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주의와 완전 성화

강성도(미주감리교신학대학교 조직신학)

“연대주의”와 “완전 성화”, 전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두 개념은 웨슬리 운동을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상호 연대”가 웨슬리 운동을 뒷받침하는 제도적인 장치라면, “완전 성화”는 이 제도가 추구하는 목표요, 이상이었다. 웨슬리 운동 초창기, “연대주의” 또는 “상호 관계 의식”이란 각 ‘소사이어티’와 이 소사이어티를 관장하는 웨슬리 자신과의 밀접한 관계와 소통을 의미했다. 모자라는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설교자들을 이곳저곳으로 옮겨주는, 이른바 실용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제도였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감리교의 “연대”는 소사이어티와 개 교회, 순회 교구, 그리고 연회 사이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인식하고, 연약한 교회의 목회적 필요를 채워주는 “친교”(fellowship)였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선물을 받아 서로 나누고,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며, 이를 통해 더 큰 일치를 이루어가는 연대의식의 표현이었다. 어떤 조직이나 위계질서를 뜻하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완전 성화”는 웨슬리 운동의 이상이요, 최종 목표였다. 짧은 시간 안에 영국 각지와 유럽 대륙의 이곳저곳, 그리고 마침내 미 대륙 전체에 퍼진 웨슬리 운동의 열기는 “완전 성화”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선행 은총으로 인해 죄를 깨닫고, [주신]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은 믿는 자는 거듭남을 체험하고, 날마다 성화의 삶을 살아, 의에 이르게 된다고 가르쳤다. 그 구원의 완성을 “그리스도인의 완전”이라고 불렀다. 이 완전은 “완전 성화”를 뜻했으며, “성서적 경건” 또는 “성서적 거룩”(Biblical Holiness)의 신학적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름만 남았고, 완전 성화에 대한 가르침마저 낯설게 여겨진다. 완전 성화 또는 영화는 (장로교의 영향으로 인해) 죽음 이후에나 덧입는 영광으로 이해되는 형편이다.

두 기둥이 무너짐으로써 감리교회는 점점 그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 감리교회 역시 노예제도와 인종갈등 등으로 교단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고, 반대파를 출교시키는 등의 “반연대주의적” 아픔을 겪었었다. 이에 덧붙여 도시화와 세속화로 인해 세속 권력이나 기관에 많은 부분을 넘겨주고, 대사회적 공신력이나 영향력도 약화되었다. 도시 중산층에 집중 전도하게 된 교회는 교인들에게 좀 더 낮은 수준의 영성을 요구함으로써 완전 성화는 점점 사라져버린 과거의 영웅적 이상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감리교회 역시 완전 성화와 그리스도인의 완전에 대한 교리는 “사랑의 충만” 정도로 약화되고, 이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이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교회 성장을 영적 성장으로 혼동했기에, 교회 부흥을 영적 완성[의 열매]로 오해하고 말았다. 교인 수가 늘고, 대형 교회의 탄생으로 한국 교회는 잠시 활기로 넘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성장의 열매는 “성서적 거룩” 또는 “완전 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상과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에 믿는 자로서의 실천은 점점 빈약해지고 교인들에 대한 요구는 (주일 성수나 십일조 정도로) 점점 낮아졌다. “성공과 축복, 그리고 성장”이라는 천박한 목표가 원래의 이상인 “완전한 거룩, 완전 성화”의 이상을 대치하였기 때문이다. “거룩”이라는 목표를 실지로 떠받치던 제도인 연대주의 역시 개 교회 중심주의로 변질되고, 상호간의 신뢰와 협력 대신 경쟁이 당연시되었다. 이상도 사라지고, 이상을 떠받치던 제도도 무너진 채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나침반과 키를 잃고 표류하다 마침내 침몰하는 배를 보는 것 같다.

1) 연대주의와 그 뿌리

스스로를 순회 설교자의 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프랜시스 애즈베리는 존 웨슬리만큼 중앙집권적 관계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순회 전도자와 급속하게 늘어나는 교인들을 하나의 회중으로, 또 하나의 운동으로 묶기 위해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 연대는 밴드와 속회, 순회 전도자와 정착 (도시) 교회 사이의 상호 연결과 설교자의 공급을 위해 생긴 자연발생적 조직이나 다름없었다. 연회와 교구가 생기고 이들을 4년에 한 번씩 묶는 총회라는 조직이 생겨나면서 제도적인 연대와 상호 책임의 요구가 강화되었다.

