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국기독교의 정치사회개혁사상
-노병선 선생의 “논설”을 중심으로-

기독교의 역사는 역사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그 뜻을 찾아 예배드리며, 헌신하는 공동체(교회)의 역사
초기 한국기독교는 역사 속에서 민족구원을 실현시켜 나아가

노 종 해 선교사
(KL동남아선교센타, CMR리서치)

▲ 서울 빨래하는 여인들(1902)

1. 시작하는 말

    초대교회와 속 사도시대의 복음전도자들과 교부들은 변증론자들(Apologists)이었고, 신학사상도 변증론(Apology)의 요구에서 형성되었다.1)  변증론 자들은 기존 정치사회제도와 종교. 사상 등의 박해와 갈등 속에서 그들이 믿고 이해한 기독교를 변증하였으며, 그 신앙을 지키고 이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제도와 교리, 신학사상을 체계화시키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 기독교사는 역사적 정황 속에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신앙고백하며, 갈등과 박해를 극복하고, 민족구원에 헌신한 역사로 정리되어야 한다. 또한 그 신앙 사상이 밝혀져야 하며, 여기에서 한국 기독교사와 신학 사상이 밝혀질 수 있다.2)

    이러한 관심에서 초기 한국기독교의 전도자요 설교자이며, 기독교변증론자인 노병선(盧炳善) 선생을 중심으로 정치사회개혁 사상을 살펴보려 한다. 노병선 선생은 한국인으로 첫 기독교입문서인 “파혹진션론”(破惑進善論,1897)을 저술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인으로 기독교 최초신문인 “죠선그리스도인회보”, “대한크리스도인회보” 등의 주필자로 논설을 썼으며, “협성회”와 “엡웟청년회”, “독립협회”를 통해 민족구국운동과 교육자로써  “배재학당”, “평양 광성학교“ 및 ”상동공옥학교” 등 애국계몽운동 정치사회에 참여한 선각자요, 지도자이시었다.

    초기 한국 기독교의 정치사회개혁 사상이 노병선 선생의 구한말 개화기에 근대시민 정신과 자주독립사상으로 어떻게 표출되었는지를 “죠선크리스도인회보”(창간:1897.2.2.)와 “대한크리스도인회보”(개명:1897.12.8.)의 논설(論說)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2. 공평 평등사회 사상

    노병선 선생은 상하뿐 아니라 남녀가 평등하며 제각기 개성과 장단이 있어 서로 의논하고 협력해야 만이 문명한 나라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상하 남녀가 공사간에 공변되이 의론하는 그 일이 진선 진미하야 낭패가 없는 고로..., 상하남녀가 모여 평등으로 의론 하는 것은 그 여러 사람의 학문이 꼭 같지는 아니할 망정 한 가지 학문은 각기 다 있셔...”
    “우리 대한 사람들은 그 변변치 아닌 학문일망정 상하 남녀가 대단히 고르지 못하여 무슨 일이던지 세 사람만 모혀 의론 하더라도 그 일이 되지 아닐 뿐만 아니라 시비와 음해와 시기심이 나서 분경이 니러나고 필경은 살육하는 폐단까지 생기나니...,
   나는 생각건대 저렇듯 무식한 남녀들을 압제로 학문(의무교육)을 가르쳐 놓고 후에 자주라 독립이라 동등이라 개화라 하는 말을 익혀 들여 경박한 소년들이 되지 아니할 줄로 아노라.”3)

        노병선 선생은 상하. 남녀가 평등을 누리며 동등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하남녀가 평등한 교육을 받아야 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1898년8월13일 선천에서 남 회당과 여 회당이 따로 있어 남. 여가 분리하여 모이는 것을 보고서 섭섭히 여기고 남녀가 평등하므로 서로 친밀한 교제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3. 인간 기본권 자유 자주사상

▲ 로병션 논설-“사람의 자유권리”/"부득이 하여 압제할 일(의무교육)“

    노병선은 인간의 기본권이 자유 하는 권리요 자주권이며, 인간에게 자유와 자주함이 없다면 초목과 금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한 인간의 자유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녀가 다 영혼이 한가지요 또한 하나님 앞에서는 아들이 아니면 딸이라..., 엇지 남.녀가 조곰인들 차등이 잇스리오”4)

