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를 떠나며

미국인 스님 현각이 한국을 떠난다. 한국불교(대한불교조계종)에 25년 동안 몸 담았던 그가 얼마 전  한국불교를 비판하며 그런 결심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비판한 내용 가운데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불교가 기복 종교로 전락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복=$(돈)'이라고 했다.

한국교회는?

그가 한국불교를 기복 종교로 진단한 점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떤가?  '돈 좇는 기복 종교'인가? 그렇다, 고 단언한다. 대다수 한국교회는 돈을 좇는 기복 종교다.(이 점에서 한국 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는 돈을 위한 ,돈에 의한, 돈의 교회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대개의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돈이 왕 노릇하는 세상에서 돈을 좇는 기복 신앙에 젖어 산다. 다양한 버전으로 각색을 하거나 변죽을 울리지만 한국교회 설교의 골자는 예수를 이용해 부자 되라는 것이고, 교인들의 기도는 대개 돈 달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종교적 포장을 하지만 '부자되기'가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신앙생활의 중심이다. 물론 돈이 머리 행세를 하는 사회에서 부자가 될수록 남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기에 부자가 되려는 욕망은 곧 높아지려는 욕망과 같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에서 신(종교)을 이용해 남보다 부자가 되거나 높아지고자 하는 사람은 기복 신자다. 이 때 그가 진정 숭배하는 대상은 돈(자본)이다. 그가 입에 올리는 신(종교)은 한낱 수단일 뿐이다. 한국교회(가톨릭도 마찬가지)에서 예수나 야훼 이름은 흔히 수단이 되어 있다. 돈신(금송아지)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어 있다. 종교를 불문하고 한국의 많은 기복신자나 종교가들은 마음 중심에 돈을 모시고 산다. 북한에서  대다수 인민의 수령은  김일성이지만 남한에서  대다수 신자, 비신자의 실제 머리는 돈(자본)이다 . 주류 한국교회는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를 극복할 의지가 없다. 자본이 주인 노릇하는 사회를 지양한 새사회를 세우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바람조차 없다. 그저 많은 교회는 '돈주의 사회'에 순응하거나 그 사회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돈을 마음 중심에 모시고 사는 많은 교인들과 목회자들은 돈이 주인 노릇하는 사회에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뜨겁게 하나님을 의지하고 찬양한다. 한국교회에서 마음 중심에 사랑이신 그리스도를 모시기에 힘쓰는 사람은 희귀하다. 사회의 중심에 사랑과 생명이 좌정하도록 하는 일에 힘쓰는  사람은 더욱 희귀하다.

기복 목회자와 신자들은 성경을 교묘히 이용한다. 그들은 자신의 기복적 목적을 위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왜곡하며 교활하게 악용한다. 성구를 아전인수 격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창세기1:28을 보자.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더라."여기서 '땅을 정복하라'는 구절은 기복신자나 목회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 흔히 이용하는 구절이다. 그들은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사놓고 이 구절을 하나님에게 들이대며 간구한다.  빨리 기적적으로 땅값이 오르게 해 달라고 떼를 쓰며 기도한다. 또한 많은 미국 교회가  소위 서부개척시대에 북미 원주민들을 죽이는 일에 앞장 서면서 이 구절을 마르고 닳도록 악용했듯이 기복적 한국교회도 이 구절을 악용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하면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는 구절로 정신 무장을 한다.그런가하면 요한계시록 16:14-16에 나오는 아마겟돈 전쟁 이야기도 기복교회들이 제법 악용하는 말씀이다. 가령, 서구 강대국들은 돈을  위한 탐욕적인 전쟁을 일으킬 때,  마치 거룩한 전쟁을 하는 양 자신을 위장했다. 그 때 그들은 그 전쟁 이야기를 악용하곤 했는데, 기복적인 한국교회도 미국이 주도해 일으키는 전쟁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며 아마겟돈 전쟁을 곧잘 도용한다.

돈을   섬기는 기복교회는 구약성경의 중심축인 출애굽사건도 손쉽게 왜곡시킨다. 소위 영적 해석을 하면서 그 사건의 의미를 희석시킨다. 가령, 바로왕을 마귀로 보는 것이다. 그를 마귀로 보면 출애굽사건은 단지 보이지 않는 마귀의 눌림에서 해방을 의미할 뿐이다. 이렇게 영적인 해석을 하는 동기와 목적은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의 착취구조를 민중이 직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만약 히브리노예들이 바로 왕을 영적인 존재로 봤다면 노예살이에서 탈출했겠는가? 영적 해석은 결국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구조를 유지,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바로왕체제와 같은 불의한 체제의 기득권자들의 배는 더 불리고, 히브리 노예들과 같은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기복신앙은 지배자들이 퍼트리는 통치이념이다. 혹세무민을 위한 이념.

