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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만지며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졌습니다"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사무국장 황은경 목사
김문선  |  moonsun101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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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8월 17일 (수) 21:46:28
최종편집 : 2016년 08월 18일 (목) 13:28:42 [조회수 : 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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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사무국장 황은경 목사 <사진/김문선>

인간은 관계적 존재다.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자신과 타자, 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간다. 해가 지고 오늘의 존재는 소멸된다. 이른 아침의 기지개와 함께 새로운 자신이 창조된다. 이런 맥락에서 경험이 중요하다. 누구를 만나는가? 무엇을 먹는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질화된 문명시대를 살고 있다. 의도하지 않는다면 날것의 생명을 만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살아있는 흙을 밟아본 적이 언제이던가? 숲길을 걸으며 나무와 함께 호흡해본 기억이 아득하다. 주위엔 온통 기계와 가상공간뿐이다. 살아있는 것들과의 친밀한 교감이 어색하고 낯설다. 그래서일까? 생명의 감수성이 상실되어간다. 신음하는 생명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농촌 사회와 농촌교회를 찾아다니며 내 안에 피어오르는 생명의 감수성을 발견한다. 꽃말이 기억에 젖어들고 자연에 순응하는 농사의 원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에 생명의 감격과 신비가 차오른다. 상황에 영향받는 자신을 발견하며 다시 한 번 만남과 관계, 경험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자연과의 친밀한 교감, 특별히 흙과의 교감을 찬양하는 목회자가 있다.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사무국장 황은경 목사다. 4년 전, 훈련원이 위치한 충북 음성으로 삶의 터를 옮겼다. 훈련원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동생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여성 목회자로 농촌 사회와 농촌교회를 소명의 자리로 맞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경험한 농부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

   
▲ 황 목사는 3년 전 충북 음성으로 내려온 동생과 함께 고추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김문선>

황 목사가 농촌 사회와 농촌교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부터다. 그녀가 출석하던 교회에 담임목사님의 영향 때문이다. 그가 추억하는 목사님은 농촌 사회를 살리는 생명목회자였다.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농부들의 고난에 동참하는 목사였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일본에서 친환경 양계기술을 직접 배워 지역민들에게 보급했다.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 아이들에게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었다. 그녀는 말한다. "지역사회에 녹아들어 가서 어려운 농민들의 삶을 보듬고 개선하려는 목사님의 노력을 보았습니다. 마을의 구성원이 되어서 마을을 살리는 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농촌 목회에 대한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 감리교신학대학교 농촌 현실과 생명문화 야외수업 <사진/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황 목사는 도시교회에서 사역을 했다. 그러나 농촌교회에 대한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농촌에서 목회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성 목회자로, 아무런 연고 없는 농촌지역에 무턱대고 내려갈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소식지에서 실무자 채용공고를 우연히 보았다. 이곳에서 훈련받으며 농촌 현실에 대한 이해와 농촌 목회의 방향을 잡기로 결심하고 훈련원에 지원서를 냈다.

   
▲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모내기 실습(2016) <사진/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농사도 잘 짓고, 훈련원 업무도 잘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더군요. 어느 순간, 업무에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많아질수록 영적 갈급함도 커져갔습니다. 질문하고 고심했습니다. 기도했습니다. 그때마다 위로가 되어준 것이 있습니다. 바로, '흙'입니다." 그녀는 빨리 적응하고 싶었다. 그러나 농사도, 훈련원 업무도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았다. 마음만 조급했다. 그럴 때마다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갔다. 잡념이 사라지고 자연스레 마음이 풀리는 신비를 체험했다. 그녀는 깨달았다. 땅을 일구고 흙을 어루만지는 일이 영성훈련임을.

   
사진/김문선

흙을 만지고 농사를 짓다 보니 예수의 비유가 보다 명확하게 다가왔다. 농부와 자연을 빗대어하신 말씀들이 구체적 현실로 다가왔다. 그녀는 농작물 하나를 키울 때마다 집중한다. 기도하면서 농사를 짓는다. 욕심을 내려놓고 생명을 수단화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훈련한다.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수고하고 애쓰지도 않았는데 많은 수확을 얻었습니다. 나누지 못했습니다. 결국 버리게 되었습니다. 죄책감이 찾아왔습니다. 그 후부터는 쌓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녀는 농촌에 내려와 땅을 만지면서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졌다. 그녀는 자신의 목회와 길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겸손하게 자신의 체험을 말하며 생명목회를 지향한다. "모든 사람이 저처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생명과의 교감이 주는 영적 신비를 함께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작게라도 텃밭을 가꾸며 살아있는 생명들과 접촉할 수 있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녀의 사역이 귀하다. 묵묵히 농촌을 지키며 세상에 농(農)과 생명의 영성을 전하는 발걸음이 아름답다. 그녀가 뿌리는 생명과 복음의 씨앗들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소박하고 느리지만 조용한 그녀의 목회가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리라 확신한다.

<생명의 망 잇기 사무국장 김문선 목사>

* 생명의 먹을거리 구입하고 농촌 교회도 돕는 생명의 망 잇기
농수산물 나눔터: www.lifenet.kr
블로그: blog.naver.com/good_namu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lifenet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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