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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선교회가 바뀌어야 할 때
최재석  |  jschoi@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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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12월 23일 (금) 14:29:06
최종편집 : 2017년 01월 15일 (일) 15:20:06 [조회수 : 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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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뉴스에서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졸업생들 모임인 나사렛 형제들 143명이 ‘행동하는 나사렛’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국선언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특히 공주대 나사렛 임석규 순장이 공동선언문의 초안자들 중의 한 사람이라는 부분에서 내 눈이 멈추었다.

공주대는 내 모교이자 내가 근무했던 대학이다. 그리고 그곳은 내가 존경하는 공주 CCC 지도교수 박성록 장로님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박 장로님은 내가 섬기던 보수측 교회의 시무장로였고 공주사대의 화학과 교수였다. 그분의 헌신 덕택에 공주 CCC가 모범적인 지회로 발전했고, CCC 본부에서는 그분의 헌신을 높이 사서 그분의 이름을 딴 ‘성록 기도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북경대학 출신이라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계셨던 박 장로님이 정년하신 직후 나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교회 일을 하느라고 연구는 소홀히 했어”라고 말씀하신 데서 CCC에 대한 그분의 헌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분은 교회라고 말씀하셨지만, 시무하시는 교회보다는 CCC를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고 열정을 쏟으셨다.

   
 

Campus Crusade for Christ라는 CCC의 명칭에서 우리는 ‘십자군’이라는 단어를 본다. 역사적으로 십자군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교인을 군병이라고 부르는 교회에서 십자군은 헌신적인 예수의 일꾼을 의미한다. 십자군이라는 말이 내포하는 것처럼 CCC는 헌신적인 학원복음화 일꾼들을 길러내는 단체다. 그들은 아침 QT 모임, 캠퍼스 채플, 순모임, 수련회 등을 통해서 회원들의 신앙교육에 힘쓰면서 사영리를 통한 개인전도를 권장한다. 그들의 목표는 이 땅에 예수의 푸른 계절이 오게 하자는 것이다. 이 대학생선교회에서 훈련받은 졸업생들은 나사렛 모임을 만들어서 CCC를 후원하고 있는데, 각 교회에 흩어진 나사렛들 가운데서 신실한 장로와 목사가 많이 나왔다. 나는 한때 공주 나사렛 회장으로 박성록 장로님을 도운 일이 있다.

그런데 그동안 김준곤 목사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 조찬기도회를 주관하고 삼선개헌을 지지하는 등 독재정권 찬양에 앞장섰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사위를 CCC 대표로 세워서 세습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사렛 회원들이 CCC는 군부독제 정권을 비호했던 과거를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현 정권의 부정부패에 침묵하지 말자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제 CCC가 과거의 오명을 씻고 새롭게 태어날 때가 온 것 같다.

김준곤 목사가 독재정권을 옹호한 것은 그가 로마서 13:1-7에 언급된 권세에게 복종하라는 말씀을 따랐기 때문이다. 바울이 로마서를 쓸 당시에 유대민족은 로마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그는 그런 지배자들을 하나님이 세우셨다고 말하면서 로마에 복종하고 세금을 내라고 권면했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그들의 지배를 정당화하려고 한 것이라기보다는 임박한 종말을 잘 준비하려는 마음에서였다. 바울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예수께서 재림하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 짧은 기간 동안 지배자들과의 갈등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온전히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것이 교회를 위해서 유익하다고 믿은 것이다.

그런데 김준곤 목사는 바울이 처했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분별하지 못하고 로마서의 말씀을 그대로 우리의 삶에 적용하는 우를 범했다. 바울의 시대는 유대민족이 로마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외세에 지배를 받고 있던 때였고, 바울은 종말이 임박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독재정권과 교회의 상황은 바울의 것과는 아주 다르다. 우리의 정치상황은 우리 동족 안에서의 문제고, 지금 우리는 종말이 그렇게 임박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바울의 권면에 따라서 지도자들에게 복종하고 그들이 동족에게 가하는 고통을 보면서 침묵하거나 동조할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는 임박한 재림을 준비하기 보다는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 서신 예수님의 삶을 본받고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여기서 성경해석이 문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울이 로마서를 쓸 때의 삶의 자리와 우리가 처한 삶의 자리가 아주 다른데도 불구하고 성경에 기록된 것을 가감 없이 우리의 삶에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 바울이 로마서를 쓴 것은 로마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로마교회가 처한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 로마교회의 상황과 우리의 것이 얼마나 다른지 분별해서 로마서에 기록된 바울의 메시지를 우리의 현실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근본주의자들이나 일부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에 기록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거기 기록된 그대로 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성경 말씀을 문자적 의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경을 왜곡하거나 그리스도교 믿음의 체계가 온통 무너진다고 본다. 그러나 삶의 자리를 감안하지 않는 경직된 문자주의적 성경해석은 김준곤 목사의 경우처럼 오류를 범하기 쉽다.

김준곤 목사가 한국대학생선교회를 세운지 52년이 지난 지금 그분 밑에서 신앙훈련을 받았던 사람들이 김 목사의 가르침과는 달리 “하나님의 나라와 뜻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의나 윤리와 결코 괴리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들은 권세에 복종하라는 로마서 13장 대신에 누가복음4:18-19를 내세웠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그들이 이렇게 로마서 13장 대신에 누가복음 4장을 내세운 것은 권세에 복종하라는 바울의 권면을 지금 어떻게 이해해야 올바른지를 그들이 간파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성경을 읽는 그들의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준곤 목사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권력에 복종한다고, 독재정권을 비호한다고 비판을 받았었지만, 그는 로마서에 기록된 바울의 권면에 근거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후계자 역시 김 목사의 생각을 이어받았다. 얼핏 보면 성경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그들의 신앙이 아주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들은 바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목사의 오류를 알아챈 나사렛들은 바울이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권세에 복종하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주목할 것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해석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성경 말씀 그 자체는 그대로 있지만, 시대적 상황이 달라지면 그 달라진 상황에 맞게 성경을 해석해야 한다. 3,000년 전이나 2,000년 전에 기록된 성경 말씀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그 당시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그들이 처했던 사회 상황을 감안하는 분별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500년 전이나 300년 전에 교회에서 받아들였던 것을 이 시대에 그대로 따르는 것도 비판적인 안목을 가지고 고려해야 한다. 교회사를 보면, 성경해석 방법도 신학도 계속 변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강조하려는 것은 한국대학생선교회가 학원선교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문자주의적 성경이해를 재고해야 할 뿐 아니라 성경의 어느 한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성경을 폭넓게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김준곤 목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는 로마서 13:17을 문자적으로 해석한 나머지 실수했고 그 구절에 얽매인 나머지 그의 제자들이 내세우는 누가복음 4:18-19을 외면했다.

내가 젊은 시절에 박성록 장로님을 통해서 알게 된 CCC에 대해서 나사렛들이 나서서 바뀌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CCC가 사회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나사렛들의 요구는 성경을 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하고, 성경을 보는 우리의 눈도 새로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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