    “사람의 자유 하는 권리는 무론하고 빈부귀천 강약하고 차등분별이 업서 만승 텬자의 위엄과 일만 백성의 힘으로 한 사람의 자유 하는 권리는 빼앗지 못하니, 자유라 하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좋아 하는 것은 마음대로 행하고, 굴복하며 거리끼는 것이 없어 악한 일이든지 선한 일이든지 임의로 하는 것이라. 그러나 방약무인 하며 사례는 돌아보지 않고 자기 이욕만 채우려 하며 법 아닌 일을 행하는 것은 결단코 자유가 아니라”5)

    노병선은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권을 7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일(1)은 신명의 자주니 바른 도로 행동할 자유, 이(2)는 재산의 자유이며, 삼(3)은 사업상의 자유, 사(4)는 회조직의 자유로 여러 사람이 합의 하여 어떠한 회를 하든지 광명정대한 목적을 잡고 이삼인의 회라도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용맹 있게 나아가면 정부의 압제와 소인의 군축을 받더라도 필경은 그 목적을 이룰 것이라는 것이다. 오(5)는 종교의 자유 권리니 교라 하는 것은 각 사람의 마음으로 기뻐하는 것을 쫒을 것이요, 륙(6)은 말하는 자유니, 일곱째(7)는 명예의 자유로 무례한 비방과 실없는 허례를 막고 그 성명을 귀중히 여기는 것이라.”6)

    노병선은 방종하며 자기이욕만 채우려 하고 타인을 해롭게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했다. “방약무인 하며 사례는 도라 보지 안코 자기 니욕만 치우랴 하며, 법 아닌 일을 행하는 거슨 결단코 자유가 아니다.”고 했다.

    또한 자유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국가를 다스리는 자는 먼저 문명한 학문으로 백성을 가르치며 공평한 법률로 백성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그 나라를 보전할 길이라 강조했다. 여기서 우리는 노병선 선생의 자유와 민주주의 사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이 없으면 자유 하는 권리를 알지 못하고, 나의 권리를 타인에게 주며 타인의 권리를 문란케도 많이 하니, 그런고로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먼저 문명할 학문으로 백성을 가르치며 공평한 법률로 백성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그 나라를 보전 할 것이요, 그렇지 않고 강한 자의 약한 이를 업수히 녀기며, 귀한 자 천한 자를 멸시하고..., 포악한 법률로 인민을 토색 하고는 그 나라를 망치 아니하는 자 없느니라.”

4. 사회 의무교육 사상

▲ 1890년대 어린이들

    노병선 선생이 인간의 평등함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교육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 점은 이미 밝혔다. 선생은 교육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으며 어려서부터 교육시켜야 함을 주장하였다.

    “세계 유명한 정치가 사람들과 고명한 박물 학사들과 셩현과 군자들의 사업하는 일을 보면 그 량반들이 어려서부터 배워 공부한고로..., 그런즉 우리 청년들의 담책은 후일 나라를 부강케 함과 교회를 흥왕케 함과 집을 가득히 함과 천하를 평안케 함이니 이것이 더 큰 짐이 어디인고 , 오늘날 배우지 아니하면 내일이 있다 금년에 배우지 아니하면 내년이 있다 하고 흐르는 물결 같이 세월을 헛되이 보내면 하나님니 주신 영혼과 몸과 나라와 집을 망하게 하는 자가 우리가 아니고 뉘뇨“7)

   “지금 벼슬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 것도 몰라도 세력이 있거나 양반이거나 돈이나 있으면 좋다하고 우리는 공부하여 무엇에 쓰리요 하니, 그 하나만 알고 그 둘은 모르는 말이라, 공부할 것은 사람이 사람노릇 하는 직분이오 또한 성경을 공부하는 것은 곧 영혼을 텬당으로 인도하는 일이라 어찌 힘쓸 바 아니리오(로병션)”8)

    노병선은 당시 세력 있는 사람들과 호화 양반자제들이 학교 다니기를 창피하게 여기는 것을 비판하고, 시골서 올라 온 자제들이 서울의 각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격려하기도 했다.9)

