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나는 10년을 섬기던 교회를 나와 교회를 개척했다. 요즘 격문처럼 쓰여 지고 있는 숫타니파타경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경구를 매우 절실하게, 절박하게, 절통하게 느끼고 있다.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목회, 환경운동, 시민사회운동, 하나님나라 운동을 모색하며 실천하고 있다.

올해 꼭 30년 목회를 했고, 목사노릇을 했다. 지금 환갑 나이가 지나 제법 도통할 정도는 아니지만 소위 제도권교회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비교적 객관적인 눈으로 현실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랬더니 전에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반대로 잘 보이던 것이 안 보이기도 한다. 교회는 나의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다. 나의 모든 기억과 추억은 모두 교회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한번도 교회를 떠난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신학생시절까지 합치면 40년 가까이 교회에서 주는 밥을 먹고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의 어머니와 같은 교회가 지금 세상으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다. 이 세상으로부터 입에 담기 힘든 거친 욕을 먹고 있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인가? 나의 어머니 같은 교회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치욕과 수모를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을 가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나는 누구란 말인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인가? 나는 한국감리교회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도자, 목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목사가 잘못 가르친 결과이다. 누가 누굴 탓하기 전에 목사가 잘못 살았다. 본이 되지 못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선거철이 돌아왔다. 감독선거 때가 되면 매번 홍역을 치른다. 온갖 그럴 듯한 구호가 등장하고 각 선거캠프마다 학연, 지연, 금권을 동원하여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하여 동분서주한다. 올해는 어찌 된 영문인지 감독회장 선거에 정책토론회가 실종되었다. 그러면 학연 지연 금권이나 친소관계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인가? 무슨 생각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책토론회를 불허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여, 나 나름대로 한국감리교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감독회장, 적임자를 선택할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그 사람이 얼마나 일관된 삶을 살아왔는가, 이다. 그것을 주목해 보시길 바란다. 이것은 지도자를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오로지 개교회의 성장에 힘써온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감리교회 개혁의 참신한 일꾼인 것처럼 행세한다고 어찌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올해 감독회장 후보로 출마한 6분마다 모두 감리교회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저마다 개혁 플랜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혁’이란 한자로 가죽 혁(革)이다. 혁띠가 바로 그 혁자를 사용한다. 그런데 진짜 허리띠가 되려면 동물은 죽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죽은 동물의 가죽을 벗겨 낸다고 해서 그것으로 바로 혁띠가 되지도 않는다. 죽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면 거기에는 피나, 똥 오줌, 오물 등등 허리띠로 사용하지 못할 온갖 오염물질들이 가득하다.

이것을 물에 삶고, 소독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약품처리도하고, 그 후에 사용에 알맞게 두들겨서 무두질하고 칼로 다시 재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후에 가죽은 제대로 된 가죽, 가죽 본연의 모습과 질감, 그리고 바람도 통하고 튼튼한 혁띠가 되는 것이다. 감리교회의 개혁을 위해서 한번도 고민하고 노력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감독회장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회장 후보 6분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 볼 일이다. 혀가 녹듯이 아무리 혓바닥에 침을 바르고 그럴듯하게 정책을 포장하여 발표하더라도 믿지 말라.

두 번째 학연, 지연, 금권을 동원하여 표를 구걸하는 자를 경계해야 한다. 나는 지금껏 그런 행태를 많이 보아왔다. 학연이나 지연을 매개로 친소관계를 강조하며 단합을 호소하는 자는 절대 믿지 말라. 대개 이런 자는 삯꾼인 경우이다. 십수년 전 나는 감독선거를 앞두고 화장실에서 돈봉투를 주고받는 장면을 목격하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 참으로 눈뜨고 못 볼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사회에서도 ‘김영란법’이라고 해서 일절의 돈봉투나 고가의 선물이나 향응 등을 법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데 돈으로 표를 팔고 사는 일을 통해서 어찌 감리교회를 바로 세울 수 있겠는가?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작금의 감리교회는 이리 터지고 저리 터져서 만신창이 신세가 되었다. 작금의 감리교회는 대사회적인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는 감리교회가 이 시대의 등불이요, 희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감리교회 교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이 모든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지도자를 잘못 세웠기 때문이었다. 지도자의 무능이 영적인 침체를 가져오게 되었다. 먼저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의 각성과 맹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감리교회가 다시 이 민족의 등불로 희망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바로 당신의 한 표가 감리교회 오늘과 내일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박철 목사(부산 좁은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