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은 잔영으로 필자의 심상에 남아 있는 한 사람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재물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지위와 명예 또한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다. 이는 현대인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불신도 가릴 것 없이 누구나가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자고로 이런 것들을 충분하게 소유한 사람들이 많았고, 성서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께서는 성서의 등장인물 가운데에서 그런 사람 하나를 말하라면 누구를 고르겠는가. 필자의 심상에는 한 사람이 언제까지도 지워지지 않은 짙은 잔영으로 남아 있다. 밝은 낮이 아닌 어두운 밤에 예수님을 찾아온 니고데모이다.

니고데모 그는 재력가였다. 예수가 십자가상에서 운명하자 그의 장례를 위해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는데, 웬만한 재력으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관원’이나 ‘지도자’ 등으로 번역된 ‘아르콘’이었는데, 이는 ‘왕’이라든지 ‘통치자’, 또는 ‘권력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산헤드린 공회 의원으로 최고 중앙 의결기구이며 최고 재판소의 구성원 중 한 사람이었는데, 재판관으로 치안을 위한 범인 체포권까지 가진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예수께서 ‘선생’이라고 지칭하였데, 여기에서의 선생은 단순한 선생이 아니라 ‘저명하고도 권위 있는 선생’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그는 재물과 지위와 명예까지도 다 가진,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까지 부러움을 살만한, 말하자면 현대인의 롤모델로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그가 왜 낮도 아닌 밤에 예수를 찾아왔을까. 일정한 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랍비가 된 그가 공식적인 랍비로 인정받은 적이 없는 예수를 찾아와 오히려 랍비라 부르며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성서학자들은 그가 밤에 찾아온 이유로 예수를 적대시하고 있는 교권주의 자들과 세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였다 하기도 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예수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하기도 한다. 밤늦게까지 연구하는 랍비들의 관습에 따라 깊이 있는 토론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같은 이유 중 어느 것이 맞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느 것이 됐건 내면에 보통이 아닌 무엇인가가 있어 그게 그를 편히 있을 수 없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그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예수를 찾았던 것이다. 예수를 “하나님께로부터 온 선생”(요3:2)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는 그런 그에게 엉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말을 한다. 느닷없이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요3:3)다고 한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말이다. 그러기에 그는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말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느닷없는 것이 아니었다. 니고데모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번민을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런데 니고데모는 예수를 “하나님께로부터 온 선생”으로 알기는 했으나, 그가 행한 ‘표적’ 때문이었기에 메시야로까지 아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떠한가. 니고데모보다 나은가. 낫다면 얼마나 더 나은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별로 나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생명을 살리는 복음의 능력보다도 기사나 이적 같은 표적에 더 경도된다. 조금만 신기하게 느껴지는 말만 들어도 이게 진리 아닌가 하고 솔깃해 하다가 이단에 빠지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실은 믿음이 별반 있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도 자신이 무슨 대단한 믿음의 소유자이기라도 한 것처럼 착각에 빠져 내면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신앙상의 매너리즘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금의 이 같은 우리보다 니고데모 쪽이 훨씬 역동적이고도 생동감이 넘쳐 성장과 발전의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에 그는 훗날 예수가 대제사장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우리 율법에는 사람을 판결하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의 말을 먼저 들어 보거나 또 그 사람의 행한 일을 알아보도록 돼 있지 않소?”(요7:51)라 옹호하는 용기를 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운명하자 몰약에 침향을 섞은 것을 100리트라 정도 가져다가 요한과 함께 장례에 힘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크리스천들은 어떠한가. 목사는 먹사라 비아냥거림을 받고, 기독교는 개독교라 듣기에도 끔찍한 조롱을 당하고 있다.

장관도 흙수저에 속하고, 대통령 선거를 장로 투표와 혼동하는 기독교

필자는, 일전에 자신의 모교인 경북대 동호회 커뮤니티에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과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며,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당한 것”이라는 글을 직접 올려 항간의 빈축과 반감을 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기독교 장로라는 사실을 알고 무거워진 마음에 그날 하루를 우울하게 보낸 바 있다.

장관이 흙수저라면 대통령도 금수저는 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지방 소재 대학으로는 최상위권에 속한 경북대를 가리켜 흙수저 대학이라 한다면 그만 못한 다대수의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무슨 수저라 해야 하는가.