감독은 순회 설교자의 생활비를 보장하고 또 적절히 지급해야 했다. 사실, 최저 생계비를 겨우 넘는 봉급은 “어떤 열기”, 곧 “완전 성화에 대한 열망”에 의해 지탱되었다. 이들이 일 년에 한 번 모이는 연회는 감리사나 감독을 선출하고, 법을 만들고, 논쟁을 하는 기간이나 조직이 아니었다.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고, “평범하고 순수한 성경의 진리”와 “성서적 경건/거룩”을 전파하기 위해 주님 앞에서 또 다른 일 년을 결단하는 자리였다. 장로교회가 정착된 도시나 읍내를 중심으로 그 뿌리를 내렸다면, 감리교 순회 전도자들은 마차를 타고 개척 길에 나서는 이들과 함께, 때로 그들보다 먼저 개척지를 찾아 전도에 힘썼다. 이 열기와 헌신으로 인해, 유럽 대륙에서 수백 년을 내려오던 전통과 규범의 힘이 더 이상 발휘하지 못하는 신대륙에서 다른 어떤 교파들보다 복음 증거를 선점할 수 있었다.

문제는 도시가 생기고, 정착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이들을 위한 도시 교회가 생겨나면서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결혼한 순회 전도자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의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다. 인기 있는, 또는 교인을 많이 모으는 설교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받는 “월급”이 순회 전도자들의 월급보다 많아졌다. 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차등과 계급이 생기고, 순회 설교자보다는 도시 지역에 정착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는 목회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일률적인 평등은 사라지고, 필요를 인정하는 차등 지급이 당연시되었다. 좀 더 편하고 쉽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인정해 주게 되었다. 이상 보다는 현실을 우선시함으로써, 개인과 사회를 변혁시키던 본래적 힘, “거룩함을 이루려는 이상 위에 쏟아진 헌신”이 이제 그 힘을 잃기 시작했다.

여기에 덧붙여, 서서히 형성된 교권은, 교권을 가진 자들의 정책적인 오판과 자기 이익 추구라는 부조리를 낳았다. 당연히 반대파가 생겨나고, 권위에 대한 항거와 도전을 불러일으켰다. 마침내, 연회는 논쟁과 정치적 비리 폭로, 그리고 고발에 이은 분열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부터 “완전 성화”의 열기는 사라지고, 주고 받기식의 협상과 반대파를 몰아내는 인적 치리가 연례행사가 되었다. 연대의식을 약화시키고 조직 자체를 불신하는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연대주의는 “모든 지도자들이나 회중들은 동일한 헌신과 충성의 네트워크 안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이 네트워크는 개체교회의 일차적인 관심을 도우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뛰어 넘는다.” 는 공동고백을 받아들인다. 이것은 회중교회의 치리방식이나 개체교회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인 중시주의와 개교회 중심주의가 생겨나면서 조직 전체의 기반이 약화되고 지도력 자체가 의문시되면서 연대의식은 약화되었다. 감리교에 속한 전 교회와 교인들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전체는 개체교회의 관심을 뛰어 넘는다는 고백과 결의는 점점 받아들이기 힘들게 되었다.

2) 연대주의의 해체와 감리교 운동의 이상 상실

데이빗 햄튼은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자발적인 공동체와 함께, 종교적 헌신을 가진 좀 더 포용력 있는 모델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감리교회의 “독특한 뿌리”로 보았다. 하지만,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상황은 급격하게 바뀌게 되었다. 햄튼에 따르면, “정책적 실수와 판단착오에 이르게 된 도덕적, 영적 타락, 순회교구의 누수현상, 역동성을 잃은 속회, [2세] 신앙 교육의 실패, 열광주의를 상실한 천막 집회......”, “교회가 빚을 지고 기타 자원을 고갈시키는 물질화 된 영성 [대형교회 건축], 성서적 경건 [거룩]의 열망이 단순한 시민 종교로 가라앉은 것, 잊혀진 환상이 되어버린 완전 성화” 등이 미국 감리교 운동의 쇠락을 가져온 원인들이다.

