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회와 에큐메니칼 운동>을 읽고

이정배

 기독교, 특별히 개신교에 있어서 에큐메니칼 운동은 자신의 본질이자 사명에 속한다. 모체인 가톨릭교회로부터 일탈(?)했으며 이후 수십 개의 교파로 나눠졌기에 개신교는 가톨릭교회보다도 더 강도 높게 일치의 길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성서와 전통에 무게중심을 둔 가톨릭교회에 비해 이성과 체험이란 근대성의 세례를 받은 개신교회가 이 과제를 이룰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성서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교파를 생성시킬 수 있는 탓이다. 더욱이 근자에 종교적 욕심이 더해지면서 개신교내 분파주의, 나아가 개교회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바, 개신교회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물론 교회의 공교회성으로부터 멀어질 공산이 크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일치를 위한 가톨릭교회 측의 활발한 움직임과 교회 복음화를 위한 자기 비판적 성찰을 미루어 볼 때 향후 에큐메니칼 운동의 판세가 오히려 그쪽으로 기울 것 같아 내심 걱정스럽다. 2017년을 맞아 두 번째 종교개혁을 요구받는 현실에서 개신교는 교파별로 각자도생의 길을 접고 새로운 보편성(공교회성)을 추구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에큐메닉스란 학문영역은 개신교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점에서 2017년 시작과 함께 <감리교회와 에큐메니칼 운동>이란 책자가 출판된 것은 교단의 미래를 위해서 뿐 아니라 이 땅 개신교의 향방을 가늠하는 책자로서 참으로 축하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교단 산하 에큐메니칼 위원회의 전폭적 지원 하에 이론과 실무에 능한 박도웅 박사의 수고로 본 책이 저술되었으니 그 협업 과정을 치하하고프다. 교단의 기대를 업고 집필을 시작하였기에 본 책은 단순 ‘백서’의 형태를 넘어 후학들이 읽을 수 있는 신학 ‘교재’로 탄생할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에큐메닉스의 전공자들은 거지반 장로교 신학자들이었고 관련 책들 역시 그들로부터 생산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로부터 배웠으나 감리교 신학 전통 속에서 에큐메닉스의 본질을 파악했다. 감리교회만큼 에큐메니칼 운동을 잘할 수 있는 교파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점에서 의의가 없다. 감리교 창시자인 웨슬리의 정신과 이후 형성된 신학이 시대에 앞선 에큐메닉스의 전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동/서방 기독교를 만나게 했고 영국과 독일의 사상(경건주의)을 결합시켰으며 성공회는 물론 가톨릭교회와의 유사성을 유지했고 시대정신과도 불화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서 건너온 남북 감리교회가 이 땅에서 하나의 감리교회로 통합된 것도 결코 우연의 소치는 아닐 것이다. 바로 이점을 저자 박도웅 박사는 설득력 있게 밝혀주었던 바, 그의 가장 큰 공헌이라 말해도 좋겠다.

본 책 <감리교회와 에큐메니칼 운동>은 부록까지 12장으로 구성되었다. 처음 1.2부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본질과 역사적 발전과정에 대해서 개괄했다. 3, 4장에서는 감리교 내의 에큐메니탈 정신을 탐색했고 이어서 한국 감리교회의 에큐메니칼 유산을 역사적으로 정리했다. 5장에서는 한국 개신교 내에서 일어난 교회연합운동의 제 실상을 밝혔고 그를 위한 감리교회의 역할을 소개했다. 6장에서는 JPIC를 비롯하여 세계교회협의회(WCC)활동에 있어서 한국 및 세계 감리교회가 공헌한 바를 논했다. 7, 8장에서는 WCC 9차 총회까지의 역사를 소개했고 10차 부산대회에서 발표된 주요 성명서를 자료형태로 제시했다. 9장은 가톨릭교회와 많은 대화를 했던 아시아 기독교협의회(CCA) 즉 아시아 교회들 간의 일치운동에 관한 간략한 내용을 담았다. 10장과 11장은 본 책의 결론부분으로서 현재 감리교회의 에큐메니칼 신학 교육의 실상을 타교단과 비교하여 그 부족함을 역설했고 향후 교회일치를 위한 향후 감리교회의 전망을 소위 ‘복음적 에큐메니즘’이란 이름하에 제시했다. 마지막 부록 장에서는 10차 부산총회 행정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에큐메니칼 여정을 하나의 도표로 소개했고 격년으로 열리는 독일 ‘교회의 날’ 참관기가 에큐메니칼 문화의 활성화 차원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었다.

