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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바보 목사’를 비난할 수 있을까[책 뒤안길] 최병성 목사의 <길 위의 십자가>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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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8월 06일 (토) 15:32:07
최종편집 : 2016년 08월 06일 (토) 15:35:57 [조회수 :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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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십자가> (최병성 지음 / 이상북스 펴냄 / 2016. 6 / 264쪽 / 1만3000 원)

'개 눈엔 똥만 보인다.’

누구나 다 아는 식상한 멘트잖아요. 그럼, 목사 눈에는 무엇이 보일까요? 아니 무엇이 보여야 할까요? 그대가 지금 ‘십자가’라고 대답했다면 그대는 천재이거나 아니면 바보, 둘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지금의 한국 교회를 보며 목사에게서 희생과 은혜의 상징인 예수의 십자가를 생각한다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니 목사와 십자가를 결부하여 말했다는 것 자체로 뛰어난 천재성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럼, 왜 바보냐고요? 그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예수의 희생적 십자가 정신을 찾아 볼 수도 없으면서 목사와 십자가를 연결했기 때문이죠. 이런 직설적 목사 비판에 불편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도 불편합니다. 저도 목사거든요.

하지만 어쩝니까. 그리들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게 현실인데요. 그리고 목사를 위한 변명으로, 제대로 희생적인 삶을 사는 목사도 있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저만 빼고는 다 그렇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명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어쩝니까.

십자가만 보이는 ‘바보 목사’

각설하고, 목사와 십자가를 결부시키는 게 기적이 된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부는 그런 연결이 순조로운 이가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은 고 김수환 추기경을 일컬어 ‘바보 신부’라고 말합니다. 그의 삶이 그걸 보여줬기에 그리 부르는 것이겠죠.

그는 자신이 자신을 바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바보가 바보에게>라는 책은 그의 ‘바보론’을 잘 말해주는 에세이죠. 차동엽 신부도 ‘바보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며 <바보 Zone>이란 책에서 ‘바보론’을 강력하게 주장하죠. 이참에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바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바보 신부’에 이어 ‘바보 승려’, ‘바보 목사’는 어떤가요. 꽤 괜찮지 않은가요. 승려는 제 분야가 아니라 잘 모르겠고, 좀 희귀하긴 하지만 바보 목사도 있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길 위의 십자가>라는 책을 내고 속속들이 바보짓(?)을 하는 최병성 목사라는 사람입니다.

최병성 목사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이기도 하답니다. 그가 얼마나 바보냐 하면요, 강원도의 서강을 보호한다며 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하지 못하도록 하느라 거리에서 지샌 사람입니다. 또 목사하고는 전혀 안 어울리는 쓰레기 시멘트로 아파트를 건설했다며 연재 고발기사를 쓰는 등 아파트 짓는 데까지 신경을 쓴 사람이랍니다.(참고 기사 :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그는 이 내용을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이란 책으로 엮었죠. 환경부문 상이나 언론인권 상 등을 수상하며 목사, 환경운동가, 생태교육자, 사진작가 등 다양한 삶을 다부지게 사는 사람이랍니다. 지금은 건강한 집짓기가 무엇인지 대한민국 곳곳을 누비며 강연도 하고 있답니다. 참 바보죠.

목사인데 목사와는 어울리지 않게 살아서 바보라고 말하려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게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참 목사라서 바보라는 겁니다. <길 위의 십자가>는 집 짓는 데서부터 환경운동까지 넘나들며 종횡무진인 그가 ‘은혜와 능력을 넘어 변화로 이끄는 십자가’에 대하여 제대로 묵상하기 때문입니다.

개 눈에 똥만 보이듯 목사인 그의 눈에는 십자가만 보입니다. 그저 지나가면서 차창 밖으로 교회의 종탑에 걸린 십자가를 보는 저 같은 보통 목사의 눈이 아니랍니다. 그가 걸어 온 모든 길 위에서 예수의 십자가를 봅니다. 그가 본 하늘과 나무, 꽃들 사이에 빠끔히 드러난 십자가를 봅니다.

‘바보 목사’를 비난하는 이, 그는 정말 바보

   
▲ 잎사귀에 매달린 영롱한 물방울 속에 십자가 형상이 선명합니다.