중산층화 된 감리교회는 개인과 사회의 변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대신 미국 문화에 적응할 것을 요구했고, “성화의 추구”가 아닌 단순한 “존경의 추구”로 변질되었다. 이상을 잃어버린 운동의 결말은 참담했다. 인구증가 대비 감리교인의 수는 줄어들었고, 설립되는 교회 수보다 문 닫는 교회가 더 많아졌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하나는 조직과 제도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 조직의 스피릿의 문제였다. 도시 집중화와 세속화의 물결이 교회 안에 침투하고, 정치권력이나 세속기관이 교회가 하던 일들을 대신하게 된 외부적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리교 운동이 빚은 정책적인 실수와 이상과 목표의 상실 등 자체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중산층이 늘어나자 더 많은 교인을 모으고,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큰 건물을 지으려 빚을 내고 자원을 집중하였다. 큰 교회의 담임자와 결혼한 목회자들은 자연스레 더 많은 사례비를 받게 되었다. 균등한 분배를 통해 유지되던 순회 설교자의 헌신은 빛을 잃었다. 이것은 상호연대의 형제애를 무너뜨리는 암적 원인이 되었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빚어지는 자원과 교인의 쏠림 현상과 미자립 교회와 대형 교회 사이의 붕괴된 형제의식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더 이상 형제도 자매도 아니다. 오히려 경쟁의 상대이며, 작은 미자립 교회는 대형교회의 속회 조직을 무너뜨리는 특공대로 인식되고, 대형 교회는 작은 교회가 그나마 전도해 온 교인들을 빨아드리는 진공청소기로 이해된다. 여기에 상호 불신이 잉태되고, 서로서로가 책임을 지고 함께 나누던 연대주의 의식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교회 성장을 성공과 축복으로 보는 시각이 한국에서는 연대의식을 앗아가고 실질적인 연대를 붕괴시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해 보자. 연대의식을 떠받치고 있던 지속적인 힘은 “속회 조직”과 “순회 설교”였다. 영적 회심을 불러일으키고 양육해 주던 실천적 제도였다. 자신의 죄와 잘못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동료 신자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얻던 영적이며, 실천적 조직이었다. “회심” 이후 “완전 성화”를 추구하는, 영이 살아있던 상호 지원과 교육 공동체였다. 그런데 순회 설교자의 영웅적 헌신과 회심 이후 완전 성화를 이루었던 선배 신앙인들의 간증은 이제 “과거의 영웅에 대한 회상”에 불과하게 되었다. 속회와 밴드, 그리고 소사이어티로 이어지는 공동체 사이의 연대의식은 엷어졌고, 도시에 삶의 터전을 잡은 중산층 교인들은 세속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변해갔다.

도시화와 세속화의 영향은 역으로, 교회 지도자들로 하여금, 도시 중산층들 가운데에 교회를 세우는 [치우치고 잘못된] 전략을 선택하게 이끌었다. 그 결과 중산층들을 위한 안정된 교회의 설교자나 목회자들은 점점 합리적인 설명에 치우치고, 신비와 기적, 그리고 마술과 같은 신비적 요소를 “비신화화” 함으로써, “성스러움”을 희석시키고 말았다. 성스러움이 사라지면서 “완전 성화”에 대한 열망이나,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도 따라서 엷어졌다. 이와 아울러, 도시화와 세속화의 물결은 도시 목회자들에 비해 열등한 처우를 받게 된 과거의 영웅적 순회 설교자의 설 자리를 점점 빼앗아갔다. 순회 전도와 설교를 통한 회심의 요구나 천막집회의 열기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순환 고리는 회심에의 열기와 완전 성화에 대한 열망을 점점 사그라지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중산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택한 “합리적 설명”은 “진보적 경건성”을 약화시키고, “가장 대중적인 형태”의 종교로 변모시키고 말았다. 한때 가장 진보적 종교단체로,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요구했던 감리교 운동은 가장 안정을 추구하는 집단의 합리성과 세속성을 만족시켜 주는 스케일 큰 교단이나 조직으로 정착하고 말았다. 햄튼의 지적은 보다 신랄하다.

