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이면 꼭 가는 곳이 있습니다.
1096년에 건축된 내가 '천년성당'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뚤루즈에 와서 토요일 오전이면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다니기 시작한 곳입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7일장이 서는 곳입니다.
처음 갔을 때 주로 아랍사람들이 중고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파는 것같았습니다.
천년성당 주변에 아랍사람들이 쓰다버린 물건같은 것들을
가지고 나와있었는데 눈을 뒤집고 봐도 도무지 쓸 물건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토요일이면 산보도할겸 혼자 집에서 나와 아랍사람들의 사는 모습들을 보면서 '천년성당'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내 눈에 띠는 것이 있었습니다.
헌 구두였습니다.
아주 튼튼하게 보이는 헌구두가 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와서 아내를 데리고
다시 '천년성당'으로 갔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나에게는 전혀 경제권이 없어서 구두를 사기위해
아내를 데리고 갔던 것입니다.
아내도 마음에 들어해서 흥정을 했습니다.
10유로를 달라고 하는 것을 아내가 솜씨좋게
8유로에 깍아서 샀습니다.
만원정도에 정말 내 맘에 드는 가죽구두를 산 것입니다.
도둑놈 발같은 내 발에 정말 잘 맞는 구두였습니다.
정말 튼튼해서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신고 다닙니다.
그 후 아내와 같이 토요일 오전이면 '천년성당'에 꼭 가게 됩니다.
짐을 잃어 버려서 이것 저것 마련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쓸모없는 물건처럼 보이던 것들인데 쓸모있는 것들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쓰다버린 물건들이지만 어느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수 없이 많은 쓰다버린 물건들이 자기를 필요로하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3유로에 항아리를 샀습니다.
1유로에 헌 옷을 산 아내는 정말 기분 좋아했습니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헌 물건들을 보면서
꼭 나를 보는 듯했습니다.
아무 쓸모없어 버려진 인생같았던 나를 불러주신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는 버려진 인생이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버려진 인생같아도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쓰시겠다고
우리를 부르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버려진 인생도, 쓸모없는 인생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쓰시고자 우리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준비하라.' 하신 뜻을 조금은 깨달아 지는 것 같은
오늘 아침입니다.
(1년전에 쓴 글을 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