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과 6.25 한국전쟁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봤다. 이 영화는 6.25 한국전쟁 때 실제로 있었던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이재한 감독의 작품이다.

6.25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인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으로 남침함으로 시작되었다. 남침을 시작한 북한군은 파죽지세로 남하하기 시작했고, 싸울 힘도 의지도 상실한 우리 국군은 밀리기만 했다. 우리 정부는 하는 수 없이 전쟁발발 이틀만인 27일에 대전으로 옮겨 갔고, 28일에는 수도 서울이 점령당했다.

6월 30일에는 북한군이 한강을 건넜고, 7월 16일에 금강 방어선까지 붕괴되자 정부는 다시 대전에서 대구로 옮겨 갔다. 20일에는 대전까지 점령되고, 8월 18일에는 정부가 또다시 부산으로 옮겨 가야만 했다. 그리고 9월 2일에는 낙동강 일대에서 북한군이 총공격을 개시하였다. 목포와 여수까지도 모두 북한군에 점령당해 부산을 중심으로 한 손바닥만한 땅만이 낙동강 전선을 경계로 지켜지고 있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요 일촉즉발의 위험에 싸이게 된 것이다. 이때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의 지휘 하에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졌다. 9월 15일이었다.

맥아더가 6.25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은 일본 점령 연합군 사령관으로 있던 때의 일본에서였는데,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즉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서둘러 6월 29일에 한국으로 날아 와 전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전략 짜기에 몰입했다. 그는 전략에 뛰어난 지휘관이었다. 7월 초에 이미 ‘인천상륙작전’ 계획은 그에게 배태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모하리만큼 성공가능성이 낮았다. 그래서 모두가 반대했다. 미합동참모본부와 미정부, 심지어 휘하의 참모들까지도 반대했다.

그들은 성공의 확률을 1/5000이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은 상륙작전을 전개하기에 최악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간만의 차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간만의 차 만이라면 그리 문제될 것도 없을지 모르나 해안의 경사가 완만하여 간조 때면 갯벌이 3~4Km 이상이나 드러나고, 심하면 그 두 배 이상이나 된다. 따라서 작전 가능한 날짜와 시간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넓은 면적의 갯벌로 인해 대규모 함대가 상륙하는 데에 필요한 접근로 확보가 어려웠다. 해안선의 절벽이 높아 그것을 기어올라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난관중의 난관이었고, 상륙하자마자 민간인의 거주가 많은 시가지에서 시가전도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고집했다. 아니 그러기 때문에 오히려 작전의 성공을 확신했다. 적의 침투 위험이 많은 지역을 소홀히 한 채, 그 위험이 적은 지역을 철통 같이 방어할 군대는 어디에도 없다. 침투 위험성이 큰 지역보다 작은 지역의 방어를 덜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맥아더는 그걸 알고 이용한 것이다.

실제로 인천 주둔 북한군의 적에 대한 방어 태세는 엉성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서 1/5000 성공 확률의 작전을 100% 성공으로 끝낼 수 있었다. 작전을 개시하여 불과 13일 만인 9월 28일에는 서울까지 완전히 탈환하였다.

인천상륙작전 성공은 낙동강 전선에도 크게 영향을 주어 아군이 승전을 거듭하는 낭보의 물결로 이어졌다. 사기가 떨어진 북한군은 전의를 상실하고 도주하기도 하여 전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갔다. 9월 30일에는 38도선 이남을 모두 회복하여 전쟁 전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이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가능했을까. 이처럼 ‘인천상륙작전’은 우리에게 이루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의미를 지닌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봤다. 그러나 한마디로 말해 실망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이 ‘21세기 배달의 기수’인가

147억의 제작비에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 진세연 등이 배역을 맡은 블랙버스터 영화답게 스크린을 채운 개개의 영상은 무게감이 있었으나, 그것들이 영화 전면을 아우르는 연계성이 약해 어딘지 결이 거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는 비전문가인 필자의 견해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 있어 정작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는 반공교육영화 같다는 점과 도덕교과서 같은 내용이 적지 않다는 데에 있었다. 그렇다고 반공교육영화나 도덕교육영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극영화와 교육을 위한 영화는 다르다는 것일 뿐이다.

