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진 목사(산돌교회)

“누가 주님의 거룩한 산에 오를 수 있으며 누가 그 거룩한 곳에 들어설 수 있느냐? 깨끗한 손과 해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 헛된 우상에 마음이 팔리지 않고 거짓 맹세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주께서 주시는 복을 받고 그를 구원하시는 하나님께로부터 의롭다고 인정을 받을 사람이다.” 시24:3-5(표준새번역)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감독회장, 연회감독선거가 끝나고 그 결과가 나온지 몇 날이 지나 취임을 앞두고 있다. 뒤탈이 없이 적법하게 선거가 진행되고 마감되기를 바라며 지켜본 감독회장 선거의 결과는 전명구 목사의 감독회장 당선이었다.

아직도 책상 위를 굴러다니는 ‘제32회 총회 감독, 감독회장 선거공보’를 펼쳐보면 출마한 후보중 아무나 감독회장이 되어도 교단은 반드시 살아나며 우리의 어머니 감리교회를 새롭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용이 가득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 모든 정책들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지난 시간의 경험을 통해서 안다. 꽤나 많은 유권자들은 감독회장 후보자들의 성품과 지도력, 인격적 완성도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한 채로 투표를 했을 뿐이다.

이제 당선되신 감독회장에게 선거 기간 중에 내놓은 공약을 바탕으로 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전명구 감독회장 당선자가 내놓은 첫 번째 공약은 ‘성령운동을 회복하여 더 부흥하는 감리교회’이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통계표를 바탕으로 하여 목회자의 증가와 성도수의 감소를 언급하고 있고 그러면서 회개운동과 교회부흥의 동력으로 교회학교와 전도 그리고 강력한 성령운동을 들고 있다.

그러나 성령운동은 궁극적으로는 화해와 일치, 하나님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만큼 기도하며 하나님에게 교회성장을 간구한 교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평신도들을 도구화해가면서까지 성장하여 대형교회가 만들어진 이후의 우리들의 모습은 거기에 축적되어 있는 자리와 물질의 소유여부를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사회적 신뢰를 실추시키고 말았다. 그러니 성령운동은 번영신학으로의 회귀를 의도한 운동이 아닌 예수의 겸손과 낮아짐, 그리고 섬김의 도리를 바라보는 것으로서의 차분한 성령운동이 되어야 한다. 정직함과 공의로움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스러운 교회의 자라남과 그리고 욕심과 집착을 뒤로 하고 여전히 정결하고 올곧게 꾸려지는 교회의 운영이 성령의 역사하심 때문임을 고백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감리교회를 희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라기는 성령운동이 교단과 감리교도들의 내적 성숙에 초점을 맞추고 예수님의 정결함과 합일을 이루는 것으로서의 개인적인, 사회적인 영성의 성숙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겠다.

두 번째 전명구 감독회장 당선자의 공약은 ‘웨슬리의 연대주의를 회복하여 더 건강한 감리교회’이다. 여기에는 ‘감독회장에서 시골의 서리전도사까지 하나라는 동지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교회’라는 설명이 있다. 제발 이런 감리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선의 목회자들의 입에서는 이제 목회자도 계급사회라는 말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는 판이다. 이미 오래전 신학교안에서부터 성골이니 진골이니 6두품이니 하는 말이 회자되고 있었던 바 금수저가 아니면 밥 먹는 일조차 고단하게 되어버린 목회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연회석상에서 보라색은 감독들이 입는 색이니 일반목회자들은 입지 말라는 한 감독님의 공공연한 발언에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번쩍거리는 보라색 감독셔츠를 입고 세족식을 한들 그분에게 발을 내어맡기면서 일체감을 느끼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따라야 한다면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교단의 지도자들 때문에 일선목회자들은 보라색에 담겨져 있는 교회력의 뜻과 의미를 묵상할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웨슬리의 연대주의의 골자는 순회설교자들의 생활을 지원해주고 전도활동에 행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었다. 영국감리교회는 교역자 인사제도를 연대주의(Connectional system)에 기초하여 운영하고 있다. 개체교회 헌금이나 재정은 지방회로 이송되고 교역자 생활비는 일괄 지급된다. 이것이 감리교 연대주의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 설치의 목적은 교회가 사유화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자는 것이다.

참으로 비전교회의 목회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목회에 임하며 감리교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지도자들의 특권의식 포기로서의 의식개혁작업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웨슬리의 사회적 영성인 더불어 살아감으로서의 연대가 실현되기를 소망한다.

전명구 감독회장 당선자의 세 번째 공약은 ‘특권 없이 세상을 더 섬기는 감리교회’이다. 이 부분에는 ‘감독회장 출연기금으로 비전교회 국민연금가입’ ‘감독회장 직통의 신문고 설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교회의 입장발표’등 다섯개의 실천사항이 나열되어 있다. 그러면서 ‘감독회장 유지비가 수억원이나 되고 거액의 예우금은 깊은 불신을 줍니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계시니 다행이다. 감리교회는 만만하지 않은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그 예산이 관리주체들에 의하여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 여러 번인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은급문제는 교단내에 연,기금정책을 전공한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임을, 통계표는 정직하게 작성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누적된 비효율적인 예산집행구조와 헐렁한 행정제도를 전문성이 작동하는 효율적인 구조로 개편하면서 신뢰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또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확장된 시야를 확보함으로서 특권을 누리기는 커녕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소리도 들어내야 할 것이다. 교단의 한쪽 구석에서 답 없이 고민하는 평범한 목회자와 평신도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구석으로 몰리는 세월호 유가족들, 성소수자들, 물대포에 맞아 죽어가는 농민들의 입장을 교회가 대변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보, 보수라는 이데올로기적 논쟁을 넘어서서 사람을 사람 되게 하시는 주님의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고난받는 이들을 품어야 할 것이다. 신문고가 가장 원활히 운영될 때가 선거철이고 이때에 가장 자비로운 선배목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비아냥이 무색해지도록 해야 한다.

감독회장 선거가 끝난후 일부 방송에서 협성출신의 최초의 감독회장이 당선되었다고 보도하는 내용을 들었다. 이제 교단의 최고 지도자로 당선되셨으니 탕평책을 쓰면서 이러한 염려를 반드시 불식시켜 주실 것으로 굳게 믿는다. 지엽적인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보다 넓은 지평으로서의 다양한 스팩트럼을 확보해서 흔들리는 감리교회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며 절망하는 일 이외에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비전교회 목회자들과 평신도들, 그동안 외면당했던 소외계층들에게 희망을 주는 감독회장으로서 모두와 함께 주님의 거룩한 산에 오르시기를 마음을 모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