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이 곧 예수사랑이라 할 수는 없다. 믿지 않는 불신자들 가운데에도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를 믿는다며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내 나라 내 민족을 사랑하라는 건 하나님의 뜻이고 성경정신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가지되 그에 빠지진 말라는 일반적 견해에 대해 필자는 기독교 신앙엔 빠지면 빠질수록, 깊이 빠지면 깊이 빠질수록 좋다고 항변해 왔다. 기독교 신앙은 사람을 사람 되게 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면, 예수를 믿으면 예수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르게 되고 정다워지며 사랑의 따스함으로 마음을 채워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의 가정은 화목해지고, 직장은 역동적이 되며, 사회는 밝고 맑아진다. 나라의 앞길에는 희망의 햇살이 비쳐 든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도 사랑하는 것이니 강자에게 짓밟히는 약자를 보고만 있지 못하고 일으켜 같이 가려 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저만 살려 대피의 구멍을 찾는 대신 팔을 걷고 나서 구국의 대열에 동참한다.

지금이 나라의 위기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라가 온통 벌집이라도 쑤셔 놓은 듯 소란하다. 당연한 일이다. 나라에 암 덩이가 자라 그 세포가 퍼져 가고 있었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했으니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암이 발견되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라면 그렇다. 그러나 치료만으로는 안 될 만큼 암 덩이가 커졌다면 도려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암 덩이가 죽어도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버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우리나라가 꼭 그런 형국이다. 그러니 온 나라가 다 소란스러운 것이다.

아니다. 소란스럽다는 건 그렇게 보인 것일 뿐, 실은 그런 게 아니다. 아파 지르는 비명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아우성이라고 다 소란스러운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는 질서 있는 항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질서 있는 항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어디에 100만의 시위 군중이 모이고도 이렇게 질서 정연한 나라가 있는가. 95만 명이 모여 시위를 하고도 연행자 제로의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어디에 있는가.

필자는 사실 지난 12일 밤에 모인 100만의 촛불을 보고 ‘아, 이제는 끝났구나!’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국민들의 이 같은 열망을 보고도 자기 고집을 꺾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김종필 전 총리가, ‘5천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해도 앉아 있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 하야하지 않을 거’라 했을 때, 필자는 솔직히 90을 넘긴 노인이 한 실없는 소리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필자는 그 같은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까지 뻔뻔해질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양심에 털 났다’는 말도 있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얼굴이 저만큼이나 두꺼워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저 혼자 살자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면 이를 뭘 가지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가슴이 답답하고, 억장이 무너지고,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파렴치한에게조차 일말의 염치는 있고,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조금은 있는 게 애국의 마음인데, 그게 박근혜 대통령에게만은 전혀 없다는 말인가. 촛불에 깃든 나라사랑의 마음이 대통령이라는 사람에게는 왜 그렇게 조금도 있지 않다는 말인가.

요즘은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뿐이다. 필자도 어제 지인 한 사람을 만나 그 이야기를 했다. 지인의 이야기에 필자는 씁쓸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이런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람들은 상대방을 짐승만도 못하다고 욕을 하고 싶을 때면 흔히 “이 ⨉만도 못한 ⨉아!”라고 하는데, 주위에서 “이 박근혜만도 못한 ⨉아!”라 욕을 해 줄만큼 못된 인간을 찾아보려 해도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더라.’

지구촌 어디에서도 얼굴을 못 들 정도로 부끄러운 대통령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민의 나라, 이게 우리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우리의 후손에게 이 같은 대통령, 이 같은 지도자가 주도하는 나라를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촛불을 들고 모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이 숭고한 촛불을 끄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놀랍게도 크리스천이라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있다.

야당대표를 향해 “자기들이 하자는 대로 따르라고 하는 얘기 아니냐”며, “성경에 나오는 예수 팔아먹는 유다가 돼 달라,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것 아니냐”고 한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도 예수를 믿는 크리스천이라는 말을 듣고 필자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대표의 이 말에 많은 네티즌들이 ‘그럼 박근혜가 예수냐’며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차치하고라도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를 가룟 유다와 동류의 사람처럼 병렬하다니 어안이 다 벙벙해질 일이다.

베드로는 잠시 동안에 예수를 세 번씩이나 부인했으나, 곧 바로 자기의 잘못을 통렬하게 뉘우쳐 회개했고, 예수의 열두 제자의 한 사람으로, 그중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스승 예수처럼 죽은 게 자신에겐 과하다며 자청하여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었다는 인물이다.

요즘 쉴 새 없이 험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이정현 대표의 입을 보면 무슨 독설 제조기라도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촛불은 바람에 꺼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면 옆의 촛불이 다가가 옮겨 붙여 준다. 그래서 촛불들은 연대감을 키워 가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 빛을 발한다.

100만의 이 같은 촛불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라는 염원이 담긴 5000만 국민의 마음임을 왜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그녀의 추종자들만이 모르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지만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는 생각에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일 게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박근혜와 최순실의 짬짜미가 빚어낸 추한 결과들이 ‘억!’ 소리가 나도록 많이 밝혀져 5000만 국민들이 몸부림을 치도록 아파하고 있음을 박근혜 대통령 자신도 그의 추종자들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베드로를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라도 본받아 뉘우쳐야 한다. 뉘우쳐 추종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를 권면하고, 박근혜 대통령 본인은 하야해야 한다.

하야만이 길이다. 그것만이 자기(들)도 살리고 나라도 살리는 게 된다. 탄핵은 박 대통령을 천 길이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할 것이요, 나라에는 더딘 치유의 상처로 남게 할 것이다.

우리에겐 그리되지 않도록 해 주시라는 바람을 촛불에 담아 기도하는 일이 사명으로 주워져 있다. 그러니 촛불을 들고 기도하자. 이번의 불행이 내려 땅을 굳히는 비가 되게 해 주시라고, 우리가 지금 들고 있는 촛불이 나라의 미래를 비추는 빛이 되게 해 주시라고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