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택 목사, 강화도환경농업농민회 회장

몸과 음식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습니다. 먹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먹는 것은 음식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공기도 마시고 또한 피부를 통한 외부와의 교섭과 섭취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우리의 생명안전, 생명연장, 건강한 성장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에 대해 수긍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음식도 연령에 따라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주 어린 영아일수록 음식은 더욱 결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정말 음식이 우리의 몸과 어떤 관계이길래 이렇게 중요하게 다룰 수 밖에는 없는 것일까요? 그럼 한번 깊게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매일 쌀밥을 거의 필수로 먹지요. 요즘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여 밀가루 음식도 많이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쌀밥을 주식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본 주식인 쌀밥을 중심으로 하여 야채 고기 생선 등으로 만든 반찬류를 우리는 매일 음식으로 먹습니다. 우리가 먹기는 쌀밥, 야채, 고기, 생선 등을 먹지만 이 음식이 그대로 우리 위에 머물면 우리는 병이 들거나 죽을 지도 모릅니다. 이 음식이 소화되어 소장을 거치면서 영양으로 변화되고 이 영양은 우리의 피로 변하여 우리의 온 몸을 돌아다닙니다. 그리고는 낡은 세포는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세포가 되어 머리, 간, 허파, 등 온몸을 새롭게 구성합니다. 즉 살이 되는 것이지요.

쌀, 배추, 돼지, 새우 등이 변하여 나의 피와 살이 되며 곧 ‘나’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쌀밥은 곧 ‘나’다. ‘나’가 곧 쌀밥이다. 돼지는 ‘나’다, ‘나’가 곧 돼지다. 새우가 ‘나’다. ‘나’가 새우다라고 해도 맞는 말입니다. 이는 곧 자연 자체가 순환하며 서로 연관되어 하나임을 말합니다. 너무나 단순하고 간단한 이 진리가 우리의 몸과 음식의 관계를 쫓아가 보면 확연해집니다.  

  친환경농산물

곧 나인 이 음식은 그러면 과연 나에게 이롭기만 한 것일까요? 만약 독약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음식이 독약인지 아닌지도 봐야 할 것입니다. 이를 알려면 생산에 대해 점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번 TV에서 우리가 그렇게 찾는 자연산 바다생선에서 다이옥신이 육지의 고기에서보다 5~6배 더 농축되어 있다는 연구결과 발표를 접했습니다. 다이옥신이 어떻게 자연산 바다생선에서 검출될 수 있는 것일까요?

70년대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할 당시 우리 군인이 미국의 동맹군으로 참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전쟁에 파견되었다 제대한 군인들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미군은 베트콩과의 전쟁에서, 밀림에 숨어 싸우는 그들과 제아무리 신식무기로 무장하였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적에게는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밀림을 말려 죽이기 위해 비행기로 고엽제를 뿌렸던 것입니다. 밀림에는 함께 파견된 한국군인도 있었던 것이지요.

고엽제에는 다이옥신이 원료로 들어있습니다. 다이옥신 1g 즉 여성의 눈물 1방울이 1만 명의 건장한 성인을 죽인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나타난 독극물 중에 최고의 독극물이 다이옥신입니다. 그런데 농사에 사용하는 제초제도 고엽제와 마찬가지로 다이옥신이 원료로 들어있습니다. 밀림이나 풀이나 다 말려 죽이려면 다이옥신이 많던 적던 간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농촌에 노인만 남아 농사짓고 젊은이들은 다 도시로 떠난 농촌에서 노인들은 풀을 없애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초제가 나타나자 이는 구세주가 나타난 것입니다.

70년대 초부터 2006년까지 30여년간 농민들은 논과 밭 전국 어디에나 이 강토에 제초제를 신나게 뿌려댔습니다. 다이옥신을 뿌려댄 것이지요. 요즘이나 다이옥신이 무엇인지 알았지 전에는 알지도 못했습니다. 농사가 어려워지고 빚에 쪼들리면 농부들은 제초제를 마셨습니다. 생명의 마감을 제초제로 합니다. 제초제를 뿌려 생산한 농산물은 가축의 사료가 됩니다. 가축에게도 다이옥신을 먹인 것이 됩니다. 더구나 가축의 사료는 수입 사료가 거의 전부입니다. 사람도 아닌 사료먹이로 곡물을 키울 때 외국에서는 어떻게 했을지는 상상할 수 있겠지요.

