에도 꾸며진 것이 많고, 얼굴표정도 그렇다. 공약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그러니 이번과 같은 국난을 두 번 다시 격지 않으려면 이미지 뒤에 숨겨진 민낯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입견에 매몰되지 않는 일이다.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디, 개땅쇠, 핫바지, 감자바위 등의 지방색으로 색칠한다든가, 좌빨이나 수구꼴통 같은 매도된 프레임으로 가두어 평가해서는 실체를 보지 못한다.

프레임도 이미지도 모두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후보자 각자의 실상을 보아야 한다. 프레임으로 덧씌워지고 이미지로 덧칠된 가식을 투시하여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국론분열도 그렇다.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어 양분된 분열의 양상이 극심하다. 촛불은 부당한 국가권력을 향해 외치는 국민의 소리인데, 이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가 그 촛불을 끄기 위해 펄럭이는 형국이다.

어쨌든 대립 관계에 있는 양 집회의 상징이 된 촛불과 태극기의 본모습은 더없이 소중한 가치이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를 비난한다. 자기네가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 한다. 일정부분 양 진영이 다 사실이요 진실이다. 그러나 정도에 차이가 있다. 절대적인 의인이 없듯이 절대적인 악인도 없다. 양 진영에 크든 작든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어느 쪽이 옳은 말을 많이 하고, 어느 쪽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더 많이 하는가를 봐야 한다. 어느 쪽이 더 상식적이고 비상식적인가도 봐야 하고, 어느 쪽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며 억지를 쓰는가도 봐야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옳고 사실이며 상식적인 쪽으로 가야 한다. 선거도 다르지 않다. 단 1%라도 더 나은 쪽으로 정해야 한다. 나와 내 자식들이 살고 있고, 내 후손들에게 물려줄 보다 나은 나라를 위해 그리해야 한다.

임종석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24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3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포이멘 (183.XXX.XXX.239)
2017-03-10 08:10:47
그래서 에토스가 중요하지.
리플달기
0 0
백형철 (124.XXX.XXX.113)
2017-03-09 21:34:27
박근혜는 분명히 蜃氣樓現像이다. 박정희의 후광과 보수기득권세력의 도움으로 권력을 얻었으나, 뒤늦게 이미지에 속았다는 것을 느껴 촛불집회까지 오게되었다. 수 십년을 최태민과 최순실외 자매들과 관계를 맺어오면서 (육영재단+ 영남대학교+정수장학회) 알게 모르게 부정를 저질러 왔다. 지금도 알게모르게 보수단체에 뒷돈을 지불하면서 탄핵반대를 선동하고 있다.또한 所謂 엘리트라는 관료&정치인들도 동참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분명히 代價를 지불해야 한다. 彈劾引用이 돼야 하나, 罪는 있으나,더이상 따지지 않고 자연인으로 돌아갔으면 하는것이 바램입니다.
리플달기
2 0
지나가다 (72.XXX.XXX.208)
2017-03-03 04:48:39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언론이 다 조작을 하는 바람에, 더 이상 신뢰, 믿음이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떠들어도 믿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의 인격을 통하여 글들이 나오는데, 비해서 요즘은 돈을 통해서 글들이 나와서, 더 믿지를 못합니다. 오죽하면 사람들과 통화를 할 때, 거의 다 통화녹음 버튼을 하고, 녹음을 할까요. 그러지 않고서는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제일 좋은 핸드폰을 사용하고, 무엇이든지, 녹음하고, 찍어 두어야 합니다. 어찌보면 불행한 세대를 살아갑니다.
리플달기
1 1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