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이 세상 사람들에게 복을 주시려고 두루 그 통로가 될 사람을 찾고 계신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의 부르심에 제 생애를 드리겠습니다”라고 확실하게 말하자.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으신다. 하나님은 내가 요구하는 것을 행하실 것이다”라는 단순한 진리 속에서 당신의 믿음을 성장시켜라. -앤드류 머레이, 위대한 영성-

지난 밤 그리 많이 쏟아진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딱바누아 아이들의 꾸보하우스는 변함없이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비가 많이 새진 않았지만, 나뭇잎으로 엮은 천정에서 방울방울 떨어진 빗방울로 인해 꾸보가 축축하고 아이들이 모두 감기가 들었습니다. 이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하나님의 돌보심이 어느 통로를 통하여 어떻게 이루어질지 기도하며 관찰합니다.

돌이켜보니 나의 모든 인생과정이 이 한 길을 가도록 하나님이 인도하신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창시절 내내 육상선수와 유도선수로서의 체력단련은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여 호연지기를 기르는 시기였고, 오퍼상에서의 직장생활은 영어훈련의 기간이었고, 뜻하지 않은 잔병으로 30여 년 동안의 투병생활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자들에 대한 긍휼히 여김을 배우는 기회였으며, 그로인해 침구의술을 공부하여 모든 육적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불쌍한 이들의 치유사가 된 점, 늦깎이 신학생이 되고 목사가 되어 지금은 인생의 뒤안길에서 전혀 생각지도 마음에 둔적도 없는 선교사로 지구촌 오지를 거침없이 용감하게 다니며 하나님의 백성을 돌보는 일, 지금 사역에 매우 만족하는 점 등 모두가 하나님께서 나를 당신의 통로(도구)로 사용하시기 위하여 계획하시고 연단하시고 조정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필리핀 오지에 선교사로 정착하기 전, 스리랑카, 미얀마, 네팔, 중국, 인도, 필리핀 등을 단기선교 다닐 때마다 나와 동행하며 나의 사역을 돕는 분들이 한두 분 이상씩 꼭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모두가 내가 시무하는 교회의 성도들이 아니었고 평소에 나와 자주 왕래하던 분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선교지를 갈 때마다 생각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분들이 자원하여 자비량으로 참여하여 나의 선교사역을 정성껏 도와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당신의 사명을 마치고 나면 전처럼 서로 만나지 않는 먼 추억 속으로 사라지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분들은 시기적절한 때에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들이었습니다.

부르시는 이도 이루시는 이도 하나님이시고, 나는 그저 부르심에 순종하고 동참할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세상엔 악인들도 많지만, 참 훌륭하고 착한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터에서 애써 힘들게 돈을 모아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소박하게 살면서도, 하나님의 일이라면 손발을 벗고 나서 자신의 것을 다 내 놓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도 천사는 존재한다고 믿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분들 모두가 하나 같이 부자는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신실한 믿음과 고결한 영성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세상엔 이름도 빛도 없이 선하게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분들과 이 세상을 꾸려 나가시더군요. 종교나 과학이나 지성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런 분들을 통로로 이 지구촌을 하나님의 방법대로 가꾸어 나가십니다. 요즈음엔 하나님이 딱바누아 아이들을 돌보라고 이 먼 곳까지 나를 보내셨구나 하는 마음이 날마다 듭니다. 부르심에 순종하고 기뻐하며 이들과 함께합니다.

<골3:2-3>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졌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