“교단의 인력 수급을 가능케 하고 공동체 구성원을 양육하는 일에 모두 다 실패했다. 그 이유는 교단이 자신의 소속 교인들에게 점점 가벼운 것을 요구하고, 제대로 된 구성원 모집 시스템이 없었고, 심지어 설립 기반조차 좀 더 강력한 종교 운동 [오순절운동]에게 내어주게 된 것이다.”

 1940년부터 1985년까지의 미국 종교교단의 시장 점유 비율을 보면 미국 감리교회는 ”48%“를 잃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처방전은 무엇일까? 햄튼은 “성서적 경건 [거룩]을 확장시키기 위하여 초기 웨슬리의 원칙에서 에너지를 얻어 와야 한다” 고 진단한다.

3) 이상의 회복과 해석상의 혼란: 성서적 거룩 (Biblical Holiness), 완전성화란?

교회 성장이 목회의 목표가 아니라, 완전 성화, 또는 완전한 거룩의 열매를 맺는 것이 신앙의 목표가 된다면 서로 많이 모으려고 경쟁하거나, 경쟁에서 이겼다고 뽐낼 일이 없다. 남의 교인 빼앗아서 내 교회가 설령 커진다 해도 그것이 완전한 거룩에 이르는 데 별반 도움이 안 된다면 밤잠 안 자고 죽기 살기로 교인 모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설교 잘 하려고, 설교 잘하는 목사라고 인정받으려고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 되는 것과 완전히 거룩해지는 것은 동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을 아무리 잘해도 행동은 엉뚱할 수 있다. 더 많이 모으거나 말을 더 잘하려는 대신, 밤을 밝혀 거룩을 추구하고 낮에도 불을 밝혀 거룩을 찾을 일이다.

하지만 250여년이 지난 오늘, 그 대답을 찾기가 그리 녹녹치 않다. 먼저 웨슬리가 주장하는 “완전 성화”가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이루어갈 수 있는지? 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견해차가 크다. 이 문제의 뿌리는 웨슬리 자신에게서부터 왔는지도 모른다. 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웨슬리 자신이 열어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먼저, 웨슬리 전문가인 김홍기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성화는 믿음뿐 아니라 행위로 이루어진다. 성화는 믿음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성화의 완성에는 인간의 참여, 곧 선행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성화의 완성인 마지막 구원은 믿음과 선행으로 성취된다. 그리하여 웨슬리는 의인화의 순간에 그리스도의 의가 주어지고, ‘전가되는 은총’이 다가오지만, 믿음과 선행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의 본성으로 화하는 은총, 곧 성화를 받는다.”고 해석한다. 그는 웨슬리가 “[만일] 선재적 은총이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열심 100%요, 인간이 하나님을 사모하는 인간의 열심 100%임을 [웨슬리의] 설교 ‘성서적 구원의 길’에서 강조” 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완전 성화를 위해 믿는 자는 마치 무엇을 해야 하는 것’처럼 해석된다.

웨슬리에 대한 이같은 해석과 평가는 실천적인 면에서나 이론적인 면에서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천적인 면에서 볼 때, 인간이 자신의 100%를 다할 수 있는가? 선재적 은총으로 회복된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라 하더라도 과연 인간의 100%를 다할 수 있을까? 김 교수 자신의 이어지는 설명과 상충되는 부분들이 나온다. 곧, “온전한 성화를 죽기 전에 이루었다고 할지라도 계속 그리스도의 속죄의 보혈을 필요로 한다. 그리스도의 의로움과 거룩함의 형상을 이루기까지 계속 회개가 요청된다” 웨슬리는 “은혜에서 행위의 죄로 떨어지고 타락하는 여덟 가지 단계”를 말했다.고 부언한다. 계속 회개가 필요하고, 죄로 떨어질 수 있는 인간이라면 인간의 백 퍼센트를 실천할 수 없다.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영적 추구요, 완전 성화를 이루어가는 동안 하나님을 사모할 때 느끼는 절망감이다. 심지어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 절망감을 극복해 주는 것은 오직 은총이다. 웨슬리 자신도 인간의 가능성이 아닌 은총으로 인한 극복에 낙관하였을 뿐, 인간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다.