김 장관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공사) 사장으로 있던 당시 공사가 매년 100만원씩 3년에 걸쳐 300만원을 그의 소속 교회에 기부했다는 보도도 있다. 장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교회들이 밀어 당선을 도왔더니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을 썩혀 죽어가게 하고 있는 것도 우리 기독교 현실의 한 단면이다. 공사가 무슨 자영업도 아니고, 대통령 선거가 교회 장로를 뽑는 것도 아닌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예수는 니고데모에게 거듭남을 말하며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라고 설명하는데, 니고데모가, 예수가 말한 거듭남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문제를 육적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영’은 ‘성령’의 말함인데, ‘성령’으로가 아니면 거듭남은 있을 수 없으며 이해조차도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우리는, 나는 어떠한가. 영적인 삶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가, 아니면 육적인 삶의 비중이 큰가. 그런 면에서 내가 니고데모보다 더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나은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는 목사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장로들에게 한한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김재수 장관만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이다. 물론 거듭남은 인간의 자력으로 이뤄지는 문제가 아니다. ‘성령’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 자체가 그렇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은혜이다. 은혜중의 은혜이다.

그렇다면 거듭난다는 건 무엇인가. 국어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 ① 사람이나 단체가 긍정적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다. ② 원죄 때문에 죽었던 영이 예수를 믿음으로 다시 살아나 새사람이 되다. —

①은 일반적인 거듭남을 말하고, ②는 기독교의 거듭남을 가리킨다.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물론 ②의 거듭남이다. 그런데 이 거듭남은 이렇게 한 줄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한 견해 또한 다양하여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거듭남’이란 ‘예수를 믿는 것’”이라고 가장 간단한 말로 설명하고 싶다. ‘거듭남’을 ‘신분의 변화’가 아니라 ‘상태의 변화’라고 하는 견해도 있으나 ‘신분’에 변화가 있으면 크건 작건 ‘상태’에도 변화는 오기 마련이니 필자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필자는 오히려 ‘거듭남’을 ‘죄인의 신분’에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분’으로의 변화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죄인이, 하나님의 아들이 되고 싶다고 해서 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여 맞아 주실 때 가능해진다. 그러니 거듭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절대적인 하나님의 영역에 속한 일일뿐 아니라, 믿는 사람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거듭났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후5:17의 말씀이다. ‘이전 것’과는 다른 ‘새것’, 즉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 그것이 ‘거듭남’이다.

거듭났다고 해서, 다시 말해 예수를 믿는다 해서 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육신도 그대로이고 환경 또한 그대로이다. 그러나 내면은, 생각은 그렇지 않다. 완전히 달라진다. 이전에 품고 있던 생각은 옛것이 되어 버리고, 새것, 새로운 생각이 내면을 채우게 된다. 가치관이 달라진 것이다. 육적인 것에 가치를 두었던 옛것을 버리고 영적인 것에 가치를 둔, 하늘나라에 제일의 가치를 둔 하나님 지상주의의 새것을 소유함으로 새로운 피조물이 된 것이다.

교회에 나가기 시작함으로 교인이 되어 예배에 빠지지 않으며 성찬예식에 참여하는 등의 종교적 의무를 다하고, 헌금 잘하고, 기도 많이 하고, 시시때때로 성경 읽고, 선한 일에 힘쓰는 등의 일은 거듭남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거듭난 사람들도 그것들을 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다고 거듭났다 할 수는 없다.

거듭남의 조건과 증거는 예수를 믿는 것, 예수를 자신의 주로 믿는 것 하나뿐이다. 예수를, 죄로 인해 멸망에 떨어진 나를 구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한 구주로 모시는 것, 그 하나뿐이다.

그러므로 믿는 사람은 모두가 거듭난 것이다. 그리고 믿는 것 하나로 거듭나는 것이 되므로 거듭남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고전12:3)다는 말씀도 있으니 믿는 사람은 거듭났을 뿐 아니라 성령도 받은 것이다. 이 얼마나 큰 은혜이며 감사한 일인가.

장대에 달린 놋뱀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예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거듭남을 말하는 그 자리에서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3:14,15)라 말씀하신다.

민수기 21장에 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의 오랜 광야생활에 지쳐 참지 못하고 하나님께 불평을 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친히 내려 주신 만나를 가리켜 “우리 마음이 이 하찮은 음식을 싫어”한다고 막말까지 한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불뱀들을 백성 중에 보내시”어 물게 하셨고, 그래서 죽은 사람들이 부지기 수였다.

이에 백성들은 회개하였고,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이르시되 불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달아라.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 하셨다. 모세가 말씀대로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았고, 그것을 쳐다본 사람은 모두 죽지 않고 살았다.

앞에 인용한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를 가리켜 한 것이다. 사실을 말하면 민수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내리신 처방은 합리적인 것이 되지 못했다. 독뱀에게 물려 독이 온몸으로 퍼져 가는데, 그래서 몸이 시퍼렇게 퉁퉁 부어 죽어 가는데, 장대에 달린 놋뱀을 쳐다보라니 될 법이나 한 말인가. 살기 위해서는 약을 구해다 먹든지 바르든지 하는 것이 현실적일뿐 아니라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놋뱀을 보면 살 것이라고 한 분은 다름 아닌 절대자 하나님이셨다.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말씀은 모두가 진리이다. 그 말씀대로 하면 죽을 자가 살고, 지옥에 떨어질 사람이 구원을 받아 천국백성이 된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한다며 그 이유로 자신을, 그러니까 예수 자신을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고 설명하신다. 앞으로 있을 자신의 십자가상의 죽음에 대해 한 말하며, 그러한 자신을 믿는 자들은 누구나 영생을 얻게 된다고 한 말이다.

