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도 평안하셨나요? 지난주에는 눈이 와서 아이들은 신이 나고 저는 출근길에 진부령 고갯길을 내려가느라 손에 진땀이 났습니다. 제설작업을 잘 해 준 덕분에 무사히 잘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금주에도 눈 소식이 있는데 무탈하기를 기도합니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칩니다. 낮에 학교와 유치원을 다녀오면 집에서 좀 쉬고 싶을 법도 한데 매일 무언가 새로운 놀이를 찾습니다. 물론 찾는다고 찾아지는 동네는 아닙니다. 그냥 집 앞에서 눈을 가지고 놀거나 집에서 만화책을 보고 보드게임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정도가 다입니다. 작은 아이가 눈이 오던 날 밤에 새로운 놀이를 찾았습니다. 노래를 틀어놓고 눈이 오는 마당에서 춤을 추면서 저에게 동영상을 찍으라고 한 후 다시 보는 놀이입니다. 덕분에 저는 현관문을 열어두고 삼십분 이상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막춤의 달인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 작은 아이는 눈 오는 밤에 신나게 춤을 췄고 저는 추위에 손을 달달 떨면서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좀 추웠지만 서로 웃을 수 있는 나름 괜찮은 놀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주말에 오랜만에 온 가족이 나들이를 갔습니다. 토요일이면 바쁜 남편이 어렵사리 시간을 냈습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큰아이가 가고 싶다고 했던 ‘얼라이브 하트’라는 곳에도 갔습니다. “엄마는 다음 주에 간다고 한지가 언제예요”라며 작은 아이와 큰 아이가 본인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점심을 굶고라도 꼭 그곳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자며 남편도 한 번 들려보자고 했습니다. 속초를 오가면서 항상 보는 곳이었지만 막상 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해서 온 가족이 함께 ‘얼라이브 하트’에 갔습니다.

   차를 타고 달리는 도로에서 볼 때는 한적해 보이던 곳이었는데 가서보니 찾아오는 관광객이 꽤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테마가 있는 포토존은 ‘박물관은 살아있다’처럼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으면 착시를 일으켜 마치 정말 그 장면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다이나믹 메이즈’라는 곳은 거울미로, 감옥탈출, 정글짐 통과 등 과제를 수행하고 다음 코스로 옮겨가며 체험을 하게 되는 곳이었습니다. 어쨌거나 키가 180을 훌쩍 넘는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똑같은 크기의 공간을 통과해가며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거울미로나 암흑동굴 통과 같은 곳은 무서운 코스였습니다. 거울이 빽빽이 들어차있는 미로에서 길을 찾아서 나와야 하는데 남편과 두 아이가 없었다면 저는 아마 포기하고 나왔을 것입니다. 촉감만으로 깜깜한 동굴에서 길을 찾아 나와야 하는 곳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좁고 답답한 공간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혹은 두 아이에게 겁쟁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무서운 마음을 꾹 누르고 숨을 고르며 겨우겨우 체험을 완수한 코스였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거울미로에서 처음에는 남편이 앞장서서 갔습니다. 한참을 헤매다가 미로를 빠져 나왔는데 좋아하기도 민망하게 저희 네 식구는 출발지점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큰아이가 앞장을 섰습니다. “한 쪽 손만 뻗어서 길을 찾아야 해요.”라면서 왼손을 뻗어 거울 벽을 짚으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큰아이의 말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똑같이 왼 손을 뻗어서 거울을 만졌습니다. 거울이 만져지는 대로 따라가자 정말 거울미로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말은 안했지만 남편도 체험하는 내내 진땀을 뺐습니다.

   토요일에 이렇게 종일 놀고 돌아온 아이들은 다음날 주일 예배가 끝나자 “심심해요. 방에만 있기 싫어요. 오늘은 어디가요?  놀러가요. 물놀이 가요. 00이모한테 전화해 봐요.”하면서 엄마 아빠를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주일 오후에도 저희 가족은 자주 가는 수영장으로 물놀이를 다녀왔습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도록 놀고 엄마 아빠는 파김치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쌩쌩했습니다.

   제가 칼럼을 쓰는 동안 큰아이는 옆에서 일기를 씁니다. 즐거운 날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요즘 탈모가 심해진 저는 “노느라 힘들어서 머리털이 날 틈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친구가 없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부모이자 친구로 살아가는 일은 고되지만 보람 있는 일입니다.

   오늘은 거울미로에서 딸이 한 명언을 잊지 않기로 합니다. “한 쪽 손만 뻗어서 길을 찾아야 해요.”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 이것저것 여러 방법을 동원해 가면서 탈출구를 찾아보지만 늘 제자리걸음이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의 한 쪽 손, 그러니까 길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길입니다. 삶이 끝나는 날 제자리로 돌아가 있는 저를 만나 당황하지 않고 가고자 했던 출구에 다다르기 위해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께 손을 내밀어 오직 한 길을 걷는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