이론적인 면을 더 살펴보자. 웨슬리는 “‘선재적 은총으로 회복된 자유의지를 통하여 은총의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고 했다. 은총의 수단인, 성경읽기, 선행, 기도와 금식을 하는 그리스도인은 회개 이전의 인간이 아니다. 선행 은총을 통해 회개에 이른 후, 은총의 주체이신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다. 영적 완성, 완전 성화를 이루기 위해 일하시는 성령은 멈추시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과정적으로 함께하시며, 힘주시고, 이끌어 가신다. 그렇다면 이때 인간의 100%란 단지 나의 결단, 나의 책임적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성령의 인도를 받아 함께 할 수 있게 된 인간적인 실천이다. 이 실행의 주체가 누구인가? 성령이시다. 영적 성장과 완전 성화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성령이시다.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성령의 인도를 따라 성령의 힘주심에 덧입어 행하는 유기적 일체로서의 100%일 뿐이다. 하나님의 100%와 하나님과 하나를 이룬 (새로운 존재인) 인간의 100%이다. 이때 인간의 100% 역시 인간의 고유의 것이 아니다. 이것을 나의 100%라고 혼동하면 과거로 돌아가거나, 내가 스스로 하려고 덤비다가 실패를 경험할 뿐이다. 실패를 거듭하고 인간성에 대해 실망하다 보면, 영적 성장과 완전 성화를 추구하는 것마저 포기하게 된다. 어차피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웨슬리 신학자들의 “100% 대 100%의 신인협동설”이라는 설명은 감리교도들을 혼동케 만들 여지가 있다. “그리스도의 의로움과 거룩함의 형상을 이루기까지 계속 회개가 요청되는 것이 바로 은혜 안에 살아가는 자들의 본래 모습이다.”

완전성화는 “선행적으로 주어지시고, 지속적으로 역사하시는 성령의 은총”이라는 하나님의 관여와 참여를 강조해야 한다. 완전성화를 이루는 모든 과정 속에, “신적 요소” 또는 하나님의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웨슬리는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지 않으면, 하나님의 손을 굳게 붙들지 아니하면, 항상 내적 죄악성이 다시 자범죄를 저지르도록 실수할 수 있고, 심지어 타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교수는 “이런 까닭에 자신의 욕심을 비우고, 자신의 교만을 비우고, 자신의 거짓을 비우고, 예수님처럼 빈 마음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의 영적 생활이 진보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고 덧붙인다. 이것은 앞서 말했던 “인간의 100% 행위”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100% 하시도록 인간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하시도록 가로막지만 않으면 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것이 “하나님 100% 와 인간 100% 신인협동설” 보다 실천적이며 성서적 증언에 가깝다. 다시 말해 신인협동설을 강조하고, 이것을 인간의 실존론적인 결단으로 끌어올리면, 인간에게는 버겁다. “내”가 행하려고 덤비다가 실패를 경험하고, 중도에 포기하게 만드는 약점이 있다. 실천적 면에서, 선한 일을 하고, 의로운 행위를 통해 완전 성화를 이루려고 덤비는 우를 범하거나, 어느 선에서 적당히 멈추고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정리해보자. 완전성화를 하나님의 100퍼센트와 인간의 백 퍼센트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거나,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고 행위로 구원받는다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 특히 실천적인 면에서 잘못 인도할 약점이 있다. 이때 행위란 선행은총에 의해 죄를 자각하고 회개에 이른 후, 용서받고 의롭다함을 받은 믿는 자의 행위이다. 성령의 인도를 받아하는 선한 행위를 말한다. 과거 육신의 죄에 싸여 육정으로 하던 행위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은총으로 인도받은 믿음의 실천이요 성령께서 함께 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서 7장이 말하듯 여전히 "곤고한 자"요, 두 개의 법이 있어 원치 않는 악을 행하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속 사람의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고 싶으나 육신 속에 묻은 죄가 율법을 타고 드러나게 된다. 이 죄의 실체를 하나님을 향해 항거하는 마음이라 바울은 설명한다.(로마서 8장) 회개한 자도, 회개이전에도 그랬듯이, 죄에 영향을 받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항거한다. 이런 품격을 가진 인간에게 “선한 행위로 구원에 이른다” 고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취약하다. 웨슬리 역시 우리가 백 슬라이딩 할 수 있음을 수차례 경고했다. 그렇다면 행위로 구원받는다는 말은 극히 가려서 써야한다. 믿는 자의 분발을 격려하기 위해 교육적인 격려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대신 로마서 8장에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의 형상과 동일한 모습이 되도록 미리 예정하셨다” 고 증언한다. “하나님께 이미 정하신 자들을 부르시고, 부르신 사람들을 의롭다하시고, 의롭다하신 자들을 영화롭게 하신다” 는 말씀을 신뢰하게 이끄는 것이 낫다고 본다. 자신의 선한 행위에 의존하거나 이것을 통해 구원을 완성시켜보려고 독려하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계획과 신실하심을 신뢰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신실하신 하나님께 친히 성령 안과 더불어 우리 안에서 우리에 힘주시고 방향을 일러주시고 이끌어가실 때 그저 저항하거나 항거만 안 하면 된다. 이것 역시 쉽지 않다. 해서 교인들에게 이 항거하려는 의도나 동기 등을 끊임없이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도록 격려하는 것이 낫다. 선행의 요구보다 더 실천적이다. 웨슬리가 성경읽기와 금식 그리고 기도를 선행에 포함시킨 것은 바로 이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체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천가였던 웨슬리에게, 그가 엄격한 논조로 논리를 피고 체계를 세우지 못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오히려 후대 신학자들이 그의 실천적 가이드 라인을 실존주의 철학의 도식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빚어진 편향처럼 보인다.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이 고독하게 결단하고 선을 실천하는 것을 마치 (선한) 행위처럼 몰아간 느낌이다.