많은 논자(論者)들도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가리켜 ‘두 시간짜리 대한뉴스’ ‘철 지난 반공영화’ ‘시대착오적인 반공영화’ ‘21세기 배달의 기수’ 등으로 평가하며, 극영화로서는 애국심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흑백논리로 반공이념을 표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국심과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수작’이라는 긍정적인 평도 있으나, 이 또한 극영화 아닌 교육영화라는 관점에서 내린 평가이다. 결국 <인천상륙작전>이 가진 극영화로서의 결점을 반증하고 만 것이다.

평론가를 위시로 한 영화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이 영화에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멸공의 촛불. 애국반공의 기치만으로 두 시간을 끌어가기엔 역부족인 시대. 주적을 정해놓고 악마화한 것만으론 설득력이 부족할 수밖에.” (평론가 김수)

“1970년대에 나왔다면 누군가는 환호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016년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이런 영화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평론가 박우성)

“새로울 것이 없는 첩보물. 1950년대에 멈춘 후퇴한 감수성.”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1/5000의 성공 확률이었다는 인천상륙작전을 맥아더 장군은 성공시켰다. 하지만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영화의 스펙터클, 첩보영화의 긴장감, 애국영화의 감동, 그 어느 것도 챙기지 못했다.” (<씨네21> 이주현 기자)

애국반공의 기치를 내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셋이고, 극영화로서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내용이 하나이다.

영화평론가들은 정치적 잣대를 의지하여 글을 쓰는가

물론 이 영화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전문가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부정적 평가에 대한 반론을 편 이들도 있다. 예술전문학교 교수로 대중문화평론가인 한 분이 그런 면을 거의 종합한 것 같은 글을 썼기에 여기에 대충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념적 갈등으로 60년간 분단의 아픔으로 아직도 상처를 씻지 못한 수많은 국가유공자 유족들의 아픔과 오랜 슬픔을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까대는 평론가들은 조금이라도 인지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초보적 어법마저 무시한 채 거친 어조로 성토하고는, “보수 정치인들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활용해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잃었던 점수를 회복한다는 등의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이 바로 평론가이다”라 힐난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평론가로 활동하는 사람치고 우리의 ‘이념적 갈등’과 ‘분단의 아픔’, 그리고 그로 인한 슬픔 등을 ‘인지’하지 못한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또한 ‘보수 정치인들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활용해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운운한 것은 ‘평론가’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어 생산한 말이 아니라, ‘보수 정치인들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이용하여 생긴 현상이다. 여기에 한 인터넷신문 기사의 일부를 그대로 인용해 본다.

“실제로 정치권의 ‘인천상륙작전’ 관람으로 정치적 화제 환기를 꾀한 사례도 많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오정근·유병곤·임윤선·민세진 등 당 혁신비상대책위원과 지상욱 대변인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이외에도 앞서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주영 의원도 해병대 및 보훈단체 가족 등을 초청해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여당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에 ‘보수’와 ‘진보’가 다를 게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변호인>이 그랬고, <국제시장>이 그랬다. 그 외의 많은 영화들이 그랬다.

실상이 그럼에도 그(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의 정치권력이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상업영화를 이용하고 있다는 가설을 늘어놓는 이들의 행태도 공감을 잃기에 충분하다”며 끈질긴 면모를 보인다.

그는 또 “어려운 시절에 힘을 합쳐 나라를 구한 알려지지 않았던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왜 그리 도마 위에 올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도 하는데, 평론가들이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은 그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를 ‘상업영화’로서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회가 분열되고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파다한 작금의 현실 속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영혼들을 위한 애국주의 영화 한편의 상영이 그리 거북한가?”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사실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온 결과이다.