     노병선은 특히 여성교육을 강조하였다. “집 안이 흥함과 나라이 부함과 백성이 강함이 전국 녀인을 교육식히는 데 달녀거늘” 이라 하면서, 여성멸시 풍조를 규탄하였다. 선생은 여인이 학문 없으면 자식 낳아 기를 때 젖이나 밥이나 넣어 주고 사람됨이 무엇인지 모르고 귀하다 여기기만 하며 부모에게 맞아야 된다 하여 막대기로 때리고 하여,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모양이 라”하였다.10)

    여성이 야만이면 남자도 야만이 되어 그 나라는 야만국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당시 한국의 악한 풍습은 여성을 노리게 감으로 여겨 첩을 두고 적자니 서자니 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풍습이라 하면서, “우리 대한도 개영하는 날을, 부인의 학문을 잇는 날을 기약하노라”하여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11)

    노병선 선생은 “혼인론”이란 논설에서도 우리나라 혼인제도에 폐단이 들어 있음을 지적하였다. 첫째는 조혼이요, 둘째는 부모가 정해 주는 폐단이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는 방법이 4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1. 남녀가 분별이 없이 동등한 권리임을 알아야 하며, 2. 남녀가 같은 학문을 한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고, 3. 부모가 압제로 혼인을 정해 주지 말아야 하며, 4. 혼인한 연령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12)

5. 자립 일할 권리 근로사상

    노병선 선생은 당시 수족이 멀쩡한데도 떼 지어 다니며 혼인집이나 제사지내는 집에 몰려다니는 거지들을 돕는 것은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죄가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 일하여 먹고 살 수 있는데도 구제라 하여 돈이나 쌀이나 의복을 주면 게으르게 만들 뿐 아니라 한 사람 두 사람 차차 게을러, 비어먹는 사람이 많이 생기면 나라에 해가 되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므로 “구제를 잘못하여 전국에 걸인이 만히 생기게 한 죄인 중 한 나이라”하였다.13)

▲ 평양 장날 장터 풍경(1890년대)

    노병선은 걸인 노릇하는 사람을 한성부에서는 금하기만 할 것 아니라, “제조소를 여러 곳을 셜시하고 업이 없는 사람들도 제조창에 와 일들을 하게하며, 일변 걸인을 금하면 걸인이 업세질 터이오, 또 제조물이 만이 날이니 그러코 본 즉 기화에 한 도움이 될 줄 아노라”하였다.14)

    여기서 우리는 노병선 선생의 자립과 근로사상을 볼 수 있다. 게으르거나 놀고먹는 것은 죄가 되는 것이요, 근면하게 일하여서 자립해야 하고 걸인에게까지도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6. 공정과 진실, 시민사회정의 계도 언론사상

    노병선 선생은 신문(新聞)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신문은 “세상에 새로운 일을 탐지하여 죠회에 박혀 셰샹에 공포하는 거시니”라 정의하였다. 신문은 정부의 일과 생활 정보와 내외국 소식을 전해 주어, “셰샹 사람의 문견을 넓히 할 만 한 것”을 기록하여 샹하 원근 내외국 무론하고 부귀빈천 로소 남녀에 이목을 새롭게 하며“, 또한 ”자기의 문견을 넓히고 처세하는 도를 련달 하기는 신문지의 공효가 대단하고“라 하여15), 신문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

    선생은 이어서 신문의 역사와 신문사의 책임을 논하면서 신문이야 말로 “대개 공평함과 진실함을 쥬장하여, 정부가 백성을 속박하는 법률을 만들면 박론하며 백성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잇으면 졍부를 대하야 실시하라 권하기도 하며, 인민의 행실과 셰샹풍속을 의양하여 가이 찬양할 쟈이면 찬양하고 경계할 자이면 경계하니, 나라를 사랑하고 님군의게 츙셩케하는 의론을 극진히 하여 사람의 마음을 격동하기 쉬운 고로 사람의 마음을 합동케 하는 지계는 신문지라”하면서, “신문지를 선생이라 할 만하며 친근한 친구라고도 할 만하다”하였다.16)

    노병선 선생은 민중을 대변하는 언론으로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신문의 중요성을 논한 분으로 근대 시민사회정신을 고취시킨 선각자이시다.

