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에는 죄가 없다

남의 욕을 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술자리에서라면 어떤 안주보다도 술맛을 돋운다고도 한다. 믿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하고 싶어도 안하는 것일 게다.

인격이 잘 다듬어진 사람이라면 믿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남을 욕하는 데에서 재미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니 믿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욕으로부터 악취처럼 피어오르는 저질스러운 재미를 느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우리 믿는 사람들 중에도 입에서 침을 튀기며 남의 욕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말이지 안 될 일이다.

안 될 일을 안 될 일이라고 깨닫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아니 깨닫고 고쳐 가는 사람이 복된 사람이다. 아니다. 믿는 사람은 믿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가장 복된 사람이 되었다. 아무런 조건도 없고 값도 치르지 않은 채 믿는 것 하나로 구원을 받았으니 왜 아니겠는가.

어리석고 불행한 사람은 값진 것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는 말이 있다. 고려 말의 명장으로, 고려왕실의 충신 최영 장군이 16세 되던 해 부친이 세상을 뜨며 남기신 말인데, 그는 그 유언을 자기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여기에서의 ‘황금’은 물질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권세나 명예처럼 육적 소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들도 포함한다. 그러니까 이 말은 황금에 눈이 어두워서 인간에게 있어서의 더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함으로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들을 망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는 것은 ‘황금’의 ‘황금’으로서의 가치를 잘못 안 사람들에게 한 말이 아니다. 그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이다. ‘황금’의 가치를 ‘돌’의 그것과 비슷한 것쯤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같은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떠한 조건도 없이, 아무런 값도 치르지 않고 거저 받은 ‘구원’은 어떠한가. 우리는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가. 물론 믿는 사람치고 지적으로야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체험적이고도 실제적으로 아는 사람도 그럴까.

‘구원’은 ‘영생’의 다른 표현으로, 말만 다를 뿐 의미는 같다. 그런데 ‘영생’을 좀 더 실감나게 알기 위해서는 그 반대 개념으로서의 ‘영멸’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말하는 ‘영멸’은 그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 지옥에서 영원토록 고통을 받는 것을 말하는데, ‘영생’을 자기 것으로 하지 못한 사람은 모두가 ‘영멸’에 처해지는 것이니, 그 ‘영생’의 가치는 무한히 크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금’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여 ‘돌’ 같이 여긴다면, 그래서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정말로 있다면 그는 정당한 방법으로 손에 넣은 금덩이(金塊)까지도 별생각 없이 쓰레기더미에 버려 버리고 말 것이다.

‘구원’ 또는 ‘영생’의 가치를 머리로만 알고 실제적으로는 알지 못한 사람은 금덩이의 가치를 돌의 그것과 같은 것쯤으로 아는 사람만큼이나 어리석고 불행하다. 그런 사람은 가장 소중한 가치인 ‘구원’으로 얻은 ‘영원한 생명(永生)’을 등한히 여겨 어딘가에 흘려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사람은 ‘구원’도 ‘영생’도 자기 것으로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자기에게도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초신자 시절, 필자의 고향에는 제멋에 겨워 사는, 자기가 가장 똑똑하고 잘났다고 착각에 젖어 사는 선배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자기의 부모를 죽인 원수일 리도 없는데, 교인들만 보면 신바람이 나서 기독교를 헐뜯음으로 약을 올렸다. 그러며 잊지 않고 반드시 하는 말은, “나도 교회에 다녀 봤지만, 구원이 어디 있고 영생이 어디 있어?”였다.

예수가 믿을만한 것이 못되어 교회 다니는 걸 그만뒀다는 거였다. 교회에 다닌다고 다 예수를 믿는 것은 아니다. ‘구원’을 받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예수를 믿는 가치의 크기를 알 리가 없다. 따라서 교회를, 예수를 떠날 수 있는 것이다. ‘구원’의 가치가 목숨의 그것보다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체득한 사람이라면 몽둥이를 휘둘러 쫓아내려 해도 교회를 떠나지 못할 것이며, 예수는 더더욱 못 떠날 것이다. 그러기에 순교자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대가 침묵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칠 것이다

‘구원’을 받고 ‘영생’을 얻은 사람들은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자신으로부터 잘라낸다. 남을 욕하는 것도, 비난하는 것도 하지 않게 된다. 자신이 ‘구원’을 받아 ‘영생’으로 들어섰다는 사실의 소중한 가치가 내면에서 활발하게 작용하여 욕도 비난도 약화시킴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원’이 됐건 ‘영생’이 됐건 그것을 온전한 자기의 것으로 하지 못하고 머리로만 아는 사람은 그럴만한 힘이 없어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끊어내지 못하고 미적거리며 계속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은 신바람이 나서 교회를 비난하고 목사를 욕한다. 세상 사람들만이 아니라 믿는 사람들조차도 그리한다. 그러나 그러는 사람들을 나무라기만 할 수 없는 것은 교회들과 목사들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필자가 여기에 열거하지 않아도 모두가 다 넘치도록 알 만큼 보편적인 사실로 인식되어 있다. 우리 기독교계에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와는 다른 데에 있다.

먼저 믿지 않는 사람들의 교회와 목사를 향한 비난과 욕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인간적인 면에서 볼 때 그들이 과연 교회와 목사들보다 더 옳다고 할 수 있는가. 도덕과 윤리적인 면만을 놓고 보면 또 어떤가. 앞선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래도 교인들이, 목사들이 믿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더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교인들과 목사들의 비행을 보고 싸잡아 모든 교회와 목사들에게 비난과 욕을 퍼부어 온 것이다. 그러니 성도된 우리는 불신자들의 이 같은 말에 뇌화부동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이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한한 말일 뿐, 교회와 교인들 스스로는 저들의 말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회가 세속화되고 타락한 목사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니 고쳐야 할 것은 고쳐 가야 한다.