4) 대안 : 성서적 거룩 - 평이한 성서 읽기를 통해 보는 완전 성화의 길

그렇다면 대안이 있는가? 성서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웨슬리의 경고를 염두에 두고, 로마서 5~8장까지의 조언을 재조명해보자. 하나님께 항거하지 않는 끊임없는 자기 포기와 맡김 그리고 내려놓음을 강조하고, 성령의 인도를 받아 따라가는 삶 곧 피동적이고 순응적인 태도를 기독교인의 완전 또는 완전성화에 이르는 실천 방안으로 교인들을 양육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나님의 은혜가 지배”하시는 것을 가로막거나 저항하지 않고, 계속 부어주시는 은혜를 신뢰하고 수용(accept)하는 수동성을 실천하도록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이신칭의 교리의 기반이 된 로마서는 제5장에서, 세례 받을 때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 못 박혔고,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그리고 제6장에 이르러서 이제 자신을 의의 종으로, 하나님의 연장으로 드리라고 요구한다. 바울은 종과 연장이라는 유비를 사용하여, “자기 포기”와 “위임”, 그리고 “투신”에 대해 강조한다. 종은 자유가 없다. 연장은 말도 없다. 표현할 수조차 없다. 주인의 뜻대로 행한다. 잡으면 움직이고 놓으면 선다. 이렇게 되는 것이 곧, “은혜가 지배하는 삶”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생각과 삶을 지배할 때 - 우리 안에 거하시는 그리스도 예수로 인해 - 거룩을 회복해 간다. 거룩을 회복하고, 거룩을 완성해 나갈 때, 완전한 거룩의 열매가 바로 영생이다. 웨슬리가 말하는 구원의 완성이고, 완전 성화이다.

웨슬리학자들의 설명에 비해 바울의 가르침은 보다 간결하고 쉽다. 바울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자들은 자기 자신을 “의의 종, 하나님의 연장으로 내어드리라!”고 간결하게 명령한다(로마서 6장). 하나님의 연장이 되어 자기 생각을 버리고, 자기 기호를 포기하고, 자기주장을 내려놓은 자들은 은혜의 지배로 거룩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바울에 의하면, 자신의 자유를 자유로이 반납하여 종이 되는 길이 거룩함에 이르는 삶이다. 은혜가 지배하게 하면 된다(로마서 5장). 이 삶이 열매를 맺게 되면, 완전히 거룩해지고, 그를 통해 거두는 열매가 바로 영생이다(로마서 6:22). 거룩해지지 않으면 영생은 없다. 영생은 거룩의 열매이기에 거룩해져야 생명이 있고, 완전히 익어야 그 열매인 영생이 주어진다. 이것을 오늘 이 자리에서 누리고 사회 속에, 민족 속에 널리 퍼지도록 “의의 연장”으로 쓰이게 되면 구원의 완성을 매일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맛보고 넓히고 살 수 있다. 오늘 여기서 영생을 맛보며 소망 가운데 거룩을 숨 쉬고, 거룩 안에서 거룩을 향해 나갈 수 있다. 이것은 감리교 운동의 이상일 뿐만 아니라, 이신칭의의 교리를 담고 있는 로마서가 전해주는 구원과 “완전성화” 그리고 영생의 길이다. 참 평이한 성서적 구원의 길이다.