7. 맺는 말

    이상에서 노병선 선생의 정치사회개혁 사상을 살펴보았다.  결국 노병선 선생의 기독교신앙은 그의 민족운동, 애국계몽운동과 독립운동에 직결되었으며, 사회평등사상, 자유민권사상 등은 정치사회개혁사상의 근원이 되고 추진력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초기 한국기독교가 이론적 신학과 교리체계와 논리의 차원에 머문 것이 아니라, 역사적 현실과 직결된 신앙사상으로 교회를 수립하고, 윤리적이며 실천적인 신앙으로 민족구원의 역사 속에서 그 신앙사상을 구체화시키며 실현시켜 나간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기독교의 성격을 밝혀 주는 분이 바로 노병선 선생이다. 앞으로 노병선 선생과 같은 한국인 기독교 지도자들의 자료들이 발굴되고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의 역사는 역사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교회는 그 뜻을 찾아 고백하며 헌신 공동체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 안에 활동하셔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을 염원하고, 실천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빌2:13)

   최근 스탠리 하우워즈 교수는 오늘날 “교회”를 논하면서, “기독교란 주로 정치 문제, 즉 복음에 의해 규정된 정치라는 사실을 밝히고, 예수가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보여주는 이야기에 의해 세워진 낯선 공동체에 어떻게 충성할 것인가 하는 정치적인 딜레마다.”라 하였다.17) 이 점에서 초기 한국기독교는 이 땅에서 그 분의 교회로 살아가는 진솔한 헌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ch)

▲ 서울 종로거리(189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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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Paul Tillich: A History of Christians Thought, London, SCM Press 1968. p24.
2. 이광린 교수는 개화기에 있어서 유교적 교양을 지닌 인사들이 어떻게 기존사상을 극복하고 개신교신앙을 지녔는지 분석하였다. cf, 李光麟: “開化派의 改新敎觀“, 歷史學報 第六十本輯(1975.6.). 민경배 교수도 윤치호 선생의 신앙을 개화기 속에서 찾고 초기 한국교회의 신앙을 밝히고 있다. cf, 閔庚培: “初期 尹致昊의 基督敎信仰과 開化思想”, 敎會와 民族, 서울: CLSK 1981. pp148. 최근동향은 한국인들의 주체적인 기독교 수용연구이다. cf, 이만열: 한국기독교 수용사 연구(서울, 두레시대, 1998, 이덕주: 한국 토착교회 형성사 연구(서울,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00.) 등 참조.
3. 노병선, “부득이 하여 압제할 일”, 대한크리스도인회보 3권23호(합123호). 1899.6.7.
4. 노병선, “사람의 자유권리”, 대한크리스도인회보 4권11호(합163호). 1900.3.14.
5. 노병선, “사람의 자유권리” 대한크리스도인회보 4권11호(합163호), 1900.3.11.
6. Ibid.
7. 노병선, “어린사람의 담책”, 대한크리스도인회보 3권11호(합111호). 1899.3.15.
8.  노병선, “어린사람의 담책”, 대한크리스도인회보 3권22호. 광무사년, 1899.2.20.
9. 노병선, “시골서 온 학도를”, 대한크리스도인회보 4권25호(합177호). 1900.6.20.
10. 노병선, “부인의 교육이 데일급무”, 대한크리스도인회보 3권7호(합107호). 1899.2.15.
11. 노병선, “부인의 교육이 테일급무”, 대한크리스도인회보 3건8호(합108호). 1899.2.22.
12. 노병선, “혼인론”, 대한크리스도인회보 3권16호(합116호). 1899.4.19.
13. 노병선, “구제하는 죠심할 일”, 대한크리스도인회보 3권9호(합109호). 1899.3.1.
14. 노병선, 구제하는 죠심할 일“, 대한크리스도인회보 3권9호(합110호). 1899.3.8.
15. 노병선, “졀교 못할 친구는 신문지”, 대한크리스도인회보 4권21호(합173호).1900.5.23.
16. 노병선, “졀교 못할 친구는 신문지”, 대한크리스도인회보 4권22호(합174호).1900.5.30.
17. 스탠리 하우워스, 윌리몬: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서울, 복 있는 사람 2014.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