그렇다면 교인들의 교회와 목사에 대한 비난과 욕은 어떠한가. 필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교회들은 교회 본연의 모습을 잃어 존재 자체의 당위성까지 상실한 상태에 있고, 목사들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타락하여 비리의 온상으로 온존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닌가.

이리 말하면 많은 교회들과 목사들은 우리 교회는 아니라고, 나는 아니라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교회와 목사들이 앞에서 언급한 황금으로 대변되는 물질과 지위나 명예 같은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것이다. 삶을 영위하는 데에 물질처럼 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유롭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물질은 소중한 것이고, 지위나 명예 같은 것도 나쁘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물질은 그것이 없으면 사람이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살아 있는 우리에게 아주아주 필요한 것이라는 말이다. 다만 도에 지나치게 가지려 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위나 명에 같은 것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지나친 소유욕을 욕심이라 한다. 그런데 성경은 뭐라 했는가.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약1:15의 말씀이다.

교회에서의 이와 같은 현상을, 그러니까 육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지나친 신앙적 바람을 기복신앙이라 하는데, 기복신앙은 기독교의 신앙이 아니다. 성경은 그 같은 것들을 멀리 하라고 가르친다. 이단이라는 말이다.

기복신앙이라는 문제를 앞에 놓고도 우리 교회는, 나는 비난을 받고 욕을 먹는 게 억울하다 항변할 수 있겠는가. 기복신앙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교회나 교인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교회를 비난하고 목사를 욕하는 그대들이여, 그대들 개개인은 어떠한가. 기복신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있다면 훌륭한 크리스천으로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자유로울 수 없다면 비난하고 욕을 하기 전에 자기부터 돌아보아 회개하고, 그에 합당한 열매부터 맺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교회나 목사가 타락으로 인해 속이 곪아 죽어 가고 있는데도 함구하여 침묵하라는 말이 아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 안 되듯이 해야 할 말은 하지 않는 것도 안 된다. 해야 할 말이 있는데도 함구로 일관한다면 크리스천이 아니다. 그대가 입을 다물고 있다면 아마 돌들이 일어나 소리칠지도 모른다.

다만 비난이나 욕이 아닌 사랑 어린 권면의 말을 하라는 것이고, 그러기 전에 나 자신부터 살펴보자는 것일 뿐이다. 그리하지 않는 비판은 비난이나 욕이 되어 교회에도 목사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상처만 남게 한다.

고칠 것을 고쳐 가는 것이 신앙의 성장이다

필자는 목사들을 욕하기 위하여 목사가 되었다고 말해 왔을 만큼 그들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해 왔다. 그러면서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 같은 비판을 하는 자신에게도 같은 허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당당뉴스>에도 교회나 목사에 대한 비판성 글을 많이 쓰는 편인데, 지금은 자신을 돌아보자는 내용의 글도 병행하여 쓰고 있다. 사실 비판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중요도면에서 봐도 자신을 돌아보아 고칠 것을 고쳐 가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못한다.

고칠 것을 고쳐 가는 것이 신앙 성장의 요체이다. 그러니 그보다 소중한 것은 없고, 그것이 가장 큰 하나님의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의 시답잖은 글들만 놓고 보아도 독자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끄는 것은 비판성 글이다. 이에 필자는 적지 않은 서글픔을 느낀다.

필자는 여기에서 성도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다.

요한복음에 보면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예수님께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돌로 치지 말고 용서하라 하면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의 파괴자로 정죄하고, 치라 하면 당신이 평소 가르친 사랑은 어찌된 것이냐며 언행불일치를 들어 공격할 심산이었다.

이 같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행동이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은 재언을 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질문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믿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하는 것이다.

그들의 말에 예수께서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셨다. 그러자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부터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남은 것은 예수님과 잡혀 온 여자뿐이었다.

물론 거룩한 무리로서의 성도 된 우리는 이 같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보다 더 낫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들 가운데에는 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신앙적 인격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마음에 화인을 맞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하나님의 말씀에조차 무감각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보다 못한 사람들도 많다는 말이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양심에 가책’을 느꼈으나, 오늘날의 기독교인들 중에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말씀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 말씀을 접해도 털끝만한 자극도 기능하지 않으니 가책 같은 것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감동 같은 것은 더더욱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여기에서의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보다 믿음의 상태가 더 좋지 않은 바리새인 한 사람을 비유로 하여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소득의 십일조까지 꼬박꼬박 드리는 사람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반면교사로서 우리에게 소개하셨는데, 그 화룡점청(畵龍點睛)은 그의 기도에 잘 나타나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눅18:9-14 참조).

우리는 앞에 든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도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접한 말씀에 바로 반응하는 것이 그것이다. 잘못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도 그렇다.

우리는 그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 전에 자신의 신앙상태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교회나 목사를 비난하고 욕하기 전에도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도 ‘내가 타락한 목사들과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라고 바리새인을 닮은 기도를 할 수 있다.

설마한들 실제로 그 같은 기도까지야 하겠는가마는, 은연중에 자신이 그 바리새인보다는 낫다고 하는 생각은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그런데 자신에게 그 같은 우월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는 이미 사단에게 자신의 신앙적 영역 일부를 내어 주고 만 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저 죽어 가는 줄도 모르고 지적질에 열을 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하는 말이다. 천하보다 귀한 나를 사랑하지 않으며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으며 남에게 보인 관심은 미워하는 것이고, 미워하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짓는 것이다(요일3:15 참조). 남을 함부로 비판하지도 말아야 한다. 함부로 하는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요 욕이 된다. 거듭 말하거니와 남을 비난하고 욕을 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빌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