이렇듯 A4 용지 150매에 달하는 12장의 목차를 다루면서 저자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역사 신학적, 조직신학적 그리고 목회적 관점을 견지할 것을 선언했다. 여기서 역사 신학적 관점이란 웨슬리 신학, 아펜셀러 이후 선교사들의 생각 그리고 일백년 넘게 지속된 한국 감리교회 속의 에큐메니칼 유산 및 그 정신에 관한 탐색이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조직신학적 분석틀이란 것이 불분명하다. 에큐메니칼 운동을 위한 신학이 10차 총회에 이르기까지 어떤 형태로 변화되었고 매 총회마다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었으며 그것이 교회 및 세계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감리교회, 특별히 한국 감리교 신학과 어느 면에서 연결점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한마디로 에큐메니칼 신학을 체계 있게 다루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본 책은 아쉽게도 부분적으로 자료들을 열거한 백서 형태로 머물고 말았다. 마지막 목회적 시각 역시 그 당연성에도 불구하고 불철저하게 보인다. 에큐메니칼 신학이 문제인지 아니면 교회가 문제인지에 대한 성찰을 결여한 탓이다. 그렇기에 윤리적 관점으로 지평을 넓혀 양자를 함께 성찰하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 에큐메니칼 신학이 한국교회와 소원해진 것에 대한 분석이 본 책에서 너무 가볍게 다뤄진 것이 아쉽다.

이상의 내용이 <감리교회와 에큐메니칼 운동>을 일견한 필자의 소감이다. 지금부터는 좀 더 세부적 차원에서 향후 보완될 부분들을 적시해 보겠다. 무엇보다 본 책을 쓰고자 하여 읽었던 참고도서에 관한 소견이다. 참고도서를 보면 책 내용을 대개 가늠할 수 있는 바, 본 책 말미에 소개된 자료들의 경우 많이 부족해 보인다. 어느 경우는 자료가 편향되었으며 1차 자료에 대한 접근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이처럼 참고도서의 부족과 편향은 이후 비판적으로 살필 내용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웨슬리에 관한 국내외 권위 있는 연구서적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기에 동방교회와 웨슬리의 관계가 다뤄지지 않았고 창조(생태)신학적 검토가 부족했으며 가치 다원주의 현실에서 웨슬리를 이해하는 현대적 시각이 드러나지 못했다. 또한 WCC 10차 부산 총회에 저자의 분석이 좀 더 정확하고 비판적이었어야 했다. 자랑스러운 일이었으나 성공적이지 못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바울의 도시 다마스커스에서 열려야 될 총회가 돈의 힘에 굴복당한 결과였다. 오랜 전통의 WCC 에큐메니칼 신학이 발전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표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폐회예배 시 남아공에서 온 두 손을 잃은 한 목사의 설교가 귀에 쟁쟁하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웃 종교인들과 옳게 대화한번 나누지 못하고 떠남을 용서 바란다‘고 했다.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 통일을 위한 WCC 성명서를 불온하게 여겼고 일체 소통을 불허한 정권에 대해 침묵과 방조로 일관한 한국 교회를 비판해야 옳았다. 이것이 이 땅에서의 에큐메니칼 운동을 위한 미래적 전망이자 전제인 까닭이다. 지금 세상은 개별 종교의 진리보다 평화를 더욱 원하고 있다. 목회적 차원만큼이나 윤리적 차원이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현실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는 이유는 WCC 에큐메니칼 신학의 본질과 핵심을 본 책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에큐메니칼 정신은 세상 속 이념들과 제 종교와의 대화를 ‘하느님 선교’란 이름하에 지속해 왔다. 아프리카 하라레 대회에선 제 3세계에 대한 1세계의 부채 탕감을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이런 일들이 교회일치 운동과 전혀 무관치 않다. 하나의 세계 없이 결코 하나의 일치된 교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교회일치 운동은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평화를 일구기 위함인 탓이다. 본 책에서 이 점이 강조되지 못했다. 조직신학적 관점이 부족했다는 필자의 지적이 바로 이를 적시한다. 하지만 필자는 본 책에서 JPIC 대회에 관해 상당 페이지 할애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JPIC는 20세기 시학의 향방을 바꾼 엄청난 사건이었던 탓이다. 1990년 당시 ‘시간이 촉박하다’(Die Zeit draengt)란 물리학자 봐이젝커의 권유와 제안을 개신교 교회들이 수용하여 이 땅 서울에서 JPIC 세계 대회가 열렸었다. 분배문제의 불균형, 핵무기의 과다보유 그리고 생태계의 급속한 파괴 등,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대한민국 서울에 집중되었다는 인식 탓에 개최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 교회는 이런 상황에 냉담, 무지했다. 서울에서 열렸으나 감리교단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음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본 대회를 발의한 공로로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명예 신학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자리에서 봐이젝커는 이렇게 말했다. “정의, 평화, 창조보존의 문제가 지구적 차원에서 항존 하는 한, 기독교 정신,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은 아직 멀었다”고. 이후 WCC 총회는 이 세 개념을 변용시켜 줄곧 대회의 주제로 삼았다. 세계 교회가 WCC 대회를 통해 일치 운동을 하는 이유는 사실적 종말에 이른 지구의 현실을 치유하기 위함일 것이다. 한국 감리교회는 어느 교단보다 JPIC 문제의식을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신학을 지녔다. 하지만 현실 교회는 이와 다른 길로 질주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성화를 위한 냉철한 제안을 한국 교회에 던졌어야만 했으나 본 책은 그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자의 결어인 ‘복음적’ 에큐메니즘을 말함에 있어서 ‘복음적’이란 뜻이 많이 협소해지고 말았다.