그 자신도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드러났던 연출력 부재, 융복합적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억지스럽게 껴맞췄던 가족애, 영화의 미드포인트를 지나 클라이막스에 가서도 확실한 작가의 중심적 해답을 내놓지 않고 몰입과 이완의 효과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라고 평하고 있는데, 옳고 그름을 떠나 평론가들도 이 같은 점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응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다만, 6.25라는 비극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는 말로 글을 맺는데, 누가 그 ‘호국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잊었다는 말인가. 평론가 누구도 잊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평론가는 오히려 ‘현충원’만이 아니라 산야에 버려진 채 아무렇게나 묻혀 있는 ‘호국영령’들까지도, 아니 그런 그들이기에 더욱 가슴 저미는 애틋함으로 기리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극영화와 반공교육 또는 도덕교육 영화는 같지 않다

‘밥퍼’로 유명한 다일공동체의 최일도 목사는 영화 평론가들을 가리켜 <인천상륙작전>을 ‘평가절하’했다며, 그들을 향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아무 보상도 댓가도 없이 죽어간 용사들과 군번없는 군인들의 숭고한 피흘림과 희생에 대해서 왜 당신은 한마디도 경의를 표하는 말을 할 수 없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하고는, “잊혀진 영웅들에 대해서 그 동안 국민들과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군 첩보부대와 케로부대 무명용사들의 그 값진 희생에 대해서 어쩌면 이리도 최소한 예우조차 표할 수 없는 일인지?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평하는 글은 ‘경의’나 ‘예우’를 표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표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러니 그에 대해 한두 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쓰지 않는다고 탓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영화 평론이라면 영화 자체를 대상(소재)으로 하여 쓰는 것이 맞다. 반공영화라면 ‘반공’에 논점이 맞춰져야 되고, 도덕윤리교육영화라면 그 또한 ‘도덕윤리교육’에 논점이 맞춰져야 한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반공영화와 반공교육영화는 그 논점이 달라야 한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은 극영화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반공교육영화’나 ‘도덕교육영화’적 요소가 적잖게 들어 있다는 것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이고 작품성의 질에 대해 논한 것이다.

최 목사는 “평론가들의 비난과 다르게 이 영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젊은이들을 벌써 요며칠 사이에도 많이 보았”다고도 말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이 내릴 것’이라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7월 27일에 개봉한 이 영화의 관객 수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어제(8월6일)로 4,850,149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좋은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먹는 사람이 많은 패스트푸드가 가장 양질의 식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인 평론가와 영화를 봄으로 그것을 직접 향유하는 관객의 견해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평론가의 견해라 해서 관객의 그것보다 반드시 바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보면 전문가인 평론가 쪽의 견해가 비전문가인 관객 쪽의 그것보다 신뢰할 만하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영화를 영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색의 안경을 쓰고 보는 데에 있고, 그것을 자기들의 진영논리에 이용하려는 데에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 같은 분은, “‘인천상륙작전’은 6․25 참상을 리얼하게 그린 ‘보기 드문 수작’”이라 평가한 뒤, “노무현 정권 이후 우리 영화계 일부가 좌편향 성향이 짙어진지 오래됐지만, 이런 영화까지 이념적 잣대로 혹평해야 하는 지 유감이다”라고 유감을 표명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 영화계 일부가 좌편향 성향이 짙어진지 오래됐’다고 말함으로 자신이 오히려 ‘영화까지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 자기모순을 노정하고 있다.

평론가들의 평은 영화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지적한 것이지, 이념의 좌우를 강조한 게 아니었다. ‘좌’나 ‘우’로 치우친 색깔론에 따라 영화를 평한 게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에는 맥아더와 장학수 등의 아군은 선이고, 림계진을 필두로 한 북한군은 악이라고 하는 이분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대체적으로 볼 때 우리 국군과 유엔군이 더 선하고, 북한군이 더 악하다는 데에 아니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군도 인간이고, 북한군도 인간이다. 양자 모두 인간인 이상 절대 선일 수 없고, 절대 악이기도 어렵다. 그러나 어떠한가. 아군인 맥아더와 장학수는 완벽한 사람, 완벽한 선인(善人)이고, 적군인 북한군의 림계진은 사람다운 면을 조금도 갖지 못한 저승사자 같은 악인(惡人) 아닌가.

평론가들은 그런 면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게 ‘이념적 잣대’에 의한 것인가. ‘인천상륙작전’도, 맥아더와 같은 영웅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무덤마저도 없이 산야에 아무렇게나 묻혀 버린 무명용사들도 모두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산화하였다. 그러니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하고 기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같은 그들을 욕되게 한 것은 누구인가. <인천상륙작전>을 극영화로 보고 평한 평론가들인가. 아니면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