논밭에 뿌린 제초제는 또 어디로 흘러갔을까요. 시냇물을 따라 강으로 그리고는 바다로 갯벌로 흘러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민물고기도 사라지게 하고 바다에서는 바다고기를 사라지게 하고 바다고기에 다이옥신의 축적을 가져온 것입니다.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돌고 돌아 이는 또다시 모두 사람에게로 돌아옵니다. 그뿐인가요? 농민들은 벌레 균을 죽이기 위하여 농약(살균, 살충제)를 뿌려댔습니다. 살균, 살충제는 2차대전 때 사람을 죽이기 위하여 연구한 화학물질입니다. 전쟁이 끝나면서 화학물질은 농사에 응용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니까 성능을 아주 약하게 하여 균과 벌레만 죽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농약도 역시 제초제의 흐름과 똑같은 길을 걸어 또한 사람에게 돌아옵니다. 비록 미세한 독약이라도 자꾸자꾸 먹어 쌓이면 우리 몸에 어떤 이상이 올 것은 너무나 뻔합니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비만이다 성인병이다 아토피다 하는 현상이 자꾸 증대되고 있습니다. 정자 수도 대단히 감소하고 있음도 증명되었습니다. 미래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이 탄생하고 있지 않다고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도 분명 오염된 음식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현상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초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사를 짓자고 1970년대에 우리나라의 신앙의 선배들인 농부들이 나타났습니다.

자신들이 지어온 사람 죽이는 농사를 참회하고 눈물 흘리며 바른 농사,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짓자고 정농회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활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분들이 전파한 농사로 생산된 농산물이 곧 친환경농산물, 유기농산물, 최상의 음식입니다.

  농부 섬김

그래도 이제는 아무거나 먹을 것만 있으면 된다는 보릿고개를 지나서 사람들이 나의 몸에 좋은 음식은 어떤 것인가 제법 찾아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친환경농산물을 많이 찾습니다. 그러나 농부가 되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농부가 되지 않아도 좋으나 농부를 존경하고 섬겨야 하는데 농부를 천시합니다. 정부가 농업을 천시하고 공산품을 팔아먹으려는 기업이 그러하고 도시가 농촌을 천시합니다. 이런 행태를 무엇이라 비유할까요. 마치 하나님으로부터 복은 받으려고 하면서 정작 하나님은 섬기지 않는 세태라고나 할까요?

농부가 생산하는 친환경농산물만 먹고 농부가 되려는 사람은 없으며 농부를 섬기지도 않습니다. 마음이 그러하면 제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농산물이라 하더래도 최상의 음식은 될 수 없습니다.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친환경농산물만 찾아 수입 친환경농산물 쪽으로도 훌쩍 마음을 옮겨버립니다. 이 강토를 오염시키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입니다. 복만 얻으려다 실은 화를 자초하는 것이지요.

마음이 실려야 최상의 음식이 됩니다. 마음이 실려야 음식과 나를 분리하지 않고 음식이 곧 나임을 체득하는 것이고 이 강토, 자연과 나를 일치시키는 것이고 친환경농산물을 선택함으로써 이 강토를 지키게 됩니다. 우리가 평화를 갈망하여 이라크 전쟁을 반대해도 전쟁은 벌어졌습니다. 우리가 새만금을 지키고자 하였으나 새만금은 메워졌습니다. 천성산이 뚫리지 않기를 바랐으나 뚫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명상가는 말합니다. “그러나 음식만큼은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선택하면 농부는 좋은 음식을 생산할 것이고, 기업은 좋은 가공식품을 선택할 것이고, 비록 당장은 세상의 변혁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조금씩 바르지 못한 것은 없애갈 것이고, 올바른 것의 힘은 조금씩 키워갈 것입니다. 우리는 이 일 만큼은 반드시 실행하면서 모든 일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라고….