기복교회는 십자가복음도 가볍게 왜곡한다. 그들에게 십자가 사건은 신자의 부귀영화를 위한 하나님의 희생이다. 물론 여기서 그들이 믿는 십자가는 기본적으로 선택받은 신자의 과거, 현재, 미래의 죄를 단번에  몽땅 사해준 사건이다 .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다 청산한 사건이다. 예수가 인간의 저주를 다 짊어지고 죽었기에 이제 신자는 부귀영화만 누려야 한다고 그들은 굳게 믿는다. 또한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진리를 기복신자들은 무슨 짓을 하더라고 내세 천당에 들어가는 티켓을 얻는 수단으로 여긴다. 그들은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으면 이미 내세 천당 가는 티켓을 받아놓은 것으로 굳게 믿는다. 티켓을 받아 놓은 뒤 그들은 이제 전능한 하나님을 이용해 부자 되기에  몰두한다. 자신을 천당에 들여보내기 위해 희생하신 하나님이 부자가 되도록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들은 믿는다.

한국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은 기복적인 한국교회-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회의 허구성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한국개신교회를 떠난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가톨릭교회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가톨릭교회에서 정착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기복적인 기질은 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톨릭교회의 중세적인 위계질서는 그들을 더욱 답답하게 할 것이다. 상명하복적인 문화, 주종관계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은  그 교회 문화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진정 예수복음을 깨닫는(覺) 은총을 조금이라도 받은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번에 현각 스님이 한 한국불교 비판 가운데 하나는 '유교식 권위주의 관습'이다. 소위 유교적 권위주의(중세적 봉건주의) 관습을 말할 때 한국 가톨릭교회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가령, 수녀는 성직자 반열에 절대 들어가지 못한다. 어림도 없다. 한국가톨릭교회의 주종관계, 남녀 차별, 계급 문화 풍토 속에서 수녀는 철저히 '종'이요 '을'이다. 서구에서는 여성 사제 운동이 일각에서나마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언급조차 되고 있지 않다. 당사자인 수녀들 쪽에서도 그 어떤 한마디의 주장이 나온 적이 없는 줄로 안다.

돈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

기본적으로 가톨릭교회는 중세봉건시대에 맞춘 종교적 의복이다. 개신교회는 자본주의 시대에 걸 맞는 의복이다. 두 교회의 뿌리 깊은 공통점은 돈을 좇는 기복종교라는 점이다. 가톨릭교회가 중남미에서 5천만 명의 원주민을 죽이고 , 개신교회가 북미에서 3천만 명의 원주민을 죽인 흑역사는 좋은 사례다. 그 만행의 목적은 오로지 돈(황금)때문이었다. 이제 그리스도 교회는 돈이 왕 노릇하는 시대를 뛰어넘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옷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돈이 주인 노릇하는 사회를 지양한 새사회를 여는 작업을 하시는 성령을 좇아 살면서 새옷을 마련하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마6:24) 이 예수님의  말씀은 그리스도교회가 새시대를 열고 새옷을 마련하는 일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제까지 교회는 돈(자본)을 위해 하나님을 이용했지만  새 교회는 사랑이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돈을 이용한다. 새 사회를 위한 그리스도의 교회는 돈보다 사람, 이윤의 극대화보다 생명, 경쟁보다 협력, 전쟁보다 평화를 도모하는 일에 헌신한다. 사도행전 2장과 4장이 소개하는 새로운 공동체 즉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는 공동체'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미래를 위해 쉼없이 일하시는 성령과 동행하는 교회가 진정한 그리스도의 교회다. 기복적인 교회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돈의 지배를 받는 자신과 사회를 변혁하는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람이다. 지혜의 성령을 따라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覺者)은 오늘 자신의 자리에서 새로운 세상을 짓기 위한 벽돌을 하나하나 쌓는다. 자기의 마음 중심에 좌정한 금송아지를 성령의 도움으로 날마다 밀어내면서 말이다. 기복적 종교심에 찌든 ‘나’의 실상을 똑바로 볼(正見) 수 있는 은총을 갈구하면서.

김달성목사(평안감리교회. '예수 믿지 않는 기독교인'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