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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시대
백훈  |  storyl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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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01월 25일 (수) 15:40:13
최종편집 : 2017년 01월 25일 (수) 15:49:57 [조회수 : 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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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한 여성탤런트가 부른 유행가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 여성이 이상한 모양으로 흐느적거리며 노래하는 것을 TV로 보며 쓴웃음이 지어지던 것도 생각난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그 전후의 가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기억에도 희미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도 물건도 가짜가 지천인 세상이라서 그런지 아니 가짜가 점점 더 세련되게(?) 진화하기 때문인지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이 구절이 생각난다. 그래서 운전을 하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현대는 자기 PR 시대라던가. 그런데 PR에는 과장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중년여성은 자신이 미스코리아 출신이라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스무 살 때 고향 특산물을 홍보하는 사과아가씨(곶감아가씨였나?)로 뽑힌 경력을 가지고 부풀린 것이었다.(그래도 상당한 미인이었으므로 아는 이들은 가짜라기보다 과장으로 봐주고 있다.)

하긴 이런 류의 과장은 동포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모국에서 커다란 건물 한 채쯤 안 가졌던 사람이 드물고 지금은 비록 소규모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모국에선 대단한 직책에 있었다는 사람이 많기만 하다.

내 자신의 경우도 적은 재주로 글이라고 쓰고 있으면서 종종 소설가로서 일가를 이룬 듯이 과장을 하곤 하니 사실 이 제목이 그리 편치는 않다. 솔직히 내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며 ‘정말 이게 말은 되나?’ ‘이걸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자문자답을 할 때도 자주 있다.

업무상 가끔 보게 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결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모 인사가 사회를 위해 얼만가 기부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세금을 적게 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폄하를 한다. 누군가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자고 권유라도 하면 자신을 이용하려 든다며 금세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다.

나는 한 번도 그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듣는 나 같은 사람에 비하면 정말이지 차원(?)이 한참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동의한다는 말에 상대하지 않겠다는 저의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아 낼 수가 없다. 함께 가자는 말이 실은 너는 빠지라는 뜻인 것을 내가 어떻게 알아듣겠는가. 실제로 어느 날에는 그가 식사를 하자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식당으로 갔다가 그냥 돌아온 일도 있다. 나중에 그의 대답, ‘아니, 인사로 한 말인지 몰랐어요? 진짜로 갔었다구요?’

이야기가 다소 비약되어 흘렀으니 이쯤에서 제목으로 돌아가자. 가짜 시대란 따지고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PR 시대의 뒤를 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 PR을 위한 미화와 과장이 거듭되다보면 의례 거짓으로(가짜로) 발전하고 세월이 흐르다보면 대문호 ‘토스토에프스키’가 ‘죄와 벌’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거짓이 내면화 되며 자기 스스로도 믿기에 이르는 것이다.

성경은 지적한다. ‘올바른 사람은 없다. 단 한 사람도 없다/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 단 한사람도 없다.’(로마서 3장10,12) 그러면, 시대가 악해지고 가짜가 되어버렸으니,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여기 기독교의 믿음이란 이러한 자기 정체성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 힘으로는 이미 내면화되어버린 ‘이생의 자랑’(요한일서 2장 16)에서 벗어날 수가 없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런 뒤에 예수의 힘을 의지하여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로마서 12장 2) 새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힘으로 한다. 그래서 우리는 믿음을 은혜라고 부른다.

 

백훈 (샌디에고, 한인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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