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40대입니다.”

예전에 썼던 칼럼을 읽다 이런 구절을 읽었다. 40대 후반에 큰 소리 치며 하던 말이다. 이젠 40대도, 50대도 아닌, 그 어느 시점에 이르렀다. 늙은이 세계에 어울리기도, 젊은이 세계에 어울리기도 어려운 어중간한 늙은이가 되었다.

그래도 중년이던 시절에는 꽤나 꿈이란 걸 짊어지고 허둥대기도 했다. 중년이란 꼬리를 떼고 한참을 어중간하게 살아 보니 한 해가 가고 다른 해를 넘보는 시점인 요즘 같은 때가 되면 무척 외롭다. 마치 집안으로도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기도 힘든, 안마당 뜰을 밟고 서서 엉거주춤한 꼴이랄까.

누가 가는 해를 잡을 수 있으랴. 누가 오는 해를 막을 수 있으랴? 하나님의 질서는 인간의 힘으로 저지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인간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누가 말했던가. 착각은 자유라고⋯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 나이 먹도록 무얼 했던가 생각하니 너무 초라한 나의 자화상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물론 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큰 성과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목회라는 뗄 수 없는 찰거머리에 붙들린 지도 어언 35년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데, 지나온 날들을 기억하면 즐겁고 기쁜 일들도 많았지만, 괴롭고 무거웠던 기억들도 없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사명감이란 대들보가 어깨 위를 지나고 있음을 날마다 시간마다 깨단하며 산다.

선배가 은퇴하시는 목사님들을 존경어린 눈망울로 바라보며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나도 저 자리에서 은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저 분들은 참 훌륭한 분들이야. 은퇴할 때까지 목회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존경을 받아 마땅하지.”

그때는 선배의 말이 그리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당연히 은퇴할 때까지 목회를 할 것이기에. 지금도 변함은 없다. 끝까지 목회를 할 것이고, 그 끝은 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법적 나이에 이르렀을 때일 거니까.

하지만 매너리즘 덩어리가 가슴을 짓누를 땐 그리 장담할 것도 아니란 생각도 든다. 무언가 손에 잡히는 게 없다는 절망이 아마도 그리 만드는지 모른다. 문득 새벽예배 때 묵상했던 ‘씨 뿌리는 자의 비유’가 마음을 다독인다. 네 종류의 땅 중 한 종류의 땅만 좋은 밭이다. 당연히 결실은 좋은 밭에서만 한다.

내가 심고 있는 씨앗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게 믿는다. 그게 복음이니까. 그런데도 결실은 그리 신통치 않다.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작년에도, 올해도, 내년에도... 그렇게 해를 넘겨가고 있음이 죄스럽다.

그렇게 올해도 얄궂게 이별의 손을 내민다. 며칠만 있으면 새해가 또 손을 내밀 것이고. 그런데 참 다행인 것은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희망이다. 고로 나도 희망이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