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짐승이 연설할 때 나는 사람을 위하여 변명 연설을 하리라 하고 몇 번 생각하여 본 즉, --- 쓸데가 없도다. 사람이 떨어져서 짐승의 아래가 되고 짐승이 도리어 사람보다 상등이 되었으니 어찌하면 좋을꼬.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하나님이 아직도 사람을 사랑하신다 하니, 사람들이 악한 일을 많이 하였을지라도 회개하면 구원 얻는 길이 있다 하였으되, 이 세상에 있는 여러 형제자매는 깊이깊이 생각하시오.  -안국선, 금수회의록-

▲ 무너져 앞면만 남은 성 바울 성당

오랜만에 집사람과 딸을 데리고 세상구경 좀 해 보았습니다. 홍콩에 사는 조카의 초청으로 홍콩으로 해서 마카오까지 다녀왔습니다. 마카오 카페리오 터미널에서 호텔가는 셔틀버스를 타니 마카오에서 제일 고급호텔인 그랜드 리스보아호텔 지하주차장에 내려 줍니다. 바로 그곳이 그 유명한 카지노로 들어가는 입구이군요. 손님인척하고 타고 왔으니 어디 다른 길로 갈 수도 없어, 출입구에 도열하여 맞이하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가족은 카지노를 당당하게 들어갔습니다. 아내와 딸은 무얼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따라 들어왔지요. 지하층부터 3층으로 해서 옆 건물까지 이어지는 대형건물 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 많은 돈을 따려고 아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속 위층으로 올라가 밖으로 나가는 층계를 찾아 빨리 빠져 나와 거리로 나왔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선 웅장한 건물들은 대부분 호텔이면서 동시에 카지노 도박장이며 손님들의 돈을 관리하는 은행과 유흥가들입니다. 큰 건물들 사이로 세계에서 모인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지나가는군요. 세나도 광장을 지나 환락의 도시에 쓸쓸하게 서 있는 ‘성 도미니크성당’을 통과하니 ‘육포거리’가 나오네요. 길가는 사람에게 맛보라고 거저 나누어 주는 육포를 하나씩 받아 입에 물고 어기적어기적 씹으며 (완전 유치! 체면 이탈!) 골목을 올라가니 언덕 위에 ‘성 바울성당의 유적’이 나타납니다. 1835년 태풍으로 인한 화재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된 후 앞면만이 남겨졌는데, 180여년의 세월을 홀로 당당히 버텨내 현재까지 마카오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남아 있습니다.

무너져 폐허가 된 성당건물이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은 카지노 건물과 너무 비교 되는군요. 언덕 위 돌무더기만 남은 성당이 마치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계신 골고다언덕의 예수님의 모습 같아요. 인류를 구하러 오신 주님은 처절하게 피 흘리고 죽의시며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셨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세상욕심에 빠져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때로는 사기도 치며 더 많은 돈을 차지하려고 욕망에 눈이 먼 모습이 마치 소돔과 고모라 성 같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홍콩 조카네로 돌아와 가족과 휴식을 취하며 욕망과 타락의 성으로 변해가는 마카오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데, “우연인가 아니면 계시인가!” 조카네 아이들 책장에 안국선씨가 쓴 ‘금수(禽獸)회의록’이 눈에 뜨입니다. 금수만도 못하게 사는 인간들의 행위에 화가 난 동물들이 모여 인간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규탄하는 모습이 마치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모인 마카오를 보고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또한 요즈음 선거철을 맞이하여 공의보다는 자신의 명예와 권세를 위해 이루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이나 목회자들 그리고 그들 주변의 선동자들을 질타하는 말 같기도 합니다. 인간다운 모습으로 살아야겠어요. 자칫하면 금수(禽獸)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금수회의에 회부(回附)되어 조롱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눅4:4>예수께서 대답하시되 기록하기를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였느니라.

▲ 그랜드 리스본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