죄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데, 설령 죄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해도 원죄까지 없다 할 수는 없는데, “죄의 삯은 사망”(롬6:23)이니 사망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사망은 그 시기가 이르든 늦든 누구나 죽는 그런 죽음이 아니다. 죄로 인한 영멸(永滅), 즉 영생(永生)의 반대편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와 같은 영멸의 지옥으로부터 구원을 받아 영생의 천국백성이 되는 방법이 예수를 믿는 것 하나라니 세상에 이렇게 쉬운 일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불뱀에 물린 이스라엘 사람들이 장대에 달린 놋뱀을 쳐다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그 쉬운 방법을 믿지 못하고 약을 찾아 나서거나 실망으로 인해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뱀독이 온몸에 퍼져 다 죽었다. 마찬가지로 예수를 믿기만 하면 다 구원을 받는데도 그 간단하고 쉬운 일을 하지 않아 영멸하는 영벌에 처해진 것이다. 고개를 들어 놋뱀을 쳐다보는 쉬운 일을 하지 않은 것은 믿지 못했기 때문이며, 예수를 믿지 않은 것도 그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믿게 되었으니 얼마나 큰 은혜인가. 그렇다고 받은 은혜에 기뻐하고 감사만 한다면 우리는 기독인이 아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믿지 않아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무엇인가란 무엇인가. 그것은 장대에 달린 놋뱀을 쳐다보도록 믿게 하는 일,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예수를 믿게 하는 일이다. 바꿔 말하면 전도하는 일이다.

전도,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대의 사명일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말로 하는 전도는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목사가 먹사라 비아냥거림을 받고, 기독교는 개독교라 조롱을 당하고 있는 세상이다 보니 그게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도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방법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입으로 하는 말이 아닌, 온몸으로 하는 생활로 하면 된다.

예수께서는 생활이, 삶 자체가 예배가 되고 산제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요4:19-24 참조). 그리고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라고 말씀하시는데, 일상의 삶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드리는 것이 생활로 드린 예배요 산제사이다. 그리고 그처럼 예배와 산제사로 사는 삶이 이 시대의 가장 효과적인 전도가 된다.

우리 믿는 사람들이 그와 같이 일상을 통해 예배와 산제사를 드리고, 그로 전도를 한다면 그 성과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는 가운데 목사는 먹사 아닌 목사님이 되고, 기독교를 향한 개독교라는 화살은 부드러운 눈길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말로 하는 전도도 위력을 자랑하며 상대방의 가슴으로 파고들 것이다.

필자는 앞에서 ‘믿는 사람은 거듭났을 뿐 아니라 성령도 받은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 성령으로가 아니면 믿을 수 없고, 믿는 사람은 가치관이 바뀐 것이니 거듭난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받았다고 해서 다 성령으로 충만한 것은 아니다. 성령 충만은 믿음의 생활을 해 가는 가운데에서 이루어 가는 것이다. 흔히들 성령 충만하면 방언하고, 예언하고, 은사를 받아 병을 고치는 등의 일을 떠올리는데, 아니다. 그런 것들은 그저 은사일 뿐, 성령의 열매는 아니다. 그리고 그 같은 성령의 은사는 믿음에 이로울 수도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손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성령의 열매는 갈5:22-23가 말하는 것처럼 사랑․희락․화평․오래 참음․자비․양선․충성․온유․절제와 같은 것들이다. 일상을 통해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드리는 ‘착한 행실’로 환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성령을 받았다고 해서 다 성령으로 충만한 것이 아니듯, 거듭났다 해서 다 거듭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성령을 사모하여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아 성령의 열매를 맺어 가는 것이 거듭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다.

필자는 예수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부활을 수천 년 전 출애굽 광야에서 놋뱀을 예표(豫表)로 이스라엘 민족에게 경험케 하시고, 그 계획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 오신 하나님의 섭리에 소름 돋는 경탄의 감격을 느끼곤 한다. 어디 그뿐인가. 놋뱀 사건에 앞서 출애굽의 대장정에 오르기 전날 밤 이스라엘 민족 집집마다의 ‘문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뿌려진 어린 양의 피는 십자가상에서 흘린 예수의 피를 미리 체험케 하신 것이니, 이를 알고도 우리가 어찌 감격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욱 감사한 것은 예수께서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라는 말씀에 이어 기독교 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신약 27권뿐 아니라 신구약 성경 66권의 가장 핵심적인 다음의 말씀을 하셨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