가히 천재적입니다. 미학과 신학과 사진작가의 눈이 그의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의 진지한 ‘십자가론’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나 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참고 기사 : 연봉 4억 2700만원 받는 '목사답지 못한 목사')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항의를 하는 모양입니다.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항의 전화 말입니다.

그는 “목사답지 못한 목사가 쓴 책이 목사다운 목사를 좋아하는 성도들에게 많은 불편함을 주고 있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불편하다고 하는 책의 부분을 인용합니다.

"요즘 한국교회에 예수 십자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가짜 복음이 은혜라는 이름으로 유통됩니다. 수만 명의 교인을 자랑하는 유명한 모 목사는 십일조 안 하면 암에 걸린다고 설교를 해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략) 예수 십자가와는 아무 상관없이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며 탐욕의 신을 팔아먹은 것이지요. (중략) 사도 바울은 우리 주위에 '다른 복음'이 있음을 주의하라고 경고합니다. 예수 십자가 은혜로 하나님 앞에 선 자들이 십자가와는 전혀 다른 복음을 추종하기 때문입니다."- 본문 80쪽

어디 그의 표현에 잘못이 있습니까. ‘다른 복음’이란 말은 사도 바울이 쓴 말입니다. 고린도교회나 갈라디아교회의 변질된 복음에 유혹된 이들을 경고하며 사용했습니다. 마찬 가지로 최 목사는 한국교회의 변질된 모습을 지적한 것이고요. 그런데 그게 불편했다면 그 사람이 변질된 게 분명합니다.

저자는 스스로 ‘목사답지 못한 목사’라고 말하며 ‘목사다운 목사’의 변질을 말합니다. 실은 그 반대인 거죠. 그래서 바보라는 겁니다. 바보가 진짜이고 진짜가 바보인 걸 아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바보 목사’는 십자가를 제대로 보는데, ‘목사다운 목사’는 십자가를 제대로 못 보네요.

‘바보 목사’가 보는 십자가를 보기를

저자는 보도블록의 틈새에서도, 하늘에서도, 잔디밭에서도, 바위틈에서도, 창문에서도, 얼음을 뚫고 흐르는 시냇물에서도, 나무에서도, 꽃에서도 십자가를 봅니다. 심지어는 잎사귀 위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보석 같은 십자가를 봅니다. 목사와 십자가, 그처럼 잘 어울리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잘난 목사들이 보지 못하는 십자가를 바보 목사가 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십자가 안에 모든 것을 숨겨 놓았다’고 간증합니다. 미련한 자들에게 십자가는 그저 멸망과 패배의 상징일지 모르지만 구원받은 자에게는 능력이라는 성경적 진리를, 그가 만난 십자가들에서 보여줍니다. 그러다 ‘잘난 교회’를 향하여 일침을 날립니다.

“언제부턴가 교회에서도 모든 것의 판단기준이 돈이 되었습니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큰 교회 건물, 헌금 액수, 자동차의 크기 등 세상의 가치가 교회에서도 가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십자가 앞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가 한국교회에 크게 외칩니다. 쓸모없는 잡초 같은 인생과 어울리신 예수님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말입니다.” - 본문 120쪽

“오늘날 교회가 병든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길 위의 예수’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교회는 화려한 건물 안에 갇혀 세상과 소통함을 잃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으로 달려가 막힌 담을 허셨는데, 교회는 세상과 담을 쌓고 스스로 갇혀버렸습니다. (중략)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 역시 세상의 막힌 담을 허무는 사명을 받은 자들입니다.” - 본문 152쪽

“기독교는 바보들의 역사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부와 인기와 권력을 버린 바보 예수처럼 사도 바울 역시 예수 외에는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는 바보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예수님을 팔아 인기와 부와 권력을 누리는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에서 지탄받는 이유입니다. 십자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나도 기꺼이 그 분을 위해 세상 품바가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 본문 230-231쪽

품바가 되자고 합니다. 바보가 되자고 합니다. 너무 잘난 한국교회를 향한 질타가 그저 외침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를 포함한 교회는, 목사들은, 성도들은 이 ‘바보 목사’가 보았던 십자가를 보고, 참 바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품바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에도 십자가가 보입니다.

<길 위의 십자가> (최병성 지음 / 이상북스 펴냄 / 2016. 6 / 264쪽 / 1만3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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