저자는 5장에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실상으로서 NCCK, 기독교 방송, 대한 기독교서회 등 7개의 기독교 단체를 소개했다. 이들 기관들 모두에 의당 감리교회가 함께하고 있다. 기독교 선교 초기에 이 땅의 선교를 위해 제 교파들이 연합기구들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운영한 것은 치하할만한 일이다. 특히 60-70년대 NCCK 재활성화를 위한 감리교단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러나 본 책에서 이에 관한 내용이 너무 약술되었다. 5장의 주제가 교회연합운동과 감리교회라 했다면 좀 더 감리교회의 시각에서 서술했어야 옳았다. 이는 역사적 객관성, 형평성 물음과는 별개이다. 단순 나열이 아니라 감리교회의 관점에서 서술코자 했다면 당연히 그리했어야 한다. 이에 더해 첨언하고픈 것은 이들 연합기관에 대한 엄중한 평가를 결여했다는 점이다. 본래적 사명보다 정치적 야합의 장으로 전락한 오늘의 실상을 지적해야 마땅했다. 더욱이 NCCK 탈퇴를 요구하는 감리교 평신도회 그리고 한국 기독교 총연맹(한기총)을 거쳐 최근 급조된 한국 기독교 연합회(한기연)에 몸을 적신 감리교단의 현실을 깊이 우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점에서 본 책 5장은 최소한 반면교사로서의 역사의 역할을 방기했으며 홀대했다. 그렇기에 역사적 사실로 나열된 감리교의 에큐메니칼 운동사가 그렇게 재밌지 않다.

앞서 말했듯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일치 노력뿐 아니라 제 이념 및 종교들과의 대화도 존중했다. ‘오이쿠메네’란 어원에서 나왔던 탓이겠고 ‘하느님 선교’란 신학적 명제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여전히 논쟁적 개념이긴 하나 교회를 넘어선 하느님 활동에 대한 고백은 성서적이고 신학적이다. 이점에서 감리교 신학은 이웃종교들과의 대화에 앞장섰고 토착화 신학이란 신학적 흐름을 이 땅에 선사했다. 가톨릭교회 교종의 가장 빼어난 저서 <복음의 기쁨>은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과 다른 문화(종교)의 존중 및 그와의 공존을 복음의 본질이라 했다. 그렇다면 감리교 신학 전통에서 생기한 종교간 대화 노력 및 토착화 신학사조를 본 책에서 다뤘어야 했다. 이 책의 제목을 저자가 <감리교회와 에큐메니칼 운동>이라 했기 때문이다. 아펜젤러와 탁사 최병헌의 만남에서 비롯한 감리교회 고유한 토착화 전통에 대한 비중이 너무 없어 아쉽다. 한국 교회 실정에서 이 주제가 비호감인 탓에 제외했고 그래서 목회적 시각을 앞세웠을 것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본 책을 신학교 교재용으로 생각했다면 용기를 내어 좀 더 학문적으로 접근했어야 옳았다. 신학대학은 목회기술이 아니라 신학적 사유를 배우는 곳이며 세상을 사랑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감리교 신학자에 의해서 에큐메니칼 운동사가 정리된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2년 남짓한 시간을 노심초사 했을 저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깊이 감사한다. 이 교재를 통해 감리교 에큐메니칼 운동이 더욱 활발하게 학습되어 교회의 일치 뿐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에큐메니칼 의식이 감리교단 내에 충일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WCC에 대한 몰이해와 NCCK 탈퇴라는 시대 거역적인 발상이 교단내부에서 사라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저자의 노고를 치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