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에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던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염증부위를 짜개고 염증을 긁어내어야 쉽게 아무는데, 수술용 메스가 없어서 대신 부항기로 고름을 빨아내었습니다. 잘 나오지 않지만 약간의 고름과 피가 나와서 그냥 내버려 두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입니다. 소독약으로 소독을 하고 옥도정기도 바르고 중국에서 나온 염증 완화용 분말도 뿌려주고 붕대로 살짝 동여 매주고 마침 전에 쓰던 약 중에 남은 약이 좀 있어서 소염진통제도 며칠 복용할 것을 주었습니다.

발목이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 둔 것을 나무랄 이유가 없습니다. 가난해서 병원이나 약국에도 갈 수 없는 형편이라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어떻게 나무랄 수가 있습니까! 더욱 불쌍한 것은 부인은 중풍 초기증세로 한쪽 편을 쓰지 못하여 간신히 부축을 받고 치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아직 젊은 부부가 모두 중환자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요.

가난은 죄가 아니고 극복해야 할 생활의 문제이지만, 정작 가난하면 스스로 이겨 낼 힘이 없습니다. 누군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가난은 질병만 일으키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사회악을 만들어 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단순한 자선행위가 아니고 우리가 잘 살고 내가 행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여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늘 함께 더불어 사셨습니다. 당시 엄한 성전의 규율조차 박차고 나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셨던 예수의 모습을 닮아가지 않으면 하나님은 이 세상을 향하여 늘 침묵하실 것입니다.

옛 선비들은 청빈이 오히려 행복하다는 시를 지었지요. 이번 국정농단의 주범처럼 사기와 기만과 술수와 직권남용 등으로 자격도 없는 자가 국정의 비선실세로 행세하다 철창신세가 되는 것보다는 청빈한 삶이 오히려 행복한 삶이겠지요. 그러나 청빈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은 가난해도 먹고 살만하니까 하는 노래입니다. 정말 가난하면 행복이란 어림도 없는 말입니다. 훔치고 도적질하고 강도질하고 탈취할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애지중지하며 열심히 잘 챙겼던 내 휴대폰을 두 번이나 날치기 해 간 절도범들도 가난이 만들어 낸 사회악의 한 단면입니다. 하루라도 목숨을 연명하려면 그 짓 밖에 할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대기업들이 더 많은 것을 탐하느라 국정농단이나 정경유착 등으로 탈세를 하여 국가와 국민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동안, 가난한 자들은 거리에 나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하여 좀도둑을 일삼는 총체적 위기사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난은 단순히 돈이 없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지는 가능성을 박탈당하는 것을 뜻합니다.(아마르티아 센) 이 세상에 가난을 없애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이 원하시는 일이었습니다. 신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구원의 수단으로 암송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날마다 삶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를 주님의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약2:16>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더웁게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