5) 다시 꿈을 꾸자! - 연대주의의 회복하고 완전성화를 얻기 위해

이 길을 따라가면 이웃 교회는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다. 많이 모았다고 자랑하거나 조금 모았다고 주눅 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으면 작은 대로 자기 자신과 소수의 회중이 완전을 향해 서로 격려하고 북돋우며 더 넓은 사회 속에 “성서적 거룩”이 확장되도록 도우면 된다.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그리 하면 되고, 대사회적 확장을 위해 서로 긴밀히 협조할 수 있다. 서로의 다양성과 장점을 살리고 인정하며 돕고, 개인과 사회 전체의 거룩을 위해 협력하면 된다. 이 거룩한 일을 이루기 위한 동반자요, 도우미로서 물질도 나누고, 프로그램도 나누고, 인적 자원도 나눌 수 있다. 서로 신뢰하기에 협력할 수 있다. 연대의식을 북돋우고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 주고 남는 것을 나누어줄 수 있다. “완전 성화”나 “거룩의 열매”라는 공동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교회, 그리고 교단 과 민족 전체의 성공을 재는 자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에 돈이 오가고 밥을 사주고 줄을 세울 일이 없다. 누가 가장 거룩하고, 누가 가장 그리스도 예수의 모습에 유사한지가 중요하다. 완전 성화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겸손히 살아가는 분을 추대하면 된다. 아니 아무도 그 직책을 맡지 않으려고 산으로, 시골로 숨어들어 가장 거룩치 못한 자가 맡게 될 심부름꾼의 직책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 심부름꾼은 더 많은 사례비와 더 많은 판공비를 받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의 꿈과 실천은 완전 성화에 있기 때문이다. 더 거룩해지고, 거룩의 열매인 영생을 얻기 위해 헌신하고 섬기기 때문이다. 감독의 자리는 누리고, 부리는 자리가 아니다. 누가 더 거룩함을 위해 헌신하고, 사회를 거룩하게 하려고 헌신하는지 찾는 자리이다. 그가 몸이 아프면 병원을 보내주고, 그가 굶고 있으면 후원금을 얻어다 먹이는 자리이다. 해서 그 본을 부러워하고 함께 격려하고 그 길을 함께 가고자 하게 될 것이다. 더 가진 자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행여 하나님 대신에 물질을 의지하고 물질을 위해 헌신하지 않을까 자신의 살갗을 매일 씻어내려 할 것이다. 대신 너무 많이 가진 것이 거룩을 이루어가는 데 짐스럽게 느끼고 더 많이 나누지 못해 안타까워할 것이다.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맡은 것이고, 그것을 관리하느라 자신의 영생을 소홀히 할 수 있는 위험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종이 되고 연장이 되는 길, 자기를 포기하고,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기고, 투신하는 길이기에, 돈으로 얻고 힘으로 치리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세속적인 명예 때문에 하나님을 잠시라도 잊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거룩을 위해, 종이 되기 위해, 연장이 되기 위해, 더 비우고, 더 낮아지고, 더 가난해지려고 발버둥 치게 될 것이다. 한때 그랬다. 그 열기가 감리교 운동의 뿌리였다. 꿈같은 이야기이다. 이 꿈이 감리교 운동을 잉태한 이상이다. 웨슬리는 감리교회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랑과 완전에의 열정이 사라지는 것을 염려했을 뿐이다. 연대의식과 연대제도의 회복은 감리교 운동의 이상인, 완전한 거룩, 완전 성화에서부터 회복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다고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